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제품이지만 품질에 자신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볼 일은 핵심 고객층에게 상품을 경험시켜주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샘플링이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 맛을 보면 맛을 아는 샘표간장"

"할머니 허리 굽은 것은 장독대 탓, 어머니 허리 안 굽은 것은 샘표 덕

왜간장은 메주를 쓰는 조선간장과 달리 콩 단백질을 분해해 만든 아미노산액에 간장 원액을 섞어 만드는 방법으로 생산했는데, 상대적으로 숙성기간이 짧고 비용이 덜해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개량간장은 다시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효소분해간장, 혼합간장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를 닦는 것을 왜 양치養齒라고 할까? 옛날에는 치약 이전에 소금으로 이를 닦았다지만 소금도 귀한 것이었기에 그전에는 그냥 물로 입을 헹구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때로는 가는 모래를 소금 대신 쓰거나, 나뭇가지를 얇게 만들어 지금의 이쑤시개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이때 버드나무 가지가 주로 쓰였는데, 끝을 솔처럼 뭉개서 이를 닦기도 했다. 여기에서 버드나무 가지를 뜻하는 ‘양지楊枝’에 행위를 가리키는 접미사 ‘질’이 더해져 ‘양지질’로 칭하던 말이 점차 세월이 흐르며 개념이 변해 치아를 닦는 일이니까 ‘양지’에서 ‘양치’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전 국민이 치약으로 이를 닦기 시작한 지는 이제 60년 정도 된 셈이다.

소금 양치질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준 주인공이 ‘럭키치약’으로, 1954년 ‘락희화학’에서 만든 최초의 국산 치약이다.

칫솔은 이미 1952년부터 만들어 팔고 있었다.

최초의 국산 제품이었기에 당당히 한글로 ‘럭키치약’이라고 써서 자신 있게 시장에 내놓았지만 처음에는 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미국 원료, 미국 처방, 독일 기계로 만들어 품질이 미제와 똑같은 럭키치약"이라는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역시 이때는 ‘미제’라는 말이 먹혔는지, 본격적으로 럭키치약의 질주가 시작된다.

럭키치약 덕분에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집집마다 치약과 칫솔이 함께 놓이기 시작했다.

치약을 팔기 위해 TV·전축·미싱·라디오 등이 경품으로 등장했는데, 그중에 우일화학은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걸기도 했다. 치약에 다이아몬드까지 경품으로 줄 정도라면 당시 판매 경쟁이 얼마나 심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럭키치약은 앞서 살펴본 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LG그룹을 낳은 훌륭한 산파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페리오와 죽염 등 또 다른 장수 브랜드의 기원이 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양치질을 보급함으로써 전 국민의 치아건강에 이바지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아침저녁으로 이를 닦을 때 가끔씩은 럭키치약을 떠올릴 듯하다.

난닝구보다 한 세대 더 앞선 단어로 ‘메리야스’가 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한때는 내의를 만드는 회사 이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던 말이었다. 러닝셔츠를 비롯한 남자들의 속옷 상의를 가리키던 이 말은, 그 유래를 찾다보면 뜻밖의 사실에 놀라게 된다. 우선 일본말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저 멀리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어 ‘메디아스Medias’ 혹은 포르투갈어 ‘메이아스Meias’가 일본을 통해 전해지면서 일본식 발음이 더해져 지금의 메리야스로 불리게 되었다. 게다가 이 말은 상의나 내의와는 관계가 먼, ‘양말’ 또는 ‘스타킹’에 가까운 뜻을 가지고 있다. 어쩌다 지구 반대편 스페인에서 건너온 말이 그나마 원래 뜻과도 다른 말로 쓰이게 된 것일까? 구한말 유입되기 시작한 서양식 복식과 194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토종 내의 기업들의 역사를 들춰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실을 가로와 세로로 교차시켜 만든 ‘직물’ 대비 편물은 신축성과 탄력성이 좋아서 잘 늘어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크고 작음의 ‘대소’ 앞에 ‘없다’는 뜻의 ‘막莫’을 붙여 ‘막대소莫大小’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 ‘크기에 관계 없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는 이 말은 우리나라에도 전래되어 메리야스 공장 이름에 ‘OO막대소’식으로 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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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2-04-13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군요!

라로 2022-04-14 16:47   좋아요 0 | URL
이 책 아주 재밌어요. 종이책이면 읽으시라고 보내드리고 싶은데 전자책이라.. 아쉽
우리가 일상에 접했던 다양한 제품들의 이야기를 ‘좀 더 심도있게 다룬 책이라 그런지
무척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