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제 세이백화점 내에 있는 CGV대전에서 남편, N군, 해든이와 함께 <카우보이 & 에이리언 >을 보고 (영화는 재미있었다!!!>.<) 세이문고에 가서 책을 대강 봤다. 잡지코너에서 이것저것 뒤적이다 디자인 하우스에서 발간하는 잡지인 <행복이 가득한 집>의 표지를 보고 표지가 맘에 들어서 덜컥 사서 읽고 있다. (나비잖아요!!나비,,ㅎㅎ)화가 윤종석씨의 <빠삐용>이라는 작품이다. 제목을 빠삐용이라고 한 작가의 말을 옮겨보면,

이상하게도 저는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잊을 수 없어요. 더스틴 호프만이 줄무늬 옷을 입은 죄수로 나오잖아요. 원래 줄무늬 옷의 시작점이 중세인데, 줄무늬가 시선을 흩뜨리고 악마를 상징한다고 여겼대요. 교황이 나서서 성직자들의 옷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으니까요. 창녀, 어릿광대, 곡예사, 망나니처럼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사람에게 줄무늬 옷을 입히기도 했대요. 현대에 와서는 죄수복, 정신병원 환자복으로 쓰이기도, 정반대로 잠옷, 아이들의 깜찍한 세일러복으로 활용되기도 하잖아요. 양극단의 상징인 거죠. 그 줄무늬 옷으로 나비의 형태를 만들고 그려봤어요. 빠삐용Papillon이 프랑스어로는 '나비'라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 행복이 가득한 집, p. 53


이어 기자는 "우리 모두는 삶에 포박당한 종신수이니, 언젠가 나비처럼 자유를 찾아 날아보려는 바람을 그림에 담은 걸까. 과한 비유임에 틀림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왜일까?"라고 적었다.

우 리 모 두 는 삶 에 포 박 당 한 종 신 수 이 니...또박또박 한자씩 읽어 본다.

화가들의 작품 세계는 다 다양하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심오한 것이 미술 세계라는 생각도 해 보는데 정말 그림은 우리가 그 그림을 보고 느끼는 대로 모든 사유를 가져다 붙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잡지에 표지로 등장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작가의 그림 세계가 갑자기 깊게 느껴진다.
아무튼 저 그림을 조만간 얼굴로 사용하리라,(새 노트북이라 포토샵이 안 깔렸는데 남편이 깔아준다더니 아직도 소식이 없,,)

참! 남편과 함께 데이트를 나갈 때마다 남편이 하는 말
"한국 여자들은 줄무늬의 옷을 좋아하나 봐."
우리가 데이트할 때마다 줄무늬 옷을 입은 여자들을 10명 이상 마주치니까...

2. 이 잡지에 나온 또 다른 기사.

스웨덴 남작 부인으로 사는 한국인 큐레이터 장미영씨 이야기.
일단 무조건 부러웠다. 남작부인이라니!!!와우~
길지 않은 그녀의 기사를 읽으면서 부러움은 여전하지만, 운명이 그녀를 귀족의 아내가 되게 한 이유가 느껴졌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서 영국으로 갔다가 우연히 문 앞에서 "너는 누구니?"라는 플라텐남작의 한 마디로 안면을 텄다는데 내가 제목으로 가져온 것이 그들의 대화 중 일부분이다.
장미영씨가 "내 이름은 장 Me Young이야"라고 하면서 남작의 이름을 물으니 남작이 "내 이름은 Me Old"라고 했단다. 남작은 미영을 Me, Young으로 들어서 자기 이름은 Me, Old라고 한 거다.
남작의 위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남자들 특유의 농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미영씨는 지금 인생 3막은 큐레이터의 삶을 살거라고 했다. 이미 배병우작가를 비롯해 많은 우리나라 작가와 작품들을 스웨덴에 소개하고 있다. 그녀가 그녀의 집에 걸어 논 작품들의 보자니 그녀의 안목이 느껴진다. 외국의 귀족과 결혼한 우리나라의 여성이 사랑받고 대접받으며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는 글을 읽으니 부럽지만 뿌듯했다.



배병우작가의 사진. 남편의 그림과 느낌이 많이 비슷해서 올려 본다.

그리고 남작 부부와는 반대인 이유로 인상 깊었던 또 다른 국제커플.

"인터넷 국제결혼 1호"이라는 이색적인 타이틀을 가진 재즈피아니스트 론 브랜튼과 공연기획자 김향란씨 부부. 위에서 본 남작 부부의 경우도 그렇지만 국제부부든 아니든 만남은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향란 커플의 만남도 운명이 아니라면 불가능)
남편은 10회째 예술의 전당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열고 있다지만 수입은 부인인 김향란씨가 더 많아서 남편은 주로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낸단다. 이 부부의 사생활이 더 궁금했지만, 잡지의 코너는 한정돼 있으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향란씨가 내적인 문화적 혼란과 함께 행정적 부담까지 견뎌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이 문제에 어떻게 마음먹는가에 대해 말 한 부분이 인상 깊어서 올려 본다. 사실 이 문제는 많은 부부들에게도 해당하는 문제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지인도 남편보다 본인이 더 수입이 좋아서 남편은 일을 하지만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김향란씨는

"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해요. 남편이 한국으로 와 준 덕분에 제가 문화적 토양을 바꾸지 않고 살 수 있는 거잖아요. 남편은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부담을 짊어지지 않는 대신 자신과 맞지 않는 한국 문화를 감내하며 살고요. 서로 양보하면서 조금씩 맞춰나가는 게 부부라면, 국제결혼은 그 과정을 아주 짧은 기간에 집약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도타운 가족애가 생기게 되는 것이고요."  - p. 295


어느 부부든 결혼은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며, 서로 양보하면서 조금씩 맞춰나가는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기본적으로 말이지.

김향란씨의 말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들의 딸인 알렉스 도연의 말도 꽤 인상 깊었다.

"아빠가 그러셨어요.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와 상관없이 다 똑같은 인간이라고요. 문화 장벽 같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요. 살면서 어려운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대요. 어떤 문제를 원천적으로 풀려고만 하지 말고 우회적으로 푸는 것도 지혜라고 말씀하셨죠.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을 빛나지 말라고 할 순 없지만 인간은 모자를 쓸 수 있다고요."


인간은 모자를 쓸 수 있다,,,라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알렉스 도연은 자기 의견이 분명하고 창의적인데다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며 자라서인지 정체성의 혼란도 겪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자식에게 저런 말을 해 주는 아빠가 그리 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저렇게 말해주는 아빠가 있다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졸려서 이만,,, 여기서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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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8-1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 우아한 여성성(?) ^^

라로 2011-08-17 20:53   좋아요 0 | URL
우아한 여성성이라 하시고 (?)라니요???ㅎ
머큘님은 왜 절 우아하게 보셨을까요????
저 그날 하나도 안 우아한 옷 입었는데???ㅎㅎㅎㅎㅎ

2011-08-17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8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8-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참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행복이 가득한 집 표지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빠삐용이 나비였군요.
나비님 실제로 뵜을때 우아하셨어요. 상당히 매력적이셨군요. 전 나비님처럼 늘씬하신분들 너무 부러워요.^^

라로 2011-08-18 23:03   좋아요 0 | URL
네~~~오랫만이에요~~~.^^
휴가 다녀 오셔서 올리신 페이퍼 봤는데 추천만 하고 댓글은 못 달았어요.^^;
먼저 아는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극소심 모드라서리,,
제가 우아해 보였다니 정말 의외에요,,^^;;
우아하다는 말을 들을려면 정말 걸음걸이부터 몸가짐까지 뭔가 달라야 할 것 같은 편견,,^^;;
어쨌거나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뭐든 열심히 하시는 꿈섬님의 모습은 언제나 빛나세요!!^^

2011-08-18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8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1-08-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작부인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군요^^
배병우작가의 작품 저도 참 좋아하는데, 남편분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라니 깜짝 놀랐습니다.

라로 2011-08-18 23:0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스웨덴이니까~~~. 영국에도 있고 또 다른 몇몇 나라엔 정말 있겠죠??ㅎㅎㅎ
일본에도 있을라나???비숫한 칭호가???
암튼 쫌 부럽더군요,,ㅎㅎㅎㅎ
남편은 배병우 작가의 그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분의 사진 같은 그림을 그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남편의 지금 시기를 '흑백시대'라고 명명 했어요.^^;
올 해 가을에 전시회 할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