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의 죽음 1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인 2월 14일에 일을 하러 갔는데 내가 맡게 된 사람이 린다였다. 그날의 내 사수는 L이라는 간호사인데 나이가 64세라서 내년에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베테랑 간호사였다. 그녀는 성격이 온순한 사람이라 나는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좋다. 경험도 풍부한데 성격도 좋아서 조근조근 잘 가르쳐준다. 특별히 차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내 라이센스가 무사한지 등등.ㅎㅎ


린다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2월 10일에 M이 맡아서 중환자실로 들어오는 것을 도와줬던 욕쟁이 할머니구나 생각을 하고 저 할머니가 나에게도 욕을 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 걱정을 했더랬는데 막상 병실에 가니까 린다는 욕을 하기는 커녕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영어로는 lethargic이라는 상태인데 한글로는 아무래도 무기력한 상태라고 하는 것이 기면 상태라는 것보다 맞는 표현같다. 


그날 낮에 일했던 간호사에게 리포트를 받는데, 그녀가 어떻게 응급실로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중환자실로 오게 되었는지, 그날 하루 자기가 어떤 간호를 했는지 등등. 하지만 내 귀에 들리는 소리가 무슨 늑대소년이 중환자실에 왔다는 소리처럼 들리는, 내 귀와 눈을 의심하게 되는 얘기들 뿐이었다. 


린다의 피부에는 욕창은 없지만 (병원에 2월 10일에 왔으니 욕창이 생기면 안 되지!) 온 몸이 Petechia라는 피부 증상으로 뒤덮혀있고, 더구나 팔과 다리는 커다란 수포가 터지거나 부풀어 있어서 xeroform으로 휘감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수포가 터진 자리에서 진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weeping이라고 얘기하는데 weeping이 너무 심해서 침대 커버 위에 Chux Pads를 계속 바꿔줘야 했다. 간호하면서 상처를 많이 봤지만, 린다의 몸처럼 다양하고 설명하기 힘든 상태는 처음이었다. 손과 발은 타다 남은 보라색의 나무 토막을 연상시켰다. 어떻게 저런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에 오게 되었지? 팔꿈치는 나무 껍질처럼 보였는데 인간의 피부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에 경악을 했다. 그런데 10마리의 고양이와 살아서 그런지 오픈되어 있는 상처에는 고양이 털이 함께 달라 붙어 있어서 상처에서 털이 자란 것처럼 보였다.


발톱은 무좀이 심했는데 관리를 안 해줘서 사람의 발톱이 아닌 언젠가 봤던 타조의 발톱처럼 보였다. 왜 내가 이런 사람을 맡게 되었는지 순간 간호사가 된 것에 회의가 들었다. 예전에 비만인 환자를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 환자에게 왜 이렇게 살았냐고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린다는,,,것보다 더 심했다. 손끝도 대기 싫었지만, NS로 상처를 씻기고 xeroform으로 모든 상처 부위를 다시 둘러줬다. 


이제 겨우 64살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망가졌을까? 남자도 아닌 여자가?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응급실 자료부터 살펴봤다. 그녀는 혼자 살면서 말 조련사의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직업란에 적혀 있었다. 혼자 살고 있는데 쓰러져 있는 것을 이웃사람이 발견하고 911에 전화를 해서 구조가 된 것이다. 구조를 했던 EMT의 기록을 보면 집안에 들어갔더니 집안은 고양이 모래 박스로 뒤덮여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모래 박스는 치우지 않아서 고양이 똥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 위에 그녀가 쓰러져 있었던 거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기괴한 장면이다. 자세히 나오지도 않았는데 읽으면서 구토 나올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우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검사를 하니 그녀는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급성 심근경색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급하게 조치를 하고 살렸지만, 심장 리듬이 A-fib으로 변환이 된데다가 혈압이 급속하게 떨어져 혈압 상승제를 맞아야 해서 중환자실로 오게 된 것이다.


중환자실의 간호사가 2명의 환자이상 보기 힘든 이유가 2시간마다 환자를 체크해야 하고 린다처럼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한 시간마다 neuro check를 해야 한다. 나와 내 사수는 그녀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그녀를 흔들어 깨우고 이름을 부르고, 눈동자를 검색하고 했는데 새벽이 되면서 그녀의 반응이 점점 이상해졌다. 이름을 부르면 눈을 뜨던 린다가 이름을 불러도 아프게 젖꼭지를 꼬집고 가슴을 주먹으로 문질러도 눈을 뜨지 않고 신음만 했다. 역시 베테랑 간호사답게 내 사수는 린다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가 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ABG 오더를 받아 실시하니 헤모글로빈 수치가 4.5였다. 몸에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100%라고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산소를 의심하지 않았는데 좀 놀랐다. 더구나 L이 아무래도 린다가 오래 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나는 아직 초짜라 그런지 그런 것은 안 보이고 그저 징그럽다는 생각만 했는데....


어쨌든 L 덕분에 린다의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감지할 수 있었고 MRI, CT등을 찍고, 피도 수혈 받고 등등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오더에 넣었다. 그것을 아침 담당인 간호사 J가 실행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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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린다의 죽음 3
    from 라로의 서랍 2021-02-17 15:09 
    우리 병원 차지 널스들의 좋은 점은 오늘 내가 본 환자를 내일도 내가 일하게 된다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환자를 만나면 그 환자에게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간호 경력이 오래 되어도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간호사의 스케줄은 인계 받자마자 정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더구나 나처럼 초짜는 의사의 오더 보고, 랩 결과 보고, 무슨 약을 줘야 하는지 보고, 환자 신체 검사도 자세히 해야 하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