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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미쓰토미 도시로 지음, 이상술 옮김 / 해나무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기뻐하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오만한 사람을 돌아보게 하며, 증오에 찬 사람을 달래려 할 때 음악보다 효과적인 것이 과연 어디 있을까?<마르틴 루터-음악에 대한 찬사>
음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음악은 정말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음악은 어떤 원리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음악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여러 방향에서 들려준다. 음악 이야기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쉬운 내용들이다.
음악이야기니까, 악기로 표현하면 클래식피아노 쪽 보다는 전자피아노쯤이나 통기타 정도 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글쓴이는 음악을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이며, 현재에도 방송, 영화 음반프로듀싱, 저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본질이나 진화, 성격, 발전 등을 뮤지션이나 특별한 장르를 통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또한 각 나라마다 독자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는 음악에 대하여 그 나라만의 지리적 특성이나 기후, 생활습관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는 부분은 썩 공감이 간다.
음악과 인간과의 생활에서의 밀접을 이렇게 말한다.
바로크음악이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젖소에게 들려주면 젖이 더 많이 나온다, 간장이나 술은 발효 속도가 더 빨라진다. 빵이나 된장을 만들 때 거치는 발효과정에는 단백질 합성이 동반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분자의 진동과 공명하는 음악을 들려주면 합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공명은 촉진으로, 억제는 소멸로 이어진다. 이런 원리를 암세포에 역으로 적용하면 암세포를 소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음악에 대한 아주 특별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창한 기대보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순수한 펜으로서 읽어보길 권한다. 세상의 잡다한 호기심에 늘 끌리는 사람으로서 우선 가볍게 읽어 본다면 무언가 큰 걸 기대했을 때보다 더 많은걸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딱 부러지고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질문을 매듭짓고 말지만, 막연하였던 음악의 모습이 어느 정도는 그 실체를 드러낸다고 할까.
음악이 대체 무엇이라는 건지. 우리는 음악에 왜 마약처럼 빨려 드는지, 나는 왜 음악을 들으려 하는지, 음악에 일생을 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이 일생을 걸만큼 매력 있는 존재 음악이 대체 무엇이라? 요즘 세간에 분분한 저작권으로 한편 걱정되면서도 우리가 공유하고 싶고 나누고 싶어 몸살 나는 음악이 과연 무엇일까, 이런 식의 다만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읽어 보길.
사실 음악이 왜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지는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의 질문처럼 애매하며 각자에게 맡길 몫이라는 생각이다. 음악은 어쨌건 각자에게 스미는 정도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정도만이라도 음악에 대한 무언가를 낱낱이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다시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기회를 남겨주는 걸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 그랬나? 몰랐네" 하였던 부분은 신디사이저에 관한 이야기다. 혹시 미처 책을 읽지 않을 사람에게 잠깐 소개한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음악은 진짜 악기로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카세트에서 여러 가지 음악을 듣는다. 광고든 드라마든 뉴스든 음악이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 우리가 매일 같이 듣고 있는 모두 진짜 악기로 연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음악은 당연히 악기와 목소리로 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들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십대나 이십대 또는 그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사람들도 지금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음악이 신디사이저, 샘플러 등의 전자악기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거의 24시간 내내 디지털 음악을 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본문 중에서>
글쓴이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음악과 이미 한 몸이다. 아니 내 몸 스스로가 음악적인 요소다. 우리는 단 한순간도 음악을 떠나 살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악기를 들고 연주하지 않는다고 하여, 목소리를 통하여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하여 음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가락이 자판을 칠 때 소리가 나는 것처럼 모든 주변의 것들이 내 몸이 이미 음악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음악이란 존재를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늘 함께하는 것으로 접근해보기라도 하자.
음악도 다른 어떤 것들처럼 각자 느끼는 만큼 느껴지고 감동을 주듯 이 책의 내용 또한 아주 흥미롭게 많은 걸 얻어 내거나, 생각보다 실망이네라며 중간에 덮고 말아 버리거나 이다. 끝까지 듣고도 일부러 찾아 듣고 또 다시 듣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오토리버스 선택하여 몇 번이고 듣기를 되풀이 하고, 반면에 도입부부터 듣기가 그저 그런 곡도 있듯이 이 책도 나에게는 그랬다. 제목이 주는 거창한 호기심에 잔득 기대를 하고 정신없이 읽다가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지루해져 읽기를 포기해버렸다. 그러나 며칠 후에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아뿔싸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지에서 그만 내 시간들을 차용해주고 말았다.
성장과 치유, 위안과 희망의 언어 음악, 이 기적 같은 '소리의 진동'은 어디서 와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마법의 힘을 발휘하는 걸까? 음 자체는 공기의 진동 일뿐이다 이 진동이 고막과 내이신경을 거쳐 대뇌피질에 있는 청각영역에 도달하면, 사소한 공기의 진동에 불과한 소리들이 별안간 경이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음악은 인간에게 슬픔과 기쁨 두려움 용기를 선사하고 식품의 발효와 살아 있는 것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가하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언어와 시공을 초월하는 이 마법 같은 소리를 통해 인류는, 찰나의 빅뱅이 그렇듯 몇 만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마음과 기억을 함께 나눈다.<본문 중에서>
책 속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존 바에즈 나 듀크 앨링턴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한 찬사도 자주 보이는데 듀크 앨링턴의 찬사가 좋아 옮겨 보며 음악을 다시 묻는다. 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졌다, 그러나 나의 여왕만은 남아 있다. 그녀는 아름답고 다정하다. 세련되고 기품이 있다. 그 목소리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어 지지 않는다. 나이는 1만 살. 미래만큼 이나 모던하고 매일 태어나는 여성. 그녀는 누구를 위한 조연도 아니다. 그렇다, 음악이야말로 나의 여왕이다.<듀크 앨링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