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제품인 세몰리나* 빵, 통밀 빵은 물론이고 좀 더 정교한 것들도 인기가 있었다. 바삭바삭한 아마레티와 비스코티, 이름처럼 못생겨도 맛있는 브루티 마 부오니, 튜브 모양의 카놀리와 하얀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린 리차렐리, 이탈리아식 타르트 크로스타타, 달콤하고 부드러운 파네토네, 꽃 모양의 카네스트렐리, 과일을 넣은 판포르테 케이크와 초콜릿을 얹은 피그놀라타 덩어리들, 속을 채워넣은 스폴리아텔레를 비롯해 크라코 특제 오사 데 모르티, 즉 ‘죽은 남자의 뼈’ 비스코티도 인기 품목에 속했다.

크라코는 머리 위로 앞치마를 벗어서 천성대로 곱게 접고는 세탁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말 털로 만든 브러시로 바지와 셔츠를 털며 밀가루 먼지가 공중에 날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젯밤에 그놈 뒤를 밟았어요. 밤새도록.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있는 리알토로 들어가더군요. 아시다시피, 거기는 아직도 <가스등>을 상영하잖아요. 벌써 몇 달째죠. 여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어떻게 질리겠어요? 그렇게 아름다운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잉그리드 버그만 얘기다.

머리색은 머피라는 사람과 딱 들어맞는 빨간색이었다.

머피가 주머니에서 사과 한 알을 꺼냈다. 그는 사과를 많이 먹었다. 하루에 두세 개씩. 브랜던은 그래서 머피의 뺨이 발그레한가 보다고 생각했다.

루카 크라코는 호박 파이를 먹었다. 커스터드에는 물가관리국의 엄격한 배급정책 덕분에 달걀이 충분히 들어있지 않았다. 그는 대신 젤라틴을 쓴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세상에……. 물가관리국은 1943년 이후로 버터와 다른 지방류에 대해서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마가린 역시 목록에 올라갔다. 하지만 1년 전인 1944년 3월부터 돼지기름은 배급제에서 풀려났다. 크라코는 기름기가 입술에 배어나는 것으로 보아 파이 윗부분에 돼지기름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현듯 그는 어릴 적 어느 토요일 오후, 동생 빈센초와 어머니 옆에 서서 어머니가 밀가루와 버터로 페이스트리 반죽을 만들던 모습을 지켜보던 것이 생각났다.

"버터만 써야 한다."
어머니는 진지하게 말했다. 덕분에 아들의 빵집에서 만든 페이스트리는 양이 적었고, 더불어 아들의 소득도 적었다. 타협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제가 좋은 빵을 만든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칭찬 같은 건 듣지 않아도 됩니다."

진실은 결코 오만하게 들리지 않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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