캠벨의 [신화와 인생]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밑줄긋기를 해 본다.


1.


신혼 때의 진은 내가 아무리 운전을 못해도 그냥 묵인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어떤 심리적 전환이 이루어졌음을 깨달은 순간이 찾아왔다. 즉 그 이후에 한동안 아내가 내 운전 방식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아내가 방향을 지시하는 단계가 찾아왔다. 물론, 이 모두가 내게는 받아들일 만한 것이었다. 그것은 아내의 생각이 변화한 것과 관계가 있었다. 처음에 아내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남편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훌륭해.' 그러다가 아내가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다음부터는 과거의 무비판적인 태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다음부터 - 이건 누구에게나 항상 마찬가지지만 - 오히려 아내가 나를 주도하게 되었다.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동차를 넘겨주는 기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혹시 뭔가랑 부딪히더라도 괜찮을 거야. 간다, 여보." 그런데 알고 보니 집사람은 무척이나 방향 지시를 잘했다. 나하고는 달랐고, 그저 그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위험한 침대'다.   p.335,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조셉 캠벨 지음, 다이앤 K. 오스본 엮음, 박중서 옮김


나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전을 배웠다.

남편은 어쩌면 캠벨과 같은 상황이 자신에게도 닥치리라는 것을 예언처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운전을 배우지 말라고,

자기가 어디든 데려다 주겠다고 하면서 말렸나 보다.

하지만 나는 운전을 배웠고, 내가 운전면허를 따서 새 차를 뽑아 오는 날 남편은 나를 인도하면서(헌차를 끌고서)

"○○가 이제 날개를 달았구나!!!ㅠㅠ"라는 생각을 했단다.

나는 날개를 단 듯 차를 끌고서 LA freeway를 누비고 다녔고 한국에서는 친정도 가고 부산도 갔다 왔다!!

이제는 더구나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잔소리까지 한다.

지난번 싸운 이유도 다는 아니지만, 운전을 하면서 참았던 게 빵 터진 거였다~.

그런데 우리만 그런 줄 알았더니 캠벨 부부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여자가 남자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여자는 혜덕화님 말씀처럼 워낙 뛰어난 존재라 어쩔 수 없다, 사실은,,( ")




2.


[인트레더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일 텐데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운전을 하면서 로봇(이지?)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으려니까

일래스틱걸(Elastigirl)이 어느 길로 가라고 막 고함을(다급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지르는 장면 말이다.

그 장면이 기억이 나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찾아보니 없다,,)

내가 남편에게 심한 게 아니라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The Incredibles] 2편은 언제 나오려나????

내가 지금 쓰는 글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동영상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

운전 장면 찾으면서 발견하게 된 장면,,,어느 누군가도 이 장면에 감동을 하였나 보다...나처럼..



3.



아무튼, 이 글에서 제목인 '위험한 침대'는 조셉 캠벨이 위의 이야기를 하면서 쓴 글인데

침대는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완전 무장한 기사가

위험한 침대를 향해 다가간다.

그 안에 누우려고 할 때마다,

침대는 펄쩍 뛰고 반항하며 움직인다.


위험한 침대는

여성의 기질을 표상한다.

만약 남성이 그냥 매달릴 수만 있고,

남성이 견딜 수만 있다면,

그 침대는 얌전해지고

남성은 그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p.335~6,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조셉 캠벨 지음, 다이앤 K. 오스본 엮음, 박중서 옮김



남성들이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랜슬럿의 기사처럼 하지는 못하더라도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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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1-3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훌륭한 인용이에요 ㅎㅎㅎ 위대한 학자는 역시 여성의 심리에도 능하군요.
남자들이 여자를 이겨보려고 하다가는 침대에서 떨어져 다친다는..ㅋ
배철수씨도 그러더군요. 한 번 이겨보려 했다가는 아휴 큰일난다고요 ㅎㅎ

라로 2012-02-01 10:01   좋아요 0 | URL
그렇죵!!!ㅎㅎㅎㅎ
배철수씨도 그런 훌륭한 남자인지 알았어요!!ㅋㅋㅋ
자기를 아는 남자가 훌륭한거죠??여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말이에요,,흐흐

2012-02-01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것입니까.
하하. 제 경험으론 生도 '위험한 침대'인 것 같습니다..
삶을 내 식대로 붙잡으려 애써 봐도, 침대에서 떨어질 뿐이더라구요.
그냥 매달려만 있으면, 견딜 수만 있으면 삶은 뭔가를 주는 것 같아요.

라로 2012-02-01 10:02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더 큰 의미로 생도 그러하지요~~~.

저는 어제 친정엄마에게 좀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아직도 멍멍한 상태인데
님의 마지막 말씀"그냥 매달려만 있으면, 견딜 수만 있으면 삶은 뭔가를 주는 것 같아요."을
붙잡고 있어야겠어요,,,좋은 말씀 감사해요.^^

차트랑 2012-02-0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왕한 여성에게
고개를 들려하다가는 큰 코를 다치기 일쑤입니다.
그럴 땐, 조용히 꼬랑지를 내리는 만 못하다고요 ㅠ.ㅠ
여기서 신왕이란 '글자'를 말합니다. ㅠ.ㅠ

라로 2012-02-02 21:38   좋아요 0 | URL
남자들은 이미 알고 있군요!!^^;;
그래도 차트랑공님은 렌슬럿의 기사처럼
위험한 침대를 정복하신 것 같은데요???^^;;

순오기 2012-02-0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글을 이제야 보다니~ ^^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부관계는 보편적인 정서가 맞는가 봐요.ㅋㅋ

라로 2012-02-02 21:39   좋아요 0 | URL
그런것 같아요,,,ㅎㅎㅎㅎ
부부관계는 보편정인 정서가 맞다는 말,,,이런 말을 저는 왜 못할까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