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헛기침을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성큼성큼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쪽에서는 또다시 짐을 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만하게 명령을 내리는 듯한 공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서두를 일이 있을 때면 하인들에게 그런 말투를 썼다. "레이디 제시카께서 중앙 홀에 있다. 즉시 가서 도와드려라."

"아니에요. 공작님은 결혼한 적이 없어요. 내가 공작님의 유일한…… 배우자죠. 그의 후계자로 지정된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제시카는 말하면서 자신의 말 속에 자부심이 숨어 있음을 느끼고 속으로 조소를 머금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뭐라고 했더라?정신이 몸을 지배하며 몸은 그에 복종한다. 정신은 스스로 명령하며 저항과 맞부딪친다. 그래, 요즘 들어 난 점점 더 많은 저항과 부딪치고 있어. 혼자 조용히 묵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제시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사기극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거지?’ 그러나 베네 게세리트의 방법들은 원래 기만적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에 저항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분’이 아니라면 나를 죽이는 도구로 사용되겠죠." 제시카는 느긋함을 가장하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전투에서 베네 게세리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그렇게 무서운 존재로 만들어주는 게 바로 그 느긋함이었다.

메입스가 칼을 내렸다. "부인, 예언과 함께하는 삶이 너무 길어지면 계시의 순간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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