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하면서 내 별명은 걸어 다니는 민폐였다. 허구한 날 아쉬운 소리를 하니 내 얼굴을 보는 것도 괴로울 것이었다. '아줌마 살림이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유별난 여자다. 사람들의 빈정거림을 나는 "파이팅입니다"로 바꿔 들었다. 무엇이 나에게 그토록 대책 없는 희망을 선물했을까? -머리말에서
이따금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주부들의 가사 노동을 돈으로 계산하여 제시해준다. 그 금액의 수치는 놀랍다. 글쎄?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제시하는 그 어마어마한 금액의 수치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부들이 있긴 있을까? 여전히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표도 안 나는 집안일'일 뿐이다.
공무원으로 늦깎이 주부였던 한경희씨도 보통 주부들처럼 모처럼 쉬는 휴일에 몰아 대청소를 하게 된다.
모처럼 쉬는 휴일, 온 집안을 청소하고 나면 허리와 무릎이 끊어 질듯이 아팠다. 그렇다고 이런 수고를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무릎 끓고 앉아 걸레질만 안 해도 살 것 같은데…' 걸레질에서 해방만 되어도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문득 뜨거운 스팀이 나오는 대걸레만 있어도 정말 편하면서도 깨끗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걸레질하며 낭비한 시간이 얼마인가…' -책 속에서
스팀청소기를 사려고 했지만 국내에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없다면 스스로 만들면 될 것이라는 긍정과 자신감으로 "한경희 심봤다"를 외치며 사표를 내고 스팀 청소기 만들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았다. 돈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여자가 무얼?" 이런 식의 관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업한다는 것도 힘들다는데, 그것도 여자로서? 무엇보다 여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이랬다.
"이보쇼. 아줌마 당신이 그걸 만들면 내손에 장을 지지지. 되지도 않는 일에 힘쓰지 말고 가서 살림이나 잘하쇼." "당신 이름만 걸쳐놓은 바지 사장 아냐?....남편사업 부도나니까 아줌마 명의로 회사 차려서 돈 빌려 쓰려는 것 아니오?" 그녀에게 쏟아진 말들이었다.-책 속에서
스팀 청소기 만들기 프로젝트는 6개월을 목표로 한 5천만원짜리였다. 그러나 6개월은 4년으로 길어졌으며, 10억이라는 돈이 들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집은 물론 친정이며 시댁까지 담보로 잡혀야 했다. 100만원조차 은행대출은 받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서 그간 모든 노력이나 투자가 한순간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사채까지 끌어 쓰는 우여곡절 끝에 이 스팀청소기는 우리 앞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자로서, 사업가로서 편견과 어려움을 긍정과 자신감으로 통쾌하게 터뜨린 대박이었다.
처음 만들어진 스팀청소기는 무겁고 탱크처럼 거대했다고 표현한다. 그리하여 반품이나 환불이 쇄도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페트병 1리터보다 가벼운 물건으로 대박의 변신을 하였던 가장 큰 힘은 긍정의 힘이었다. 이른바 성공하였다는 사람들, 그 누구나처럼 쉽게 말한다. 긍정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힘이라고,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그러나 누구나 긍정의 힘을 맘껏 발휘하여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영베스트의 스팀청소기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인기 속에 방영되었던 드라마에까지 나왔던 이 스팀 청소기는 많은 주부들에게 갖고 싶은 선망의 물건이 되었다. 홈쇼핑에서는 물론 어디에서나 인기 있는 그야말로 대박상품이며, 2004년 매출액 150억원의 주인공이다. 국내의 대박은 물론 외국에까지 그 유명세는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이미 매출은 이미 150억을 넘었고, 올해의 최종 목표는 500억원이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경희 사장(한영베스트)의 파란만장 성공 스토리다. 한경희 사장은 이 책에서 지금 계획 중인 프로젝트까지 과감히 밝히고 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자신감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1년 매출액이 300억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짠순이 아줌마다. 시장에 나가 떨이로 파는 3000원짜리 셔츠를 사 입고 구두도 너무 낡아 못 신을 정도가 되어야 버린다.… 내가 돈을 버는 건 하늘이 나보고 좋은 일을 하라고 주는 기회지 그 돈 가지고 겉치장에 신경 쓰며 살라고 한건 아닐 것이다.
나는 자신감만큼 돋보이는 액세서리는 없다고 믿는다. 똑똑한 사람은 그 자체로 빛이 난다. 그가 3000원짜리 셔츠를 입고 있다 해도 3000만원짜리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요즘 나는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손은 땀 흘려 일한 손이다. 땀 흘려 일한 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손만큼 섹시한 장신구는 없다.-책 속에서
한때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도 근무했으며, 1990년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MBA과정도 이수하였다. 또한 1997년 교육행정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는 등 언뜻 보면 화려한 이력이다. 그러나 조건 좋은 집안에서 자라 탄탄대로의 이력은 결코 아니었으며 그 이력이 어디서 비롯되었음인지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다.
3, 4부에서 들려주는 스팀청소기 관련 이야기 못지않게 2부나 5부에서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이 꼭 CEO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용기와 진취를 주는 내용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