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말은 내 삶의 모토와 같다. - p.51


는 말은 오늘 읽었던 책에 나온 글이다.














그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다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쥐트호프의 인터뷰를 읽으며 그 생각이 더 확장(?)되었다. 


나는 운이 좋았다. 많은 이들은 결국 포기한다. 처음 나의 연구소를 이끌기 시작했을 때 나는 깊이 생각했다. ‘무언가 중요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기회가 실제 어디에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아직 건드리지 않았지만, 인간의 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연구 영역은 어디일까?‘ 나는 이런 생각으로 오늘도 전진하고 있다. - P67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지속가능한 나이듦>의 저자 정보를 읽는데 정희원 작가가 문제 풀기를 좋아하나 교조주의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두려워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적인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도 내가 모르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우연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는 간단한 문장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느꼈던 것인데, 토마스 쥐트호프처럼 나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토마스 쥐트호프의 운과 내 운은 차원이 다른 운이긴 하지만, 또 뭘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 걸 보면 내 자긍심(?)이 많이 단단해 진 것 같기도 하다.


토마스 쥐트호프나 "우연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말을 한 안체 뵈티우스는 아주 유명하면서도 훌륭한 과학자들이다. 그들이 유명한 상을 받고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운이나 우연과 상관없는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도 운이나 우연을 말한다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는 것이다. 그들도 그런 생각을 할 줄이야.


토요일 밤에 하바수 호수의 반대편에서 런던다리도 보고 걷기도 많이 걸었던 날이라 저녁을 먹고 남편과 Food Network cable channel에서 하는 Christmas cookie challenge를 보면서 누가 떨어질 것 같고, 누가 이길 것 같다며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데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오전에 딸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아서 "바쁜가 보군" 하고 잊고 있었는데 시간이 났는지 전화를 한 거다. 전화를 하면서 하는 말이 지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크리스마스 연주회를 하고 있는데 휴식시간이라 짬을 내서 전화했다고 했다. 딸아이가 콰르텟에서 취미로 하는 건 알았는데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건 몰라서 남편과 나는 전화를 끊고 좀 놀라기도 하고 감동을 받았다. 더구나 1st violin이라고 했다. 남편이 더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몰랐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토마스 쥐트호프는 어려서 바이올린과 바순을 연주했다고 하고 학교보다 음악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늘 음악에 본능적으로 끌렸고 음악가가 정말 되고 싶었지만 충분한 재능이 없었다. 창조성은 오직 기술적 숙련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배웠다. 이 원리는 과학에도 적용된다. 음악을 할 때 중요한 건 악기를 배우는 일이고, 이것은 엄청나게 많은 연습을 의미한다. 나는 과학에서 물질을 배워야 하고, 엄청나게 많이 읽고, 연구하고, 실험해야 한다. - P64


기술과 숙련으로 음악이 완성된다고 하면서 과학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는 사람이 운이 좋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내가 그냥 이해하고 있었다. 토마스 쥐트호프나 다른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가까이는 내 딸아이를 보면서. 


딸아이 역시 어느 정도 음악을 하긴 했지만, 음악가로 성공할 충분한 재능은 없었다. 나는 그것을 부인하고 싶었지만, 딸아이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운이란 것, 우연이라는 것이 완성되는 것은 기술과 숙련, 그러니까 엄청나게 많은 노력, 피를 흘리진 않지만 피와 땀을 흘리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이유가 내가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DNP가 되든 되지 않든. 


우리 인간은 정말로 자신을 제대로 잘 평가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문제에서 타고난 무능력자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과대 혹은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동료와 가족들의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 P66


이 책은 우연히 내게 다가왔지만, 내가 운이 좋아서 받게 되었다. Psyche 님이 마침 한국에 계셨는데 인정이 많고 배려심이 많은 프님이 내가 이 책을 읽고 싶다는 것을 아시고, 더구나 Kira Talent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찡찡 거리는 것을 읽으시고 선뜻 이 책을 선물해 주셨다. 이런 속 깊은 분, 나에 대한 믿음이 있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Kira Talent에 합격(?)하면 모두 프님 덕분이다! 그래서 내가 DNP가 되면 내가 SOP에 쓴 대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여전히 이런 희망이 존재하는 인생이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오늘은 알라딘에 들어와서 이런 책들의 전자책 출판 알림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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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2-06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예술로 대성하지 않아도 음악이든 춤이든 무엇이든 평생 어떤식으로든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책도 우리의 삶을 이렇게 풍요롭게 해주고 있잖아요. ^^
우연 역시도 완전히 100% 우연이 어디에 있겠어요. 우리의 노력과 시간이 만나는 곳이 우연이 아닐까 그런 생각. ^^

라로 2022-12-20 12:15   좋아요 0 | URL
제가 이 댓글을 어찌 못 보고 지나쳤을까요??^^;; 맞아요!! 저도 책 덕을 많이 보는 사람 중에 하나에요.^^;; ˝우연 역시도 완전히 100% 우연이 어디에 있겠어요.˝ 이 말 멋져요. 저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우연은 100%라고 생각했는데,,, 우와 새로운 발견이에요!!^^ 우리의 노력과 시간이 만나는 곳이 어디일지 모르지만 분명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죠?^^

psyche 2022-12-19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양은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허마이니처럼 타임 터너가 있는건가요!! 정말 대단해요. 그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 심포니 오케스트라까지!!!!! 라로님과 H을 보면서 매번 감탄하고 존경하고 반성합니다.

라로 2022-12-20 12:17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어요,, 펀드레이져까지 했더라구요. 그거 하느라 바느질을 하루 종일 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 아이가 시간 쓰는 것을 배우고 싶어요. 저는 아무것도 아닌데 늘 좋게 봐주시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