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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파는 건가요?
임창섭 지음 / 들녘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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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파는 건가요?>는 미술 평론가가 썼지만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복잡한 미술 이론서도 아니고,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특정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서도 아니다. 화랑의 기획자기도 한 저자가 화랑에서 일어난 일을 유머스럽게 곁들이면서 일반인들이 미술을 쉽게 이해하도록 들려주고 있다.

턱없이 높고 어려운 화랑이나 미술관에 누구나 선뜻 가보고 싶도록 가볍고 유쾌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잘못된 인식을 무너뜨리고자 배려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 사람들이 유아기에 아무런 이유나 지식없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종이에 나타나는 선이나 색깔들이 마냥 신기하여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색을 칠해간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존재들을 그려 나가게 된다. 엄마 아빠의 얼굴을 생각 나는대로 표현하고 꽃과 나무와 무지개를 그린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함께 하던 미술이었다. 그런데 청소년기에 접어 들어 시험과 직결되면서 미술은 멀어지고 만다. 더 나아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미술이란 일정 사람만이 표현하는 어떤 특정한 세계로 자리 잡는다. 또 미술을 소개하는 화랑은 특수 계층만이 누리는 그런 문화 공간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란 삶의 여유나 사치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그림이나 미술품 앞에 마음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신분이나 격식을 앞세운 돈으로 서게 된다. 정말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 그림을 포함한 미술 작품들은 대개 이렇다. 또 방송 드라마에서 화가는 베레모를 삐딱하게 쓰고 턱수염도 자주 손질하지 않아 다소 지저분한 듯한 모습으로 나온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래야만 하는 특별한 그림이고 미술일까? 저자는 말한다. 내 아이들이 그린 그림부터 집에 걸어 보라고. 우리 생활에서 그림은, 미술은 이렇게 생활과 함께 한다고 일러 준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대체 그림이 뭐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그림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조목 조목 짚어 나가 "그렇지 그림은 그런 거야"하는 동조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왜 그림을 사는 거지?' 에 이어 '누가 그림을 팔지? 어떻게 그림을 사야 하지?'로 끝을 맺는다.

첫장에서는 미술 앞에 선뜻 다가서게 하고, 둘째장에서는 마음을 열어 미술과 대화하게 하며, 셋째장에서는 대화를 통하여 마음에 스며든 그림을 사랑하게 한다. 마지막 장은 미술과 함께 생활하는 살가움으로 맺는다.

책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감동도 자못 크다. 우리나라 미술 수집가 간송에 대한 이야기는 큰 감동이다.

...성북동에 자리잡은 아담한 미술관이 하나 있다.이름은 간송 미술관. 이 미술관의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품 수집가였다.그는 일제시대에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우리의 문화 예술품마저 외국으로 팔려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을 털어 수많은 서화와 도자기,불교 미술품 그리고 서책을 수집했다.

1943년에 안동에서 당시 엄청나게 큰돈인 1만 1천원을 주고 산 훈민정음 원본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창제 원리를 알 수 있게 했고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난국초충문병'은 치열한 경매끝에 거금을 들여 구입하면서까지 아름다운 청자 모습을 지켜낸 덕에 보물 제 241호로 지정되었다.

만약 간송이 수많은 문화예술품을 수집하지 않아 모조리 흩어졌더라면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은 강화도 와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던 300여책 어람용의궤(왕실행사기록)류를 약탈해 갔다. 이 책은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한때 프랑스 대통령이 반환하겠다는 약속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당하게 가져간 것도 아니고, 한 국가의 귀중한 재산을 약탈해갔으면서도 온갖 이유와 변명으로 반환을 미루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간송이 한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지 알 수 있다.<간송 미술관과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 책속에서>


저자 임창섭은?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했으며, 청암미술관 부관장을 역임했다. <현대 공예의 반란을 꿈꾸며> <꿈을 그린 추상화가><비평으로 본 한국 미술>(공저) 등의 저술과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호호탕탕-일월영측’, 달리는 전동차 미술관 ‘WoW Project’, ‘Dream Metro’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고, 현재 노화랑에서 기획실장으로 있으며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간송이 전해주는 감동만으로도 이 책은 더없이 가치 있다 하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숨어있는 감동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피카소나 이중섭의 그림들이 고액 경매가를 갱신하는 비밀 같은 이야기들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흔하게 접할 수 없던 미술과 관련한 뒷이야기들도 아주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전해주는 그런 책이다.

미술은 특정 계층만의 것이 아니다. 유아기에 누구나 쉽게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미술이다. 또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공감이다. 이 책은 그걸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림을 포함한 모든 미술품은 더이상 특수계층만의 것이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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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품은 더이상 특수계층만의 것이어선 안된다> 이 말에 공감해요. 어려서는 누구나 그림을 그려요.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러나 언젠가부터 미술은 점점 특수 계층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죠. 사실, 저도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러나 관심을 갖고 보려고는 하지요.

님 리뷰가 이제 총 11편이지만 분야도 참 다양해요^^. 미술, 환경, 문학, 과학 등등등... 비로서 님의 11작품을 모두 읽었습니다. 님이 어떤 분이신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좋은밤 되세요^^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생명의 온기 가득한 우리 숲 풀과 나무 이야기
이유미 지음 / 지오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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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지오북)는 국립수목원 연구관 이유미 박사님이 일간지에 연재하였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들과 풀 이야기입니다.

2년간에 걸친 계절의 변화 속에서, 계절별로, 다시 날짜별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마침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날짜별로 묶은 것은 돋보입니다. 나무와 풀들의 고단수적 생존 전략은 우리가 알았으면 좋을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누구나 쉽게 알고 있는 백목련이나 개나리, 질경이 등의 숨겨진 이야기들부터 천남성이나 천선과 같은 다소 낯선 이름들의 식물들까지, 알고 지나가면 좋을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들여다보고 알아지는 만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 나무의 이름을 부를 때는 주의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목련과 백목련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나무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입니다. 까치와 까마귀가 같은 까마귀과에 속해있지만 다른 종(種)이듯이 말입니다.

더 흔하고 유백색의 꽃을 피우는 것은 중국이 고향인 백목련입니다. 그냥 목련(왜, 우리 목련 앞에 '그냥'이란 글자를 붙여가며 설명해야하는지 조금은 답답합니다)은 제주도가 고향이며, 육지에도 더러 심기는 하지만 흔치않은 나무입니다. 백목련보다 더 일찍 꽃이 피고, 꽃 색깔이 더 희지요. 목련이란 우리 이름을 두고 '고부시'란 일본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억울한 나무입니다.

(‘백목련은 왜 북쪽을 향하여 필까?’ 중에서 12~13쪽)


'봄이면 무리지어 환하게 피어나는 개나리꽃에 암수가 있다고? 열매도 당연히 있다고?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흔히 보아왔던 개나리꽃 대부분이 수꽃이라니? 복제품이나 다름없는 수꽃에 불과하다니?'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해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눈이 아리도록 개나리 줄기 헤집어 본적도 있습니다. 저자 역시 해마다 되풀이하는 짝사랑이라고 하는데 저도 그만 이제나마 짝사랑이 움텄습니다.

이렇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읽어 나가는 동안 아차 싶고 감탄할만한 내용들로 가득 찼습니다.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짝사랑을 시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이면 즐겨 먹던 옥수수 암꽃과 수꽃의 놀라운 비밀 시간차 작전, 대추나무를 왜 시집보내야 하는지, 밤송이가 무수한 가시 속에서 영글어 가는 이치, 도토리의 맛이 왜 떫어야 하는지, 고운 가을 열매들이 대부분 시거나 맛이 없는 이유를 통하여 식물들의 고단수적 생존 전략을 아찔하도록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나뭇잎 다 떨구고 혹한 속에서 다음 봄에 찬란히 피워 낼 꽃 싹을 미리 준비하고 겨울을 의연히 버텨내는 나무들에게서 역경을 이겨내는 강한 생명력을 배웁니다. 계절별로 들려주는 편지글을 통하여 인간과 함께 해 온 나무를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봄이 오는 산에 쌓인 눈 녹이며 가장 먼저 피는 앉은 부채. 씨앗만으로 부족해 가을날 시들어가며 잎끝에 새끼를 낳는 처녀치마. 꽃가루받이 곤충위해 나선 모양으로 꽃피우는 타래난초. 암벌이 수꽃을 찾아가면 살지만, 암꽃을 찾아가면 암벌은 죽고 천선과 나무는 열매를 맺는 엇갈린 운명. 살 길 찾아 길로 나온 질경이의 비밀…"

관심 두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으로 느껴진다지요. 이 책과의 만남은 제게는 치명적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들고 펼쳐보는 그런 글들이 되었고, 이미 연필로 줄까지 그어 가며 볼만큼 새겨 보았음에도 다시 펼쳐 줄을 그어 새겨두고 싶은 식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이야기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공원에 나가서 들려주기 위하여 열심히 다시 펼쳐보게 되는 그런 글들입니다. 볼 때마다 새롭게 열리는 나무와 풀들입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나무나 풀들을 일년 내내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나무나 풀들이 지천으로 가득한 시골에서 자라났음에도 모르고 살아 온 이야기들이 더 많다는 걸 비로소 알았습니다. 진즉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저자와 같은 일을 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나무나 풀들에게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리하여 일년내내 관심이 돋고 눈길이 항상 머무는 그런 나무와 풀들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바라보는 나무와 풀이었으면 싶습니다. 하여 조금씩이라도 더 알아지고 그 알아진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파수꾼이 많아졌음 하는 그런 작은 바람도 감히 가져봅니다.

어쩌면 자연은 한쪽에서 무모한 인간들이 개발이라는 남발로 마구 훼손해도, 이 책의 저자 같은 분들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 그나마 베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봄에 다시 꽃피우고 싹틔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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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달 2005-05-0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미님의 '숲으로 가는 길'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축하합니다..

미네르바 2005-05-0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식물을 좋아하는 부용님이 먼저 인사를 하셨네요. 저도 축하합니다.(너무 늦은 축하가 되었군요.) 저야말로 꼭 읽고 싶은 책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일단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조만간에 읽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밥하기보다 쉬운 글쓰기
전영주 지음 / 여름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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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쉬우면 밥하는 것보다 쉬운가. 이 책의 독자 중 주부인 분들은 밥하기가 처음부터 쉽지 않았음을 잘 안다. 밥물 맞추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진밥도 됐다가 된밥도 됐다가 삼층밥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지금은 척 보고도 밥물을 맞추는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주부작가가 되는 것을 쉽지 않게 하겠지만 글쓰기로 내 인생을 만들어 나감을 즐기며 연습한다면 곧 밥물 맞추는 것보다 글쓰기가 더 쉬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줌마가 무얼 한다고, 아줌마가 주책이네, 아줌마 새삼스럽게 글은 무슨 글이야, 아줌마 글 써서 국 끓여 먹을 테야?, 아줌마 살림이나 잘하지…. 저희들 밖에 나가 기를 펴고 살라고 헌신한 이른바 아줌마에게 세상은 왜 다른 생물체 보듯 보고 마는가. 이런 조건에 처한 아줌마로 등단한 전영주 시인이 어떻게 글쓰기 공부를 하였으며, 숨을 골라 글로 다듬어 시인이 되었는지 그 체험담을 들려주며 글쓰기에 용기 있게 다가앉도록 한다.

세상 편견은 그렇다 치고, 내 스스로가 "아줌마인데 뭘~"로 안주하고 말아야만 하는가.

집안일을 하며 틀어 둔 라디오에서는 아이들 재롱에 그저 행복하고 남편의 흉마저도 애교스럽게 말하는 여자들의 수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집안일로 한숨 돌리고 커피 마시며 인터넷의 이런 저런 곳을 향하여 마우스를 클릭한다. 좋은 글에, 좋은 음악에 마음 두어보다가 어느 순간 한없이 부유하는 나를 다시 느낀다. 공허하다. 과연 이렇게 무덤덤하게 살아야만 하는가. 아줌마, 아줌마 과연 집안에 묻혀서 우렁각시가 되어 살아야만 가치 있는 길일까?

그리하여 어느 날 나만의 노트 한권을 마련해본다. 또한, 인터넷의 어느 공간 하나를 열어 본다.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니 너무나 막연하다. 여학생 때는 그래도 문학소녀였는데, 이제는 글 한 줄 쓰기가 어렵고 첫 글 첫 말문을 열기조차 두렵다.'무얼 써야 한다지?' "어떻게 쓰기 시작해야하나?'그래도 무언가 쓰고 싶다. 내마음속에 떠다니는 정체모를 부유물들을 가라앉혀야겠다. 하루하루 일 년 이년 이렇게 무작정 살수만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무언가 마음속의 글을 쓰고자 하여도 막연히 불안하고 자신감역시 없는 우리 같은 주부들이 읽으면 좋을 그런 책이다. 하루하루 그다지 큰 의미 없이 살아지는 날들 속에서 그냥 써보는 글들이 일기 같은 혼자만의 글로 머물든, 시인처럼 글쟁이로 등단하든 마냥 서성이는 내 마음에 무엇이든 적어보고 싶은 그런 꿈틀 이는 것이었다.

작가 역시 어느 주부들처럼 주부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글쓰기 공부를 하며 이겨내었을 장애를 적나라하게 들려주어서 주부인 나에게 와 닿는 것들이 많다. 작가가 제시하는 글을 통하여 주변의 사물이 다시 보이고 새롭게 보인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좋은 글로 날개 달고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간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어 왔는데, 이 책처럼 살갑고 다정한 책은 없었다. 막연하게 무언가 쓰고 싶다면 무조건 쓸 것을 권한다. 아무거나 우선 첫 글자로 말문 열기를 재촉한다. 제목조차 정할 수 없으면 쓰는 동안 자연히 떠오르는 생각을 제목으로 삼으라든지, 글의 구성을 어렵게만 생각하여 망설이는 것보다는 쇼윈도의 옷을 주제로 정하여 어떤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옷과 관련하여 어떤 추억거리가 있었는지, 이런 식으로 달려들어 먼저 써 볼 것을 권한다.

수다를 활용하여 글로 승화 시키는 것, 이미 많이 알려진 동화를 다시 나의 시각에서 써보는 것,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글로 승화시키는 것, 매일 보게 되는 기사에 대하여 나름의 시각을 글로 정리하여 본다든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나 사물의 인상부터 글로 적어 보는 것….이렇게 생활 속 무엇에나 글로 연결 시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하여 체험을 곁들이며 제시하고 있는 방식은 속속 와 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쉽게 제시하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사람은 좋은 글감중의 하나다. 강가의 돌멩이나 숲의 나무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이면서도 저마다 각기 다르듯이 사람도 역시 그렇다.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은 모두다 그 모습이 다르다. 어지 모습만 다른가. 말투와 걸음걸이. 기호도 다르다…….험상궂게 생긴 사람이 놀랍도록 순박한 경우도 있고, 아주 신경질적으로 생긴 여자가 의외로 부드럽고 상냥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은 곧바로 글감이 될 수 있다."

주부로서 어느 날 정체성에 대하여 반문하고, 글쓰기를 시작하여 시인으로 등단한 이 여성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자기 체험의 솔직한 글들은 글쓰기에 관한 어떤 이론보다 더 쉽고 유혹적으로 생활 속속 에서 글감을 찾아 낼 수 있으며,살아가는 자체가 얼마든지 글로 아름답게 피어 날 수 있는 그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한다.

나아가 자신의 글을 활자화 시키는 것이나, 공중파를 통하여 자신감을 얻는 것, 인터넷 관련하여 글을 기고하고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나 사이트도 제시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글쓰기의 유혹에 유쾌하게 순응한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한잔도 언젠가는 멋지게 글로 써보리라. 이렇게 어줍잖은 글일망정 바쳐 보는 열정에 대하여 기록도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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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 리뷰는 지난번에 읽었어요. 후후~ 저도 당장 사서 읽고 싶어졌는데, 알라딘에는 품절이라고 나오더라구요. 동네 큰 서점에 전화했는데, 역시 재고가 없다고 하고요. 다행히 도서관에는 있네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싶어졌어요. 저도 님처럼 글쓰기의 유혹에 유쾌하게 순응되고 싶어지네요^^

필터 2005-05-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헌책방서 샀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쓸 수 있다...이 책만큼 절실하게
만드는 책도 없더군요...^^*
 
너희가 책이다 - 청소년,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허병두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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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한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너희들 스스로가 한 권의 책이 되어라. 여러분 모두가 한권의 책이다. 여러분 스스로 아름답게 만들어 가기 바란다. 그래서 내가, 또는 누군가가, 또는 스스로가 자신을 펼쳐 볼 때 맑고 아름다운 내용들이 향기롭게 펼쳐지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책, 이제 각각 가장 귀중하고 알찬 책들이 되어야 한다"- 본문 중


책에 대하여 관심이나 애정,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책 운동가의 책 한 권을 아주 유용하게 읽었다. 책으로 여는 따뜻한 세상 대표이자 책 칼럼니스트 허병두씨의 <너희가 책이다>이다.

이 책을 펼쳐 읽어 나가는 동안 요즘의 청소년들이 부러웠으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얼마전 서점에서 만난 아이들은 이런 저런 경제 관련 책들 앞에서, 혹은 대박을 가능케 해 준다는 책 앞에서 요행의 대박을 꿈꾸고 있었다.

이 책이 겨냥한 독자층은 청소년이다. 저자는 인생 선배로써 친절하고 자상하다. 저자는 인문, 사회, 자연 과학, 한국 문학, 세계 문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관련 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책 66권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66권에 대한 맛보기는 물론 어떤 점을 염려해서 읽어야 하는지 무엇이 그 뼈대인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더 깊이 말하지 않는다. 맛보기를 통해 책 앞에 자연스럽게 설 수 있도록 한다. 자연스럽게 그 책을 집어 읽게 친절하게 이끌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범위 또한 삼국유사에서 그리스로마신화까지, 춘향전에서 조르바까지 그 폭이 넓고 깊다.

주제마다 함께 생각하면 좋을 점들과, 함께 읽었으면 좋을 책들을 덧붙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래 진정한 책 읽기의 묘미는 바로 이거야"라고 몇 번을 감탄했는지 모른다.

부록이라고 할 수 있는 책 속 보너스 내용도 좋다. 책을 고르는 방법부터 어떤 물음을 가지고 읽어 나갈 것인가. 독후감은 어떻게 쓸 것인가 등을 제시해 줌으로서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이제는 머잖아 책과 입시가 연결된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교육법은 못마땅하다. 독서란, 삶의 당연한 흐름 속에 머물러야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지만 좀 더 많은 어른들이 읽어 아이들을 책으로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책 고르는 방법 11가지는 아래와 같다.

1.30년 후에 자기 2세에게 권해 줄 수 있는 책을 고르라-고전, 스테디셀러, 신간
2.독서 전문가들을 항상 주시하라-전문가의 조언
3.추천 도서 목록을 꼭 챙기자-도서 정보
4.수시로 서점과 도서관에 가라-직접 확인하는 태도
5.자신의 상황에 맞는 책을 고르라-독서의 수준과 목적, 정서
6.독자 대상의 특성에 걸 맞는 책을 고르라-독자 대상
7.저자나 역자를 주의 깊게 확인하라-저자 ,역자
8.출판사를 확인하라-출판사
9.원전을 읽어라-텍스트
10.책의 꾸밈이나 형식에도 주의하라-장정, 형식
11.삶의 보편적인 의미와 가치를 구현하는 책을 읽어라-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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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두 허병두 님은 알고 있어요. 책따세 대표이고 책칼럼니스트이지요. 저두 책따세 회원이에요. 그 사이트에 자주 드나들지요. 저는 그래도 요즘 청소년들은 읽을 책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읽으려 들지 않아서 문제지... 그건 우리 교육계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좋은 책은 많이 있는데, 읽을 시간이 없다거나, 시간이 있으면 컴퓨터나 다른 오락에 빠지거나... 저도 책과 입시가 연결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억지로 강요해서 읽은 책이 그들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먼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또 문제이겠지요. 저도 이 책도 읽어보아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필터 2005-05-1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는 나의 실패작....책따세 회원이시라구요?...정말요?
 
마네킹
박미림 지음 / 산맥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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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2004년 12월 27일, 두번째 시집 <마네킹> 출간 기념식에서.
ⓒ2005 김현자

요즘 며칠간 박미림 시인의 시집 <마네킹>을 부적처럼 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 박미림 시인에게 첫시집 <벽을 바라보다> 이후 두번째 시집 <마네킹>이 나오기까지의 3년간은 여자로서 참으로 힘든 기간이었다. 가장 가까운 존재에게 잘라내어지며, 한참 성장기에 있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주저 앉아 통곡만 하고 있을 수 없던 어쩔 수 없었던 현실. 그 속에서 시인 스스로에게 부적 같은 존재였던 시, 그 70편이 이번 시집 <마네킹>에 수록되어 지난 2004년 연말, 그 상처의 속살이 우리 앞에 벗겨졌다.

작가의 글

현실은 언제나
삐뚤어지게 책장에 꽂힌 책이었다
덧 난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늘 또 다른 상처를 돋게 했다
그런 하루하루가 오늘은 이상하게 무료하다
슬픔은 어제의 일이고
오늘 그 슬픔은 사라졌다
머리속이 백지다
난 이렇게 산다
죽기 싫어서 지쳐갈 무렵, 난
詩라는 탈출구를 선택했다

-2004년 11월, 무서리가 내린 아침

시인 스스로 겸손하게 '무명'이라 한다.무명 시인의 시에게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시인들의 시보다 더 깊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음은 무엇인가. 깊은 공감일 것이다. 내안의 아픔을 들여다 본듯 너무나 적절하게 끄집어 내어 "살아오면서 어디 한두번 배신을 느꼈어?이런 아픔쯤 이렇게 탈탈 털어내버리면 되는 거야"라고 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적었나보다
이름만으로 적혀진 사람이 기억나질 않는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기억을 파헤쳐 보아도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름으로만 그 사람을 상상한다
오랜 연락번호가 세월의 흔적으로
퇴색되어 있는 것을 덤덤하게
맞아 들일 뿐이다
지금 이 번호로 전화하면

이름으로만 내게 남은 사람은

날 기억하고 있을까
괜한 장난 끼 발동하여 번호를 눌러 본다
이름으로만 기억되어진 사람은

부재중이었다

참 다행이다 서로 망각되어가는 슬픔을
오래 더 느낄 수 있게 되어

-<오랜 수첩에는 슬픔이 있었다> 중에서



괜한 장난끼 발동해 전화번호를 눌러 보았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전화번호조차 없지만 이름이 가물가물한 그런 이름이 있다. 그런 아쉬움 많은 이름이 있다. 한때는 그리도 절실한 이름이었는데 젊음의 방황과 어줍잖은 낭만으로 어쩔 수 없이 놓아야만 했던 이름, 세월의 부재와 함께 잊어 버린 이름. 그런 이름, 그런 전화번호 한둘 없는 사람 있을까?



밀물도 썰물도 그곳에서는
사랑을 하였다
떠난 사랑도
다시 기억해야 하는 곳
그 다리를 지나면서
개펄 그 망망대해에
나 혼자 남겨두고
떠난 사람을 생각했다
이제는 남남이 되어버린 운명
그대도 나처럼 다리를 지날 때는
가슴에 눈물 훔쳐댈 텐데
잊지 마라,
밀물과 썰물은 영원히 그 다리를
오고 가며 사랑을 나눌테니까

-<초지대교를 지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중에서



배신으로 혼자 남겨진 여인으로서 그녀는 삶을 그래도 이어야만 했다. 그녀가 때로는 삶을 달관한 듯한 무덤덤한 모습으로, 때로는 시시각각 조여드는 생활 속 경제적인 빈곤으로, 때로는 배신을 안기고 가버린 사람을 원망하다가 차라리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자신을 추스리며 써 내려간 편린들이 이 <마네킹> 속 아픈 시편들이다.


유리질의 아침
햇살이 아닌 불빛이 주사바늘처럼 꽂히는
여기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겟어
진지하지 못한 시선을 마주 대하는 것이
가장 큰 곤혹이야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아
하루종일 내 옷이 아닌 타인의 옷을 걸치고
유리벽을 통해 풍겨오는 세상의 상한 냄새를 맡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지

나는 뜨거운 피가 돌지 않는 여자라고?
생명을 밪을 갈비뼈도 없고
머리는 가발인데다
노예근성만 남았다고?

이렇게 박제처럼 있다보니
속도, 자존심도 없는 줄 아나봐
내가 더 안쓰럽고 측은한 눈으로
너희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이쪽에서도 너희들 속이 훤히 다 보이거든
가슴이 바위처럼 굳어 지고 있거나
바람의 터널처럼 휑 비어있어

그걸 가리기 위해
갖가지 옷을 사들이는 것 아니겠어
다 알면서 모른척하고 있었을뿐이야

왜?
나도 너희들 구경하는 것이 즐겁거든

-<내세움> 중에서




▲ 문협 사무실에서의 박미림 시인, 한사코 무명이라 겸손해 한다.
ⓒ2005 김현자

시인 박미림. 그녀는 작은 들꽃송이처럼 여리디 여린 여자다. 삶과 사랑이 평화로우면 남편과 아이들을 일터와 학교로 배웅하고 향기로운 커피에 젖어 들다가 눈부시도록 고운 언어들로 맑은 시어들을 들려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가장 믿었던 발길에 밟히는 들꽃으로 누군가 뿌리까지 뽑아내면 여린 실뿌리일망정 하나 땅속에 떨구었다가 또 다시 생명을 틔워 내는 모질고도 악착같은 들꽃이 되었다.

나는 시를 그리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집을 일부러 구해 읽지는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시인의 마네킹을 요즘 며칠간 가방속에 넣고 다니고 있다. 아마도 좋은 시란 그렇겠지. 이런 저런 나름의 틀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모르고 있던 내마음 속 아픔 같은 걸 애교스럽게 헤집어 내어 어떻게든 치유해 주려는 그런 언어들을 쓴 시들이 좋다. 가슴에 스며들어 눈가에 이슬 맺히게 하고 그러면서 조금은 위안 받고.....

좀 통속적이면 어떤가. 내가 무언가 필요로 할 때 나의 그 필요함이 되어 주는 것, 그리하여 말하지 못하는 나의 상처를 얼마간 소독해 주고 새살 돋게 하는 것... 때문에 난 박미림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박미림 시인의 시에는 무엇보다 여자로서 걸어가야만 하는 삶의 이름 모를 부제가 속속 스며 있다. 말하자면 시인의 아픔을 말하는 건데, 시인의 아픔은 한편 나의 공감이면서 한편으로는 '그래 그러니까 나는 그나마 행복한 거야'를 되뇌이게 한다.

누가 상처 내었다기 보다는 이미 타고 난 삶의 외로움이야 우리들 누구나 어쩔 수 없는 거고, 여자로서 내스스로 부제와 부재를 안고 서성거릴 때면 시인의 시집을 그냥 빼어 들고 다시 아무렇게나 펼쳐 넘겨 버린다. 어떤 시를 읽겠다고 작정 없이 그냥 습관처럼 아무렇게나 펼쳐든 페이지에 있는 시 한편 마다에서 내가 느끼는 깊은 공감들.



나도 한때는 여린 풀이었어
누군가 나를 밟기전까지는
난 크고 싶었어
살고 싶었어
그런 나를 그들은 마구 밟아댔지
나도 그들처럼 하늘 가까이 닿고 싶어서
내 몸에 근원인 뿌리가 뻗어 나가는 곳곳에
질긴 목숨담보 삼아 못질을 해댔어
다시 나는 여린 풀이 되고
다시 나는 뽑히고
반복된 작업에 나도 그들도 지쳐가지만
결국 포기하는 건 내가 아니지
날이 갈수록 더 질겨지기에

조심해
짓눌린 내몸이 가끔씩 칼날처럼 일어 나거든

-<잡초가 말하기를> 전문


 

▲ 시집 <마네킹>의 앞뒤 모습. 70편의 시들을 담고 있다.
ⓒ2005 김현자
이 시는 가난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울컥하게 하다가 모질게 살아가야겠다고 세상에 대하여 조소 한자락 보내는 용기를 주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바람 모질고 황량한 날에 그녀의 시들을 다시 펼쳐 본다. 70편의 시들에서 우아한 헤이즐넛 커피보다는 자판기 커피처럼 친숙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바람과 아픔이 시인을 통하여 다시 날개짓한다.

특별하게 대박 맞지 않는 한 우리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 보았자 그만 그만한 삶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함께 마음 나누며 공감하면서 눈물 적시는 가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아픔이 많은 가슴일수록 그 위안은 크고 깊다. 시인의 아픔을 통하여 나는 내 가슴의 아픔을 조금 더 연하고 부드럽게 희석해 본다. 그리하여 시인의 시들은 종종 나에게 부적이 되어주곤 한다.

"다시 돌아 보면 부끄럽기만 합니다. 나이 마흔에 얼떨결에 첫 시집을 내고 출판 등록조차 하지 않앗습니다. 이번에도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워 출판등록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자구 충동질하여 이렇게 부끄럽게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글을 쓰는 것에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갈수록 웹 공간에서 읽혀지기 쉬운 글을 쓰게 됩니다. 그래도 그전에는 종이 위에 쓰면서 나름으로 글쓰는 자세가 있었고 그만큼 책임도 느꼈는데..... 많이 헝클어진 느낌입니다."

두번째 시집을 낸 박미림 시인의 말이다.

난 그 어떤 시인의 시보다 박미림 그녀의 시가 좋다. 모질고 냉정하며 질기디 질긴 그녀의 시어들이 좋다. 같은 여자로서 아픔을 정곡으로 찔러 치유해줌이 좋아 오늘도 시인의 시는 부적처럼 나에게 있다.나의 마음을 아주 잘 헤아려 적절한 언어로 내앞에 그렇게 있다. 한없이 소박한 들꽃같은 시인이 좋다. 그 여린 숨결 속 어디에 그렇게 강한 뿌리가 있었는지 싶다. 여린 마음으로 버티어가는 시인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누구는 처음부터 유명이었던가. 누구나 무명이 있어서 유명도 얻을수 있음 아닌가. 누구나 무명을 딛고 걸어 나가야만 유명 속에 끼지 않겠는가.

박미림 시인은 누구?

박미림 시인은 1963년 토끼띠이다. 2000년 문예사조 신인상 등단/ 2001년 김포문학상 공로상 수상/ 2003년 김포문학상 우수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2002년 첫번째 시집으로 <벽을 바라보다>(2002)가 있다.
시인이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인의 시를 통하여 삶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하고 원하지 않았음에도 상처를 안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무게를 조금쯤 덜어내고 걸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시집 한권이 바로 <마네킹>이다. 마네킹처럼 고독하게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시집 한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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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 리뷰를 보니, 이 시인에 대해서 마구 마구 알고 싶어져요. 왠지 가슴으로, 온 몸으로 쓴 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읽고 싶어져요. 전 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리뷰는 한 편도 쓰지 못했어요. 그냥 가슴으로 느낄 뿐, 글로 나오질 않는데, 님은 느낌을 잘 표현하셨네요.< 우아한 헤이즐넛 커피보다는 자판기 커피처럼 친숙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바람과 아픔이...> 그런 시이군요. 저는 시집은 참 많이 사는 편이에요. 그래도 한 권을 한 달 동안 읽을 때도 있고, 열흘 만에, 두 달만에 읽을 때도 있지요. 님 덕분에 박미림이란 시인을 알게 되어서 좋아요.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할게요

필터 2005-05-1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미림 시인 잘 압니다. 정말 개인적으로 알고 싶으시면 소개해드릴 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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