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아이즈 님의 책 [엄마의 뜰]을 자기 전에 읽고 있다. 첫 글인 <어머니의 뜰>부터 할 말이 너무 많고 밑줄을 줄줄이 긋고 더구나 <아버지의 강>을 읽으면서는 내 친정 엄마 생각이 나서 오열 하면서 읽고 있는데 나중에 하나 씩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중 <고봉의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제목만 보고도 많은 분들이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글이 다크아이즈 님의 진심에서 우러난 글이라는 것을 얼마 전 다크아이즈 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신 것을 계기로 알게 되었다. 많이 바쁘신가 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카톡으로 보내주셨는데 시장 보고 전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위 가면 전화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은 것이 기억났다!!! ㅎㅎㅎㅎ 그러니까, 이 글 뿐 아니라 이 책에 있는 모든 글들은 언니가 직접 겪고, 생각하고, 느낀 것이라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위가 오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바빠집니다. 평소 남편과 아들에게는 바쁘다는 핑계로 라면밥이나 해주고 시중 김밥으로 때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딸내미 내외가 온다는 소식에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영끌'해서 없는 솜씨를 발휘합니다. 며느리든 사위든 내 집에 든 귀한 손님이라는 생각에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은 거지요. 보통 때는 그리 즐기지 않던 고기 메뉴에다 밑반찬까지 신경씁니다. 밥그릇은 기존의 미니 밥공기가 아니라 좀 더 큰 그릇으로 세팅합니다. 당연히 고봉밥을 담습니다. 혹여 체면치레라도 할까 봐 처음부터 가득 푸는 거지요. 그래야 마음이 놓이고 편안해집니다. 그 옛날 할머니의 밥 많이 퍼라, 라는 말씀이 DNA처럼 대물림 되는 것이지요. 


p. 53-54


이렇게 글과 행동이 일치하는 수필을 나는 사랑한다. 


아무튼, 그 글을 읽으면서 내 미국인 사위 생각이 난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딸아이가 일 년 중에 가장 좋아하는 날이 크리스마스다. 땡스기빙에 사위와 함께 오려고 했는데 학교 스케줄도 안 맞고, 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엘에이에 오면 이주 격리를 해야 하고 또 돌아가서도 이주 격리를 한다고 해서 못 왔는데 이번 크리스마스도 올 수 없을 것 같다. 딸아이가 혼자라도 오겠다고, 사위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하지만, 코로나 환자가 12월에 가장 많아질 거라는 보도가 있어서 11월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 


딸아이 내외가 오면 나는 고봉밥을 퍼주기는 커녕 주로 한국 식당에 데려가서 사위가 좋아하는 갈비를 사준다. ^^; 첫날 아침은 만들어 주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시리얼을 먹든 뭘 먹든 각자 해결하는 식인데 언니의 책을 읽고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마음에 안 들었지만, 결혼 하고 나서는 귀한 사람인데.... 더구나 내가 사위를 푸대접 하는 것은 딸아이에게 너무 잘못하는 짓인데! 친정 엄마도 내가 남편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셨지만, 사위가 된 후로는 다크아이즈 님처럼 지극정성으로 대접해주시고 늘 고봉밥을 주셔서 내가 오히려 핀잔을 줬었는데...... 그러니까 사위에게 고봉밥을 주는 것은 사실 사위 사랑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딸에 대한 사랑의 표현인데! (나는 그렇게 해석) 깊이 반성!!!!!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이 올 수 없을 것 같지만, 다음에 오면 고봉밥도 담아주고 갈비도 내가 직접 재워서 만들어 주고 싶다. 아침도 정성껏 만들어주고, 돌아가는 날까지 나도 사위와 딸을 위해 정신없이 대접해야지. 모든 일정은 사위와 딸아이가 와 있는 동안은 올 스톱!


근데 '영끌'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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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0-12-04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책 읽고 있는데 딱 절반 읽었네요. 글 중에 알라딘 여걸 파이브 얘기도 나오고 ㅋㅋㅋㅋㅋ 잼미있습니다..

2020-12-05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0-12-04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서 란 뜻이에요. 한국에선 젊은 사람들이 집 사는데 이말을 써요. 영끌로 돈을 바득바득 긁어 모아 집을 구입한다고. 웃픈 이야기랍니다. ㅡㅡ
라로님은 왠지 존재 자체로 사위분이 좋아할 것 같아요. 글고 요즘 사람들은 고봉밥 안 좋아해요 ㅋㅋ

라로 2020-12-05 07:36   좋아요 0 | URL
그런 뜻이군요!!!ㅎㅎㅎㅎ 요즘은 말을 어떻게 잘들 줄여서 쓰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예전엔 그래도 잘 들어맞았는데 요즘은 너무 많으니... 암튼 저도 고봉밥 안 좋아해요. 그래서 친정엄마가 남편에게 매번 고봉밥을 주실때마다 뭐라고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시면 그런 마음이 대물림 되는 것을 이해하시게 될 거에요. 작가도, 작가의 어먼미도,,, 암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그리고 제 사위는 저와 같은 이유로 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딸아이 때문에 사위를 좋아하는 것처럼 사위도 딸 떄문에,,,쿨럭 딸이라는 공통 분모. ㅋ

2020-12-05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