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를 단련하는 코치처럼 그는 나를 더 나은 소방관, 더 나은 사람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내 의사 결정 능력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 결정 마비 현상이라는 것은 잘못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마비되어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마비 현상으로 인해 결정을 아예 내리지 않는 결정 누락decision omission상황, 결정을 내리는 시간을 미루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선택 전가choice deferral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너선은 내가 무엇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듣고, 무슨 냄새를 맡는지 자세히 묘사하도록 질문을 계속 던진다.

정답이라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신적 갈등 때문에 숨이 막혀온다.

완전히 긴장을 풀고 편히 앉아 있지만 동시에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안전하고 나른하고 따뜻하지만 동시에 조바심이 나고 신경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난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죽는 사람이 생긴다. 사망자의 숫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덜 나쁜 선택지를 고르는 결정일 터다.?

? ‘가장 덜 나쁜’ 선택지를 고른다는 것은, 어떤 결정을 해도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선택지만 있을 때 그중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쁜 결과가 나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가장 덜 나쁜 선택지를 고르는 길뿐이다.

내가 내린 결정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모든 것이 고정된다.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과 남의 탓을 하는 문화에 힘입어 모든 신문의 표제, 모든 뉴스 앵커의 입, 모든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만일 이랬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순간 내가 내린 결정을 해부하고 또 해부할 것이다.

희생자를 돌보고 싶은 본능과 의무감이 너무 커서 어떤 명령으로도 말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조너선이 고안하는 훈련용 시나리오는 언제나 녹슨 칼로 내 손을 자르기 아니면 내 다리를 자르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든다.

실제는 아니지만 그 초조함, 불확실성, 불편함은 모두 실제로 느껴지는 악몽

나는 내가 아는 사실만을 검토하는 데 억지로 정신을 집중한다. 정해진 원칙이나 매뉴얼은 없다. 나 자신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수밖에.

나는 지금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이 결정을 내린 나 자신을 평생 용서할 수 있을까? 신문, 방송, 법정에서 내가 내린 결정을 반복해서 해부하고 비판하는 것을 견딜 수 있을까?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 내 직업적 평판이 달린 건 물론이고, 내가 이후에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달려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군가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 나의 가브리엘라와 같은 존재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행동은 강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지도자의 자기희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내 결정이 맞지도 틀리지도 않다는 것이 진실이다. 그것은 결정을 피하는 행동일 뿐이다.

나는 더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겁났던 것이다. 그 결정을 피하는 것이 너무도 절박해서 총알을 장전한 총구를 돌려서 내 머리를 겨냥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사 결정 마비 현상이다.

여느 날처럼 출근을 했는데, 자기에게 재앙이 닥칠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이 자신의 손에 맡겨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소방관, 경찰, 군인, 구급 대원, 의사, 간호사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종종 직면한다. 이런 결정을 날마다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오늘이 바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 번 반복 연습을 하면 그런 본능적인 반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인간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를 의도적으로 유도해내는 것이다.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과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비난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손을 대지 않으면 내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내 삶에서 공부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별거 아니긴 했지만 적어도 공부는 내 것이었다.

특정 행동 방침을 승인하는 명확한 지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런 상황에서는 미리 정해진 절차가 항상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명확한 행동 지침에 따르면 소방관은 살아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한 장화의 절반 이상 올라오는 깊이의 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은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데 작지만 꼭 필요한 톱니바퀴이고, 제임스는 그 기계를 조종하는 수석 엔지니어다.

내 경험상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하거나 도전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평가를 할 때는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의사 결정의 함정decision trap’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관점을 확인해주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모든 여성이 운전에 서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는 고속도로 1차선에서 시속 50킬로미터로 운전하는 여성이 보이면 ‘그럼 그렇지!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니까!’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도로상에서 제대로 운전하고 있는 다른 모든 여성들은? 그리고 바보처럼 운전하는 남성들은? 자신의 편견을 확인해줄 증거만을 찾기 때문에 그런 것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

책임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지는 데 집중하느라 사건 자체를 더 자세히 파악할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지휘관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상황 인식, 즉 머릿속에 그려진 사건의 전체적 구도에 바탕을 두고 있다.

확증 편향을 가질 경우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부합되는 정보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만을 얻는다. 터널 시야에 갇히면 상황의 한 부분에만 집중을 하고 전체를 보지 못한다. 단서 하나만 쫓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 영향을 준다. 자신이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더 받을수록 정보 처리 능력이 줄어든다.

현장에 투입될 소방 구조대의 최상급 지휘관들은 새로운 역할에 수반되는 모든 임무와 높은 직급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감당할 마음가짐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휘 기술(인지적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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