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페렉은 "빵부스러기를 찾아 바닥을 쪼는 비둘기"의 행위가 독서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봤다. 책을 읽을 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표시하고 접어두고 메모하고 다시 찾아보는 독자의 행동을 비둘기의 쪼기와 비슷하게 본 건데 동의한다.

당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 당신의 삶을 이야기로 파악하라.

어떤 교섭 자리든, 그게 살구든 치즈든, 포도주든 휴대폰이든 로켓이든 결정권은 상업 관련 전문가, 상경대 출신들에게 있다. 세상 모든 협상 테이블에는 상경대 출신들이 교섭위원으로 앉아 있다. 비교섭위원인 나머지 인류에게 교섭 테이블은 절대 가닿을 수 없는 독립된 세상이다.

그가 직장일 외에 마흔여섯 살까지 한 일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그는 비록 큰 일은 못하고 살았을지 몰라도 적어도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데는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디젤 사륜구동차를 몰고 종이와 빈 술병을 섞어 버리거나 유리병 수거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등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을 파괴했다.

두 번째로 그가 일생에 걸쳐 한 일은 많은 여자들과의 하드하고 프리한 육체적 관계 맺기다. 여자들에 대한 그의 기억은 대부분 섹스다. 그는 내가 보기엔 "자기야, 우리 그동안 너무 머리를 많이 쓰고 살았으니까 이제부터는 생식기만 생각하고 살까 봐"와 같은 태도로 생식기에 집중한다.

그의 뇌는 오럴과 생식기의 기억으로 가득하다.

세상을 구강기로 표현한다. 텔레비전 프로는 온통 먹는 방송뿐이다. 온통 입만 보여준다. 세상은 구강기로 변했다. 하여간 그는 사랑에서 섹스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섹스에서 사랑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성기와 페니스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은 내가 상대방과 맺는 관계 자체다.

캅토릭스는 자아존중감과 관련 있는 호르몬, 일명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문제는 이 약을 복용하면 리비도를 상실하고 불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에게 발기의 문제가 발생한다.

‘셀카’. 플로랑클로드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애인 카미유를 찍은 사진은 그에게 두 장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때는 삶을 즐기느라 셀카를 찍는 데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었다. 그때는 사람들이 셀카보다 실제 삶에 더 치중했다.

‘여행’. 미셸 우엘벡의 입에서는 이렇게 표현된다. "바야흐로 구매력이 한층 상승한 신흥산업국의 월급쟁이들이 럭셔리 관광이든 대중 관광이든 각자의 처지에 맞춰 유럽에서 돈을 쓰고 싶어 하는"33 일.

사랑이 도파민과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의 문제가 되면서 신비로움을 잃었듯 행복의 처지도 비슷해졌다.

뉴스에 한 줄도 나오지 않는 실직, 소리 소문도 없는 구조조정, 노후 대비, 사랑, 인간관계…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린 삶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아, 재미없어"라는 말에는 안개처럼 자욱한 짙은 우울이 깔려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었던 사스의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던 원인 중 하나도 시장성 면에서 백신이 한번 먹기 시작하면 일생 먹게 될 수 있는 항우울제와 비교가 되지 않아서였다.

클레르는 모든 일이 잘 안 풀리는데 오로지 부동산에서만 짜릿한 기쁨을 맛보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에어프랑스 추락 사고로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어머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던 그녀는 어머니의 값비싼 아파트를 상속받았다. 그 시절 클레르에게 힘이 된 것은 일의 보람도 사랑의 마법도 아닌 점점 가격이 치솟는 부동산의 마법이었다. 그의 사랑이 아니라 부동산의 가격 폭등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 이제 돈은 과거에 사랑이 하던 역할을 거의 대체하고 있다. 한 사람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자신감 넘치게 하고, 안정되게 하고, 자다가도 웃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신비로운 아우라로 감싸는 그 불가해한 수수께끼 같은 일을 돈이 다 한다. 사랑이 아니라 돈이야말로 초월적인 존재다.

기업별로 언론사가 친기업적인 기사를 쓰도록 홍보부를 가동하고 ‘레이첼 카슨에 대처하는 법’이란 소책자를 내기도 했다. 기업들이 레이첼 카슨을 공격할 때 쓴 전형적인 논리는 그녀는 박사도, 대학교수도 아니고 세계 유수의 과학저널에 논문 한번 낸 적 없는, 달랑 석사학위만 하나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라는 점과 그녀가 이성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녀는 새를 좋아한다, 그녀는 자연의 조화를 선호한다, 그러므로 그녀는 낭만적이고 감상적이고 소녀 취향이다. 그녀의 책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감정이 이성을 앞선 것으로 히스테리에 가깝다. 기업들과 결탁한 저명한 남성 전문가 그룹은 생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슬쩍 성 문제로 바꿔놓았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변화로 잃을 것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감정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감수성은 조롱당할 일이 아니라 도덕적, 미학적 능력이다. 감수성의 반대말은 불감증이다. 정확히 말하면 도덕적 불감증이다.

자연이 복원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우리가 없으면 더 잘 될 것이고 우리가 있다면 복원 속도는 파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 같은 핵심적인 문제를 이윤 추구가 가장 큰 관심사인 다국적 회사의 손에 맡기고 안심하고 사는 셈이다. 앞으로 이런 회사들과 미국의 거대 농업지역은 식량위기 상황에서 이윤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을 기아에 시달리는 나라들과 나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한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영화든 드라마든 음악이든 책이든 전공이든 연애든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숱한 대화 자리들이 있다. 진짜 관심?이를테면 성공이나 돈, 커리어?은 교묘하게 숨긴 채 말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에나 필요한 장식품에 불과한, 그런 맥 빠진 대화 자리.

사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사느냐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삶을 만약 선물이라 하면 이상한 선물이다. 우리더러 채우라고 주어진 텅 빈 선물이다. 비어 있으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고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 없는데 있어 보이고 싶은 것, 없는데 있는 척하는 것을 허위의식이라고 부른다면 허위의식은 우리 운명에 깊게 새겨져 있다.

가끔은 인생에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사는 것같이 살아보고 싶다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호흡이다. 호흡은 따뜻하다. 호흡처럼 입에서 나오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말, ‘살아 있는 말’뿐이다. 살아 있는 말은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 알고 싶다는 갈구에서 나온다. 죽은 말은 텅 빈 말이고, 텅 빈 말은 그 안에 아무런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죽은 말은 우리를 살아내도록 돕지 않는다.

그는 실망했다. 알게 모르게 무기력해졌다. 덕분에 그는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사랑에 있어서나 일에 있어서나 위기에 처했고 그는 이것을 감정적 동절기라고 불렀다.

여기서 잠깐,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상이 있던 사람이 이상을 잃으면 그것은 현실이라고 불린다. 반대로 이상이 없던 사람이 이상을 갖고 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평범했던 사람이 경이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런 단어가 있을까? 그것은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그 좋은 단어 ‘기적’.

양계장에 발을 들이면 […] 일상적으로 공포에 질려 있는 닭들의 눈빛에 충격을 받는다. 공포에 사로잡힌 그 이해불가의 시선, 어떤 동정도 요구하지 않고 그럴 능력조차 없으며 단지 영문을 몰라 하는 시선, 자기들에게 부과된 생존 조건에 영문을 몰라 하는 시선이었다.

영원한 밤은 수수께끼다. 왜 다른 것이 아니라 그것인지, 우리의 영원한 기억은 어슴푸레한 수수께끼 속에 있다.

수평아리 이야기는 계사 농장 노동자로 일했던 『고기로 태어나서』의 저자인 한승태 씨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병아리 부화기의 냄새를 최루탄에 라면 수프를 섞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누군가 한계를 뛰어넘으면 우리는 인간 한계를 극복했다고 말한다. 이 한계를 뛰어넘는 속성 때문에 자유, 해방, 탈출, 탈주, 초월, 창조라는 단어들이 나왔고 문화, 예술이 나왔다.

사랑은 존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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