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한 바퀴를 돌며 그늘이 진 조각들과 벽의 깨어진 틈, 그리고 우묵하게 들어간 창문들을 바라보았다. 전혀 시대에 맞지 않는 이 거대한 홀은 베네 게세리트 학교에 있는 ‘자매의 홀’을 생각나게 했다. 그러나 자매의 홀은 따스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차가운 돌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라킨이라는 이름은 듣기에도 좋았고 전통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카르타그보다 더 작은 도시라 방어를 하기도 그만큼 쉬웠다.

제시카는 자기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두 물건의 포장을 먼저 푼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그러한 행동에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황제의 혈통보다도 더 황족 같아 보였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공작의 눈길 때문에 반쯤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옆모습이 드러났다. 공작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단순히 어느 한 가지 특징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학교의 평신도 자매들이 그녀를 ‘말라깽이’라고 불렀다던 바이어들의 얘기를 기억했다. 그러나 그 표현은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었다. 제시카는 아트레이데스의 혈통에 제왕처럼 품위 있는 아름다움을 되돌려주었다. 그는 폴이 어머니를 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칼라단 성의 열쇠를 식당에 걸어놓으려고 여기 왔을 뿐이오."
그녀는 움찔하며 팔을 뻗어 공작을 잡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열쇠를 거는 것, 그 행동에는 뭔가 종지부를 찍는 듯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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