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안 하는 여자
한경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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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시작하면서 내 별명은 걸어 다니는 민폐였다. 허구한 날 아쉬운 소리를 하니 내 얼굴을 보는 것도 괴로울 것이었다. '아줌마 살림이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유별난 여자다. 사람들의 빈정거림을 나는 "파이팅입니다"로 바꿔 들었다. 무엇이 나에게 그토록 대책 없는 희망을 선물했을까? -머리말에서

이따금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주부들의 가사 노동을 돈으로 계산하여 제시해준다. 그 금액의 수치는 놀랍다. 글쎄?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제시하는 그 어마어마한 금액의 수치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부들이 있긴 있을까? 여전히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표도 안 나는 집안일'일 뿐이다.

공무원으로 늦깎이 주부였던 한경희씨도 보통 주부들처럼 모처럼 쉬는 휴일에 몰아 대청소를 하게 된다.

모처럼 쉬는 휴일, 온 집안을 청소하고 나면 허리와 무릎이 끊어 질듯이 아팠다. 그렇다고 이런 수고를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무릎 끓고 앉아 걸레질만 안 해도 살 것 같은데…' 걸레질에서 해방만 되어도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문득 뜨거운 스팀이 나오는 대걸레만 있어도 정말 편하면서도 깨끗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걸레질하며 낭비한 시간이 얼마인가…' -책 속에서

스팀청소기를 사려고 했지만 국내에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없다면 스스로 만들면 될 것이라는 긍정과 자신감으로 "한경희 심봤다"를 외치며 사표를 내고 스팀 청소기 만들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았다. 돈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여자가 무얼?" 이런 식의 관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업한다는 것도 힘들다는데, 그것도 여자로서? 무엇보다 여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이랬다.

"이보쇼. 아줌마 당신이 그걸 만들면 내손에 장을 지지지. 되지도 않는 일에 힘쓰지 말고 가서 살림이나 잘하쇼." "당신 이름만 걸쳐놓은 바지 사장 아냐?....남편사업 부도나니까 아줌마 명의로 회사 차려서 돈 빌려 쓰려는 것 아니오?" 그녀에게 쏟아진 말들이었다.-책 속에서

스팀 청소기 만들기 프로젝트는 6개월을 목표로 한 5천만원짜리였다. 그러나 6개월은 4년으로 길어졌으며, 10억이라는 돈이 들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집은 물론 친정이며 시댁까지 담보로 잡혀야 했다. 100만원조차 은행대출은 받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 그간 모든 노력이나 투자가 한순간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사채까지 끌어 쓰는 우여곡절 끝에 이 스팀청소기는 우리 앞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자로서, 사업가로서 편견과 어려움을 긍정과 자신감으로 통쾌하게 터뜨린 대박이었다.

처음 만들어진 스팀청소기는 무겁고 탱크처럼 거대했다고 표현한다. 그리하여 반품이나 환불이 쇄도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페트병 1리터보다 가벼운 물건으로 대박의 변신을 하였던 가장 큰 힘은 긍정의 힘이었다. 이른바 성공하였다는 사람들, 그 누구나처럼 쉽게 말한다. 긍정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힘이라고,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그러나 누구나 긍정의 힘을 맘껏 발휘하여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영베스트의 스팀청소기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인기 속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에까지 나왔던 이 스팀 청소기는 많은 주부들에게 갖고 싶은 선망의 물건이 되었다. 홈쇼핑에서는 물론 어디에서나 인기 있는 그야말로 대박상품이며, 2004년 매출액 150억원의 주인공이다. 국내의 대박은 물론 외국에까지 그 유명세는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이미 매출은 이미 150억을 넘었고, 올해의 최종 목표는 500억원이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경희 사장(한영베스트)의 파란만장 성공 스토리다. 한경희 사장은 이 책에서 지금 계획 중인 프로젝트까지 과감히 밝히고 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자신감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1년 매출액이 300억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짠순이 아줌마다. 시장에 나가 떨이로 파는 3000원짜리 셔츠를 사 입고 구두도 너무 낡아 못 신을 정도가 되어야 버린다.… 내가 돈을 버는 건 하늘이 나보고 좋은 일을 하라고 주는 기회지 그 돈 가지고 겉치장에 신경 쓰며 살라고 한건 아닐 것이다.

나는 자신감만큼 돋보이는 액세서리는 없다고 믿는다. 똑똑한 사람은 그 자체로 빛이 난다. 그가 3000원짜리 셔츠를 입고 있다 해도 3000만원짜리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요즘 나는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손은 땀 흘려 일한 손이다. 땀 흘려 일한 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손만큼 섹시한 장신구는 없다.-책 속에서


한때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도 근무했으며, 1990년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MBA과정도 이수하였다. 또한 1997년 교육행정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는 등 언뜻 보면 화려한 이력이다. 그러나 조건 좋은 집안에서 자라 탄탄대로의 이력은 결코 아니었으며 그 이력이 어디서 비롯되었음인지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다.

3, 4부에서 들려주는 스팀청소기 관련 이야기 못지않게 2부나 5부에서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이 꼭 CEO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용기와 진취를 주는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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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7-1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성공 스토리이군요. 이런 책을 읽으면 전 오히려 더 열등감에 빠져요. 왜 난 이렇지? 하면서요. 인용한 책 내용을 보니 참 멋진 여자군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그러나 누구나 긍정의 힘을 맘껏 발휘하여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에 동감해요. 오랜만에 읽는 님의 리뷰 반가웠어요^^

서연사랑 2005-07-1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면 가벼운 에세이류일 것 같았는데 한경희 스팀청소기의 주인공 이야기군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상어 - 지성자연사박물관 2
최윤 지음 / 지성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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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다!" 이 한마디만으로 무서운 존재로 쉽게 떠올려지는 상어, 식인상어. 날카로운 이빨과 거대한 몸으로 심연의 바다 속을 기민하게 움직이다가 먹이가 포착되면 광폭하고 집요하게 생명을 뺏어버리는 바다의 폭군, 무법자, 포식자.

상어는 무조건 무서운 존재인가? 무조건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인가. 상어의 적은 과연 없는 걸까. 대체 어떤 생물이기에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하는 걸까. 상어도 배꼽이 있다는데 이들은 고래처럼 새끼를 낳는 걸까. 아니면 일반적인 바다 속 생물들처럼 알을 낳는 걸까. 고래와 상어가 이기면 과연 누가 이길까.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생각조차 못할 만큼 신기하며 기발한 상어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이 책은 많은 해양 생물학자중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연근해 상어를 연구하는 최윤 박사의 10여 년간의 상어에 대한 연구 보고서다. 우연히 김익수 박사를 만나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권유 받아 상어를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현재 한반도의 담수 및 연근해 어류자원 실태 파악 및 보존에 대한 관심으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상어연구는 참으로 어렵다고 한다. 400여종의 이 상어 무리들은 크기도 워낙 다양하여 박제를 하여 연구 자료로 삼거나 보관하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또한 국내에 상어에 대한 자료 역시 미비한 실정이라고 하는데, 상어에 대한 국내의 선두적인 길을 가는 그의 소신과 열정을 알 수 있는 내용을 소개한다.

"세계의 상어 전문가들은 청상아리가 위험한 종이긴 하지만 먼 바다에 살기 때문에 사람이 이들의 습격을 받는 경우는 흔치않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조사 결과 1996년 5월~7월 사이에 전라북도 어청도 바다에서 고기잡이배에 잡힌 청상아리 5마리가 확인되어, 서해안 잠수어민들에게는 백상아리와 함께 주의해야할 상어로 생각된다. 여름철 제주도 연안에서도고기잡이 배에 많이 잡히고 있고 이때 조사한 청상아리의 몸길이는 1~2미터였다. 고기는 맛이 좋아 식용으로 쓰이며, 외국에서 상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장 맛있는 상어로 꼽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상아리는 식용으로 팔리는데 그렇게 비싸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상어에 대하여>

많이 알려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난폭하고 집요하게 노인과 사투를 벌이던 상어는 이 청상아리다. 영화 '죠스'에 나오는 종류는 백상아리로 우리나라 서해안에 5, 6월이면 출몰하여 인명 피해를 냈던 그 종류다. 우리에게 거대하게 인식되어진 상어는 어느 정도나 알려져 있을까.

흔히 상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한다. 이들은 무한의 세월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바다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의 생물로서 출현은 공룡의 2배이며, 인간의 100배라고 한다. 1984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50여종이었던 상어는 그 이후 계속 다른 종이 발견되면서 현재는 400여종이라고 한다. 이중에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종류는 10%정도라고 한다.

크기도 워낙 다양한 상어는 기껏 자라보았자 20센티가 될까 말까하는 종류부터 20미터가 넘을 만큼 자라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정확한 수명을 제시하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생물이기에 이토록 무한정의 수치인지 궁금하였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하여 해소할 수 있다.

<상어는 어떤 물고기인가>로 시작하는 1부에서는 상어에 대한 전반적인 기본 지식을 들려준다. 살아 있는 화석으로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하며 바다의 포식자로 군림해 온 그들의 몸의 낱낱을 삽화와 컬러사진을 통하여 쉽게 이해시켜준다.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물고기인 상어가 부레가 없다는 것, 헤엄을 쳐야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가장 작은 상어는 우리의 손길이인 17~18센티에 불과하다는 것, 구부정한 건달 폼에 대한 것, 고래처럼 새끼를 낳는 것일까? 아니면 일반 물고기들처럼 알을 낳는 것일까? 필자만의 무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사실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2부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상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각 상어마다 자주 출현하는 시기에 대한 설명에 눈이 자꾸 쏠리는 것은 매스컴을 통하여 이따금씩 전해지는 인명사고 때문이지 않을까. 각 상어마자 특징과 출현 시기와 함께 생생한 사진을 실었다.

3부에서는 인간과 상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와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 등 중요한 정보들이 많다. 바다를 이용하는 레저 인구의 증가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환경이나 유물 관련 연구로 바다에 뛰어 들어 연구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 추세에 관련된 사람들이 눈여겨 볼만한 소중한 정보들이다.

4부 상어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아보기 편은 그야말로 반짝 반짝 빛내며 눈독 들여 읽어 볼만한 호기심 만점의 상어에 대한 상식들이다. 제시하는 질문에 대한 설명들이 아주 기발한 상어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상어에게도 배꼽이 있을까. 상어가 맞아? 상아리가 맞아?, 왜 상아리라 하지? 상어도 관상어로 기를 수 있을까? 대체 상어는 얼마나 빠르지, 날카로운 그 이빨이 순식간에 물어버리는 그 압력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잠을 자긴 자는 걸까 등 흥미롭다. 아이들도 좋아할 이야기가 많다.

어려운 여건에서 일구어 낸 소신과 열정의 성과들이 놀랍고 값지다는 생각이다.

상어와 고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철갑상어와 빨판 상어는 상어가 아니다? 이 책에서 맘껏 궁금증의 그 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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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둑 - 이상운 이야기집
이상운 지음 / 하늘연못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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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바쁜 봄날에도 씀바귀 찾아 논둑 몇 개를 바삐 다니시곤 했다. 계집아이인 나는 엄마를 잰 걸음을 따라 다니며 봄꽃들을 뜯었다. 운 좋은 날에 씀바귀가 제법 많이 뜯어지면 그것만을 데쳐 무치거나 김치를 담그곤 했다. 나는 호기심에 그것을 먹어 보고는 그 쓰디 쓴 맛에 정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섣불리 뱉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들일을 갔다 들어오는 길에 봄이면 씀바귀를 가을이면 고들빼기를 한 주먹씩 뜯어 오셨는데 다른 나물들과 섞어 데쳐 무치기도 했다. 섞어 무쳐진 다른 나물들은 혹시나 싶어 가려 먹어 보지만 그것들도 씀바귀처럼 썼다.

입맛 돋워 주는 데에는 씀바귀 이상 없다며 맛나게 잡수시는 어머니를 흉내 내어 먹어 보았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던 맛 이었다. 그랬다. 우려냈다고 하여도 그 맛은 쓰기만 할뿐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이를 한살 더하고 더하여 이제는 마흔줄의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내 스스로 찾아 즐기는 맛이 되었다. 친정어머니가 그랬듯 나 역시 밥맛없을 때면 이젠 스스로 씀바귀나 고들빼기를 즐겨 먹곤 한다.

쓰디쓴 씀바귀가 밥맛마저 떨어져 버린 입맛을 돋는 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 알았다. 어릴 적엔 무턱대고 입에 넣었다가 너무 써서 뱉고 싶었던 그 맛이었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엄마의 말에 쉽게 뱉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엔 뱉어버린 그런 말이었다. 이상운의 <책 도둑>에는 씀바귀의 맛과 덕이 들어 있다.

이 책은 좀 불분명하다. 다섯줄로 시작하고 끝나는 글도 있으며, 다섯 페이지를 넘기는 글도 있다. 다섯줄이든 다섯 페이지를 넘기는 글이든 기지와 재치, 역설내지 독설은 쌉쌀한 맛이지만 몸에 좋으니 뱉지 말고 꿀꺽 삼키라던 어머니의 말처럼 일단 삼켜두면 약이 될 그런 이야기들이다.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만나는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특유의 재치와 기지, 통찰은 쉽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책 도둑>. 그가 말하는 책 도둑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 몇 줄 옮겨본다. 좀 더 많은 책 도둑의 확산을 장려하는 이상운에 동조하여. 지난 날 책 도둑이었으며, 여전히 책 도둑인 나인지라.

카메라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일본 서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책을 사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을 몰래 찍어 간다는 것이다. 카메라폰의 이용자수가 수 천 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으아악, 매출액이 격감하고 있다!" …도둑촬영을 즐기는 이 카메라폰 족들은 책 도둑들의 디지털버전이라 할만하다…책 도둑질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카메라폰 보급의 급증과 무관하게 고전적인 아날로그 책 도둑이 건재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카메라폰으로 훔치는 책이란 게 파편적인 정보들인 반면고전 책 도둑은 어쨌든 온전한 한권의 책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P.15)

책 도둑에 대한 이상운의 소개는 이렇게 시작하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책 도둑 되기를(읽는 것으로) 꺼리는 사람들도 이 책 도둑 편을 접하면 유쾌하게 자차하고도 남을 법한 표현이다. 책 도둑에 대한 그의 애교어린 표현을 보자.

이건 미국의 경우인데 한 조사에 의하면 가장 잘 없어지는 책이 성경이라고 한다.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한다. 하느님을 가까이 하되, 단번에 화끈하게 가까워지기 위해서 하느님 이야기를 훔치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일단 곤히 주무시는 하느님을 화나게 하여 주목을 끈 다음, "한번만 봐주세요. 네?" 하고 회개하면 정말 단번에 아주 가까워 질것도 같다.(P.16)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탐나는 남의 책을 어떻게든 섭취하려했으나 취하지 못한 애통함이나 은밀히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린 승리감이 있을 것이다. 한때 자신도 책 도둑이었음을 이렇게 당당하게 변호한다.

대학시절 나는 자취방 책 더미위에 어느 유럽작가의 다음 말을 부적삼아 붙여 놓았었다. '이 책들은 절대로 빌려 줄 수 없다. 왜냐하면 모두 빌려 온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별 효과는 없어서 책을 좀 잃어 버렸다.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장난으로 훔쳐간 것도 있다. 그중에는 지금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는데, 그게 원통할 때면 내 수중에 들어 와있는 '놈'들의 책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P.17)

책 도둑에 대한 마무리는 이렇다. 결국은 책 안 읽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제발 책 좀 읽고 살자는 애정 어린 호소다.

훔치든 말든, 전과자가 되건 고수가 되건, 디지털이든 아날로그이건…그건 각자가 알아서 하기로 하고 어떻게 제발 책 좀 읽자. 먹고살기 어려워서 라고 핑계대지 말고. 무한 경쟁의 시대에 아무리 먹고사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하지만 어찌 당장 돈이 될 것 같은 것들만이 인간의 재산이겠는가. 책은 좋은 친구여서 이랬다저랬다 변덕 부리지 않고, 절대 배반하지도 않을 뿐더러 계산에도 철저해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보답을 해주니 이 또한 대단한 재산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읽기 싫으면 주변의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시라. 책을 선물하면 받는 사람이 정말 기뻐할 것이다. "으아악, 싫다 싫어!" 하고 고함을 치며 물어뜯으려 하는 짐승이 있거든 주저마시고 나에게 연락해주기 바란다. 만사 제쳐두고 내가 그를 안전하게 그가 있을 자리, 즉 동물원으로 운반해 줄 테니.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이상한 분들을 운반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P.18)


막역한 친구 사이라는 성석제의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재밌다.

이 책을 만약 밥상이라고 한다면 :
신랄한 냉소 한 접시,
짭짤한 재미 한 대접,
야만성에 뜨거운 분노, 국그릇으로 하나,
쓰디쓴 웃음 한 공기,
달콤한 슬픔 반 그릇,
쌉싸름한 위트, 쌈밥용 야채형태로 여덟에서 스물,
익숙한 사물에 대한 기상천외의 통찰, 찌개냄비로 하나,
역시 익숙한 관계, 가치에 대한 색다른 해석, 큰 접시로 하나,
작가와 비슷한 사람들, 선각자들(커트 보네거트, 조나단 스위프트 등 등)의 유용한 충고, 깨소금, 콩자반 형태로 양을 잴 수 없음<뒤표지 글>


웃을 듯 말 듯 애매모호한 표정으로(책 안표지 작가 얼굴) 뻔뻔스럽도록 당연히 들려주는 이야기들. "하하하" 거침없는 이 웃음이 어울리는 이야기들 예순 여덟 꼭지가 이 책에 들어있다. 통쾌한 웃음으로, 책표지 안쪽에서 알듯 모를 듯 웃고 있는 작가의 미소로, 즐겁고 기꺼이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정곡을 날카롭게 찌르는 것에 대하여 기꺼이 찔려 줄 용의만 있다면.

밥맛이 없어서 초밥을 먹기로 하였다. 입안에서 연어 알이 툭 상큼하게 터진다. 맛있게 다 먹고 문득 어딘가 끼어 있던 연어 알이 하나 툭 또 터진다. 상큼하게. 전체적으로 이런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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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다
박정헌 지음 / 열림원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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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끈이 있다 그 끈이 우리를 살게 한다."

국내외 산악계에서 '센놈'으로 소문난 박정헌과 산악계의 떠오르는 샛별 최강식의 사투의 등반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그리 오래지 않는 기억 속에서 어느 날 뉴스를 통하여 놀라움으로 만났던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

책에 대한 소개 글을 쓰기 전에 우선 먼저 적고 싶은 것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삶의 역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밝힌다.

좋은 책이니 또 누군가든 읽어 보길 권하는 사람이나 어떤 경로로든 박정헌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한 순간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험난한 삶의 길에 있어 책 한권 쥘 수 없이 힘든 사람들이 그나마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든, 다큐로든 다시 엮어져 가급적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죽음을 넘나들며 죽음의 그 순간에 생명의 끈을, 사람으로서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 돌아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전해져 힘든 상황을 극복해내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그들을 살렸으면 좋겠다.

"우리의 이야기는 죽음의 지대에서 살아 돌아온 극적인 생환에 관한 휴먼 다큐멘터리도, 자연에 도전했던 인간의 끝없는 모험도 아니다. 다만 한 인간이 먼 길을 돌아 찾아 낸 진정한 사랑과 소박한 행복에 관한 아주 낮은 이야기다 - <서문 중에서 네팔 카트만두에서 부족한 손으로 박정헌>

"그러나 우리들의 동행은 끝나지 않았다…. 함께 등반을 간다는 건 이미 서로의 생명을 함께 나누기로 결심하는 것과 같다. 천길 낭떠러지 빙벽에서 자일로 서로의 몸을 연결하여 자일파티가 될 때 두 사람의 생명은 하나가 된다. 호흡도 하나가 되고 동작도 하나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함께 죽음을 경험하고 함께 사투를 벌여 살아난 동지이자 형제이다. 사선을 함께 넘어 온 강식과 나의 동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에겐 앞으로 인생이라는 함께 헤쳐가야 할 험난한 여로가 남아 있기에….<본문 중에서>"


산악인 박정헌의 이야기는 이미 세간에 알려졌다. 뉴스를 통하여 우리는 그의 사투를 이미 접했었다. 산을 좋아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지금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박정헌은 진정한 코리아 웨이요. 그래도 산을 올라야 하는 목적 없는 목적이며 이유일 것이다.

<나의 두 다리와 너의 두 눈>이란 제목의 1부는 히말라야의 또 한 곳 촐라체 북벽에 매달려 사흘 만에 정상을 밟았지만, 하산하는 과정에서 빙하에 빠지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지경에서 극적으로 살아 난 십 여 일간의 기록이다.

한편의 사람들은 절망 앞에서 또 다른 삶의 희망으로 죽음을 택하는데 박정헌과 그의 후배 최강식은 살아야한다고, 살려달라고 생명에 매달린다. 이들이 매달리는 절박한 이유는 또한 자일파티로 함께 나눈 서로에 대한 생명, 그 살려냄이기도 하다. 흔히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나 이들이 보여주는 살기위한 사투는 결코 인명은 재천만이 아님을, 우리들 생명은 각자의 몫이고 우리가 주체라는 걸 보여주는 위대한 승리라고 하면 너무 통속적일까.

<아직 엄지손가락이 남았다>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2부는 구조된 이후 이야기다. 1부에 비하여 긴박함이 없지만, 박정헌의 인생깊이를 진솔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다. 그가 어떻게 산과 인연이 닿았는지, 그가 개척해낸 코리안 웨이며 봉우리 이야기, 그리고 병원에서 손가락 8개를 절단하기까지….

엄지손가락만 남기고 손가락 여덟개가 잘려나간 손을 가진 그는 그래도 말한다. "인간에게 절망이란 없다"고. 한국인 최초로 안나푸르나 봉을 개척하였으며, K2를 비롯한 수많은 봉우리의 정상에 섰던 그에게 잘라낸 손가락 8개는 이젠 등반을 꿈꾸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후배 최강식도 사고 직전까지 산악계가 기대하는 유망주였지만 이제는 그 길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촐라체에서의 생환은 박정헌에게 한편으로는 너무 크고 소중한 것들을 빼앗았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촐라체의 꿈을 꾼다. 히말라야에서의 봉사를 꿈꾼다.

1부의 긴박한 사투 못지않게 2부와 후기 편에서 진정한 산악인 박정헌을 만날 수 있다. 산을 통하여 깊어지고 넓어진 아름답고 거룩한 한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그의 꿈을 말한다. 히말라야는 등정이 아닌 학습의 장소로서 만나 질 곳이라고, 제대로 된 산행 안내 등을 통하여 히말라야를 일반인들도 누구나 밟을 수 있도록 그 학습의 장을 만들어 보겠다고,

"높은 산을 정복하겠다는 욕심은 인간의 자만이다. 산은 인간이 자신을 한없이 낮출 때만 비로소 정상을 허락한다. 내 목표는 지구상의 고봉을 정복 하는 게 아니었다. 나의 꿈은 지구상의 모든 봉우리에서 신의 위대함을 만나는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왜 하필 위험을 자초하며 산을, 그것도 외국에 까지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오르려 하는지 한편으로 의아했던 사람들에게 진정한 산악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소에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삶이 무디어졌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권태로운 사람들에게, 위험을 자초하며 암벽을 타는 사람들을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삶이 아름답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쉽게 놓지 못하는 '끈'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목마른 시절에 뜨거운 감동이다.

진정한 산악인, 박정헌과 그의 후배 최강식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김훈이 들려주는 말을 일부 덧붙여보며….

"…그가 길 없는 수직의 벽을 비벼 몸으로 길을 열때,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처럼 인간의 축축한 액즙이 바위에 묻어 있다가 이내 사라진다. 길은 거기에 몸을 갈아 바칠 때만 길이다. 끈은 그 길 없는 세상을 건너가는 인간의 길이다.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에서 후배 최강식은 크레바스에 떨어졌다. 최강식의 몸무게 78킬로그램은 박정헌의 몸무게 70킬로그램과 근으로 연결되어 허공에 걸렸다. 몸무게가 거꾸로 였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끈이 몸과 몸을 연결해서 부서진 몸이 매달린 몸을 당겨 올리고 마음은 몸의 고통을 감당한다. 마음의 길은 몸의 길과 합쳐져서 끈의 길로 이어지고, 죽지 않은 두 몸뚱이는 암벽과 허공에서 버둥거린다. 그 끈이 왜 아름다운지를 나는 안다. 그때 박정헌의 마음속에서 '자일을 끊어버리자….'는 번민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끈은 인간의 끈으로써 아름답다

그들은 살아서 돌아 왔고 박정헌은 동상으로 썩은 손가락 여덟개를 잘라냈다. 이제 박정헌은 장비를 쥘 수 없고 수직 벽을 오를 수 없지만,그의 길은 끈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 <자전거 레이셔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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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미쓰토미 도시로 지음, 이상술 옮김 / 해나무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기뻐하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오만한 사람을 돌아보게 하며, 증오에 찬 사람을 달래려 할 때 음악보다 효과적인 것이 과연 어디 있을까?<마르틴 루터-음악에 대한 찬사>

음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음악은 정말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음악은 어떤 원리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음악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여러 방향에서 들려준다. 음악 이야기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쉬운 내용들이다.

음악이야기니까, 악기로 표현하면 클래식피아노 쪽 보다는 전자피아노쯤이나 통기타 정도 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글쓴이는 음악을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이며, 현재에도 방송, 영화 음반프로듀싱, 저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본질이나 진화, 성격, 발전 등을 뮤지션이나 특별한 장르를 통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또한 각 나라마다 독자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는 음악에 대하여 그 나라만의 지리적 특성이나 기후, 생활습관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는 부분은 썩 공감이 간다.

음악과 인간과의 생활에서의 밀접을 이렇게 말한다.

바로크음악이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젖소에게 들려주면 젖이 더 많이 나온다, 간장이나 술은 발효 속도가 더 빨라진다. 빵이나 된장을 만들 때 거치는 발효과정에는 단백질 합성이 동반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분자의 진동과 공명하는 음악을 들려주면 합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공명은 촉진으로, 억제는 소멸로 이어진다. 이런 원리를 암세포에 역으로 적용하면 암세포를 소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음악에 대한 아주 특별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창한 기대보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순수한 펜으로서 읽어보길 권한다. 세상의 잡다한 호기심에 늘 끌리는 사람으로서 우선 가볍게 읽어 본다면 무언가 큰 걸 기대했을 때보다 더 많은걸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딱 부러지고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질문을 매듭짓고 말지만, 막연하였던 음악의 모습이 어느 정도는 그 실체를 드러낸다고 할까.

음악이 대체 무엇이라는 건지. 우리는 음악에 왜 마약처럼 빨려 드는지, 나는 왜 음악을 들으려 하는지, 음악에 일생을 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이 일생을 걸만큼 매력 있는 존재 음악이 대체 무엇이라? 요즘 세간에 분분한 저작권으로 한편 걱정되면서도 우리가 공유하고 싶고 나누고 싶어 몸살 나는 음악이 과연 무엇일까, 이런 식의 다만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읽어 보길.

사실 음악이 왜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지는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의 질문처럼 애매하며 각자에게 맡길 몫이라는 생각이다. 음악은 어쨌건 각자에게 스미는 정도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정도만이라도 음악에 대한 무언가를 낱낱이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다시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기회를 남겨주는 걸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 그랬나? 몰랐네" 하였던 부분은 신디사이저에 관한 이야기다. 혹시 미처 책을 읽지 않을 사람에게 잠깐 소개한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음악은 진짜 악기로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카세트에서 여러 가지 음악을 듣는다. 광고든 드라마든 뉴스든 음악이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 우리가 매일 같이 듣고 있는 모두 진짜 악기로 연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음악은 당연히 악기와 목소리로 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들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십대나 이십대 또는 그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사람들도 지금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음악이 신디사이저, 샘플러 등의 전자악기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거의 24시간 내내 디지털 음악을 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본문 중에서>

글쓴이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음악과 이미 한 몸이다. 아니 내 몸 스스로가 음악적인 요소다. 우리는 단 한순간도 음악을 떠나 살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악기를 들고 연주하지 않는다고 하여, 목소리를 통하여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하여 음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가락이 자판을 칠 때 소리가 나는 것처럼 모든 주변의 것들이 내 몸이 이미 음악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음악이란 존재를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늘 함께하는 것으로 접근해보기라도 하자.

음악도 다른 어떤 것들처럼 각자 느끼는 만큼 느껴지고 감동을 주듯 이 책의 내용 또한 아주 흥미롭게 많은 걸 얻어 내거나, 생각보다 실망이네라며 중간에 덮고 말아 버리거나 이다. 끝까지 듣고도 일부러 찾아 듣고 또 다시 듣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오토리버스 선택하여 몇 번이고 듣기를 되풀이 하고, 반면에 도입부부터 듣기가 그저 그런 곡도 있듯이 이 책도 나에게는 그랬다. 제목이 주는 거창한 호기심에 잔득 기대를 하고 정신없이 읽다가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지루해져 읽기를 포기해버렸다. 그러나 며칠 후에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아뿔싸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지에서 그만 내 시간들을 차용해주고 말았다.

성장과 치유, 위안과 희망의 언어 음악, 이 기적 같은 '소리의 진동'은 어디서 와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마법의 힘을 발휘하는 걸까? 음 자체는 공기의 진동 일뿐이다 이 진동이 고막과 내이신경을 거쳐 대뇌피질에 있는 청각영역에 도달하면, 사소한 공기의 진동에 불과한 소리들이 별안간 경이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음악은 인간에게 슬픔과 기쁨 두려움 용기를 선사하고 식품의 발효와 살아 있는 것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가하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언어와 시공을 초월하는 이 마법 같은 소리를 통해 인류는, 찰나의 빅뱅이 그렇듯 몇 만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마음과 기억을 함께 나눈다.<본문 중에서>

책 속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존 바에즈 나 듀크 앨링턴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한 찬사도 자주 보이는데 듀크 앨링턴의 찬사가 좋아 옮겨 보며 음악을 다시 묻는다. 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졌다, 그러나 나의 여왕만은 남아 있다. 그녀는 아름답고 다정하다. 세련되고 기품이 있다. 그 목소리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어 지지 않는다. 나이는 1만 살. 미래만큼 이나 모던하고 매일 태어나는 여성. 그녀는 누구를 위한 조연도 아니다. 그렇다, 음악이야말로 나의 여왕이다.<듀크 앨링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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