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농들 - WTO 시대의 희망 농업 보고서
박학용.차봉현 지음 / 부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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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WTO시대, 우리의 농촌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이 물음에 <한국의 부농들>의 주인공 28명중 한 사람인 '매실닭 키우는' 양일영씨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 농업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이 도전해 볼만한 산업입니다. 고급화, 차별화된 농산물을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면 농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발효 직후인 1996년. 원광대학교를 졸업한 그가 부친의 양계장을 이어 받으려할 때 주변사람들은 한사코 말렸다. 하지만 양씨는 4만여 마리의 닭을 물려받았다. 71년생인 양씨는 현재 연매출 12억원을 자랑하는 CEO가 됐다.

"대학 친구들이 말렸어요. 농산물 개방 폭이 커지고 있으니 농업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면서요. 주변에도 농사로 빚을 진 사람들뿐이었어요. 동창회에 나가면 잘 다린 하얀 와이셔츠에 멋진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전 농사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WTO시대, 우리의 농촌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양씨는 닭의 사료로 매실을 주목한다. 우리 몸에 유익한 매실이 인기를 얻으면서 매실제품을 만들고 남은 많은 찌꺼기들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었다. 양씨는 이렇게 버려지는 매실 찌꺼기를 발효, 사료로 개발하여 닭을 키우게 된다. 매실사료를 먹고 자란 닭들은 맛도 좋았고 품질도 뛰어났다. 또한 건강에 좋은 성분까지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매실닭들의 소화기가 튼튼하다는 것. 또한 스트레스에 강해서 별도로 항생제를 먹일 필요가 없었다. 이런 닭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대도시의 대형 백화점에서 매실닭은 일반 닭보다 두 배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양씨는 내친김에 매실사료회사를 설립했다. 양씨가 소속된 지역육계노동조합 11개 농가가 모두 매실 닭을 생산한다. 이들 조합원의 연 매출은 100억 원대다. 또한 매실사료의 소문을 들은 한우, 돼지 축산 농가에서도 매실사료를 구입함으로써 양씨의 매실사료회사까지 급성장하는 추세다. 양씨는 앞으로 다양한 사료를 개발, 세계 속에 뻗어나가려는 포부까지 밝히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양계장의 닭 4만 마리가 양씨에게 처음부터 희망을 준 것은 아니었다. 정성을 들여 키운 닭은 턱없이 싼, 헐값에 팔리는 현실이었다. 이것만이 아니라 어렵게 개발한 녹차닭은 생산가의 난관에 부딪친다. 이것뿐이랴. 극복해야 하는 현실은 첩첩. 양씨는 절망하고 포기하는 대신 자기만의 블루오션을 발견하여 오늘의 길을 가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 28명의 농민들이 들려주는 농촌 희망가

양씨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주어진 조건과 성공은 별개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비단 양씨뿐이랴. 책 속에서 만나는 한국의 부농인들, 농업 CEO 28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실패와 좌절에는 이유도 변명도 필요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남들이 판단하는 최악의 조건을 오히려 성공의 기반으로 삼은 사람들. 아니 몇몇 주인공들의 경우는 암 선고를 '희망의 선고'로 바꾸기도 했다.

'토고미 마을'의 한상열씨도 그런 예다. 마흔에 위암선고를 받고 두 차례의 수술 끝에 그는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폐교를 활용, 마을 사람들의 연 수입을 5억 원대에 올려놓았다. 주변 사람들은 "토고미 마을은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쌀 수매제도가 없어진다 해도 걱정 없을 정도가 됐다"고 자신 있게 토고미 마을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런 예는 한씨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원양어선을 타면서 얻은 병을 이기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던 유기농 채소로 연간 20억 원을 버는 김병귀씨, 만성 류머티즘으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몸으로 연간 40억 원의 매출과 한해 방문자 100만 명을 기록하는 매실농장을 운영하는 홍쌍리씨가 또한 그렇다.

이들은 모두 넉넉한 자본은커녕,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몸의 병을 희망선고로 바꾼 사람들이다. 이들 뿐일까. <한국의 부농들>속에서 만날 수 있는 농업 CEO들의 감동 실화는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어젠다(DDA)로 실의에 빠진 농민과 소규모 영세업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농업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돼지의 분뇨를 이용, 항생제 없는 돼지고기를 생산해내는 이계운 ▲딸기로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락(樂)딸기 이용철 ▲우리 땅에 참다래 신화를 만든 정운천 ▲홍시의 가장 큰 단점을 극복, 깎아 먹는 홍시를 개발한 백성준 ▲배꽃 농원에서 음악축제를 열어 또 다른 농촌 축제의 효시가 된 이윤현 부부 ▲강남의 비싼 땅을 주말농장으로 활용, 도시민들을 '주말농장 폐인'으로 만든 최성희 ▲2003년의 화재와 조류독감으로 1000억원 손실을 딛고 일어선 '하림닭'의 김홍국사장 - 책속 주인공 28인 중에서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농촌이 고향이어서 늘 답답한 체기로 남아있는 농촌 문제에 대한 암울함을 어느 정도는 위로 받았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인 나의 열악한 처지로 간신히 견뎌 나가는 이 불황이 실패의 이유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자각도 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을 얻었다고 할까.

부농의 길은 있다... 이제는 농업 CEO

책속에서 만나는 농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감동과 희망 사연은 누구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솔직히 놀랍고 부럽다. 농민 한사람이 한해 벌어들이는 돈이 수십, 수백억이라니.

이 책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른 한사람의 감동 실화 끝마다 '이것만은 배우자-Selling Point'를 덧붙여 이들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성공원인을 이론적으로 분석,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농업 CEO들이 말하는 생산절차와 혁신방식, 마케팅 노하우는 놀라울 정도로 냉철하며 핵심을 잘 잡아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추천사가 붙어있다.

"필자인 박학용 문화일보 경제부장은 도시기업과 농촌 마을이 결연, 교류하는 1사1촌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도시와 기업이 농촌과 농민을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농촌과 농민은 도시와 기업을 위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절실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일방적이 아닌 상생하는 도시-농촌의 모델도 제시했습니다. 이 철학이 이 책에도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생명이 넘치는 충격으로 도시민, 농민, 정부 당국자들을 눈뜨게 하고, 우리농촌 발전의 디딤돌이 돼 줄 것을 기대합니다. 또 농민뿐 아니라 도시 젊은이들에게도 세상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추천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강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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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인생을 바꾼다
한진규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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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동안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잠을 잤다는 발명왕 에디슨에 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10시간을 안 자면 아무 일도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던 사람들이다.

에디슨처럼 최소한의 잠만 자고도 의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충분하다는 이야긴데… 왜 성인들은 하루 7~8시간을 자야 한다고 하는 걸까? 에디슨처럼 3시간만 자면 나머지 시간에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앞서갈 수 있는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흔히 남보다 앞서가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관련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이런 책들이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도 사실이다.

수면박사 한진규의 <잠이 인생을 바꾼다>는 우리 삶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잠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어떤 잠이 좋은 잠일까? 코골이 같은 잠버릇은 어떻게 고쳐야 할까? 나에게 맞는 잠은 몇 시간일까? 등등. 그런데 이 책은 기존의 잠에 관한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인생의 3분의1 차지하는 수면, 바람직한 수면을 위해

"내가 '수면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경과 전공의 4년차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외래 진료를 하면서 두통환자를 유심히 살펴보니 대부분 수면으로 밤에 힘겨워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시간이 부족해서 못 자거나 반대로 많이 자도 개운하지 않은 피로 상태가 가장 많았다. 게다가 낮에 항상 졸려서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수면치료를 해 본 결과, 환자들의 두통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이후 국립보건원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 쾌적한 수면을 방해하는 코골이 치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 이비인후과로 간 코골이 환자들은 대부분이 수술을 받았고 내과로 간 이들은 씨펩(CPAP)이라는 코골이 치료기계로 치료를 받았다.

'똑같은 코골이 환자인데 '도대체 왜?' 어떤 사람은 씨펩 치료를 하고, 어떤 사람은 수술을 하는가?' 궁금했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수면분야는 미개척 분야였던 것이다. 저자는 척박한 미개척 분야에 대한 갈급함 때문에 미국유학을 떠나게 된다. 저자는 아시아권에서는 10명 남짓 되는 미국 수면의 자격을 국내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획득하게 된다.

<잠이 인생을 바꾼다>는 이런 이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초의 수면박사 한진규의 '바람직한 수면문화에 대한 수면지침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진료한 사람들, 즉 수면장애와 수면부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실례를 통하여 '잠의 중요성과 수면장애의 효율적인 치료'에 대해 들려준다. 아울러 섣부른 치료와 수면장애가 있음에도 방치할 경우의 위험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또한 잠의 다양한 측면과 숙면 등 잠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행복한 인생은 좋은 잠으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수면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분위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잠 안 자고 공부하고 밤늦도록 일해야 성공한다는 풍토 말이다. 개인의 '수면양'과 신체리듬을 무시한 채 고3은 무조건 4~5시간만 자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새벽 1~2시를 훌쩍 넘겨서까지 아이들을 붙잡고 학원이다 과외다 난리법석을 떤다. 그런데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어떤가?"

잠에 쫓기는 것은 비단 수험생들뿐일까?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 수면문제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샐러리맨부터 굴지의 기업 CEO, 판사, 연예인, 기러기아빠, 신생아 엄마나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이었다. 그리고 삶의 의욕과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늘 잠에 쫓기면서 눈이 자꾸 흐려지는가 하면 걸핏하면 두통으로 고생하는 나 자신이었다.

잠은 어른은 물론 0~7세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성장과 안정, 두뇌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개운하게 자지 못한 뇌는 문제 해결, 학습, 집중, 기억, 건강 등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잠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게 되면 성적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부진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우리들의 잠에 대한 상식은 어떤가?

또한 잠을 푹 자지 못해 늘 피곤해하는 사람들은 불면증은 물론 '소화장애'나 '근육뭉침' '관절염' 등을 자주 호소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진료한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행복하려면, 남보다 앞서가려면 인간의 3대 본능인 잠을 줄이는 것보다 깨어있는 시간을 아인슈타인처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수면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이 잠을 줄일 수 있는 한계는 고작 30분. '아침형 인간'이 되자고 외치는 세상이지만 아침형 인간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밤낮이 바뀐 신생아 때문에 제대로 못 잔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생아들의 그런 습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다 보니 신생아 때부터 아이의 잠 습관을 잡아 주는 것이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심각한 코골이는 이미 신생아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코골이가 미처 모르거나 무관심으로 방치된 병이라는 생각은 지나칠까?

누구나 자는 잠. 따라서 잠을 둘러싼 작은 문제들은 결정적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리면 자고, 해야 할 일이 많으면 우선 줄일 수 있는 것이 잠이라면서 무리하게 버티기도 했었다. 그런데 잠은 가장 잘 알아야 하고 삶 중에서 가장 현명하게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잠이 삶의 모든 것을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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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신비한 이야기 - 통합 논술형 활용과학
장현춘 엮음 / 백양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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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시아이들은 벼를 전혀 본적이 없어서 나무에서 쌀이 열리는 줄 알고 쌀나무, 쌀나무 하더라!"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라 흙과 벼를 전혀 모르는 도시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지 싶다. 그런데 실제로 '쌀나무'가 있단다. 게다가 '빵나무', '우유나무'도 있다면?

쌀은 벼의 열매를 정미한 것이고, 빵은 밀가루로 만들었으며, 우유는 젖소로부터 짜낸 것이다. 그런데 어떤 큰 나무에서 쌀이 나고, 빵이 주렁주렁 열리고 우유가 나온다고 상상해 보자. 참으로 기이하고 재미있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쌀나무와 빵나무, 우유나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서곡야자라고 하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20m 높이로 자라고 원줄기가 실하고 곧으며 그 속에는 대량의 전분, 지방, 탄수화물 등 영양 물질이 들어 있다. 이런 나무는 수명이 짧아서 10~12년 살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는 죽어 버린다." - 책속에서

'쌀나무'가 꽃을 피우기 전에 베어 원줄기에 있는 전분 등의 영양물질을 긁어내 통에 넣고 물을 담아 둔다. 그러면 한참 후에 전분만 물에 가라앉는데 위에 뜬 맑은 물을 버리고 전분을 말리면 새하얀 쌀이 된다. 양도 많아서 양식을 하면서 수출까지 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 쌀은 좀이 먹지 않아 오래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식용 외에 방직공장에서 실을 가공하는데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인도, 스리랑카, 브라질,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큰 '빵나무'다.

"열매는 둥근데 하나가 3~4근씩 된다. 사람들이 그것을 따서 불에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그 맛은 밀가루 빵과 비슷하여 달면서도 약간 시큼하고 향기로우므로 사람들은 이 나무를 '빵나무'라고 부른다. 빵나무에 열린 빵에는 전분과 지방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이런 빵을 먹고 산다. 이 나무는 수확고가 높아서 두 그루면 두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다." - 책속에서

남아메리카에서는 우유나무가 자란다. 칼로 나무의 껍질을 살짝 자르기만 해도 우유와 같은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반시간에 1근씩이나 나온다. 이 액체는 당분, 단백질, 지방이 풍부하고 영양가가 우유와 비슷하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은 우유대용식품으로 먹고, 쓰고 있다.

<생태계의 신비한 이야기>는 이처럼 자연, 즉 동 식물계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만 모은 책이다. 세상의 경이로운 이야기들,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한 번쯤은 궁금해서 알아보고 싶었을 주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 교과서와 연결되어 학습에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모아 놨다.

'신비한 동물의 세계 24꼭지'와 '재미있는 식물 세계 18꼭지' 모두 42편으로 이뤄져 있다.

호기심과 과학적 사고, 논리력을 키우는 내용들

▲어떤 동물이 가장 총명한가? ▲이빨이 가장 많은 동물은? ▲물고기는 왜 물을 떠나서 살 수 없으며 물을 떠나서 살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는데? ▲세상에서 가장 키 큰 나무와 가장 작은 나무는? ▲어떤 나무가 가장 단단하고 가장 가벼울까? ▲어떤 식물이 가장 빠르게 자라고 어떤 식물이 가장 느리게 자랄까? ▲가장 큰 잎과 가장 큰 꽃은 도대체 얼마나 클까? ▲식물도 동물처럼 움직일 수 있을까? - 목차 중에서

목차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들일까?' 잔뜩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장점은 따로 있다. 생태계의 신비하고 재미있는 사실들을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과학적, 논리적 사고로 발전하게끔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이렇다.

지면의 장애물을 뛰어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캥거루다. 캥거루가 적과 싸울 때 곧추서서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적에게 사정없이 덤벼드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냥개가 쫒아 올 경우 가슴까지 닿는 물에 뛰어들어 사냥개를 유인한 다음 사냥개가 물로 뛰어들면 앞발로 상대방을 틀어쥐고 물속에 끌어넣어 죽이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캥거루는 앞발이 짧고 뒷발이 특별히 발달하여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이런 캥거루의 특성을 이용해 우리 생활에 접목시킨 것이 '도약기'다. 바퀴가 없는 도약기는 울퉁불퉁한 곳을 가리지 않고 빨리 달릴 수 있다. 도약기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동·식물 세계로부터 응용, 모방한 것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책은 이처럼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풍부하게 실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아가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인간의 생활과 어떻게 접목시키는지 실제적인 사례와 연결시켜 설명해준다. 때문에 어제까지 무심코 보아 넘기던 사물과 존재들이 새롭게 보일만하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아이들의 관찰력과 논리력이 쑥쑥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호기심은 더 왕성하다고 한다. 호기심은 또 다른 세계로의 관심의 시작이다. 관심은 존재에 대한 관찰로 이어지고 관찰은 다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연결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는 명확하고 이성적이며 진지한 삶으로 연결된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일수록 창의적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척 중요하다.

나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는가? 아이들이 무언가 궁금해 할 때 어떻게 답해줄 수 있는가? 혹시 나는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부모인가? 아니면 눌러 잘라 자라지 못하게 하는 부모인가? <생태계의 신비한 이야기>는 초등학생부터 학부모들까지 흥미와 호기심을 바짝 세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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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도감
도토리 기획 지음, 이원우.백남호 그림 / 보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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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2학년인 첫애가 자박자박 걷기 시작할 때, 여름휴가로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계곡은 위험했고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는 동해도 마땅치 않았다. 이때 우리가 선택한 곳은 서해안 갯벌.

물이 빠지면서 넓게 드러난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들은 온통 신기하기만 했다. 바지락 캐는 것도, 바위에서 한여름에 따먹는 굴 맛도 좋았다. 발가락 사이에서 꼬물대는 갯지렁이도, 까맣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홍합들이 속삭이면서 내는 숨소리도 신기하여 서해안 갯벌은 아이들과 자주 찾는 여행지가 되었다.

최근 몇 년, 갯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갯벌 관련 책들도 많이 나오고, 갯벌체험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보리에서 나온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 도감>은 갯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물들, 우리 갯벌에서 쉽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180가지의 생물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과 갯벌체험 여행하기에 좋은 서해안갯벌

서해안 갯벌은 연령대가 낮은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여행하기에 좋은 곳들이 많다. 물이 얕아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에 좋고 썰물과 밀물의 차가 커서 하루 한 두 번씩 넓게 열리는 갯벌은 바다생물을 풍성하게 만나게 해준다.

무늬도 모양도 제 각각인 조개들. 맛도 조금씩 다른 조개들마다 특성에 맞게 붙여진 이름도 재미있거니와 조개마다 잡는 법이 재미있는 것들도 많다. 제 각각 다른 조개들의 특성을 어찌 그리 잘 헤아려냈는지 조상들의 '갯살림' 지혜가 감탄스러울 정도다.

개조개, 민들조개, 가무락조개, 떡조개, 살조개, 새조개, 백합, 대맛조개, 돼지가리맛, 비단가리비, 복털조개, 물조개, 우럭, 모시조개, 동죽, 진주담치...바지락이나 꼬막은 호미로 캐지만물조개는 그물로 잡는다. 맛있어서 '맛'을 붙인 맛류들은 어떻게 잡을까?

"'대맛'을 캘 때는 다리에 힘을 주어 모랫바닥을 쿵쿵 울리며 걷는다. 그 힘으로 갯바닥에 대맛 구멍이 드러나면 잽싸게 '써개'를 찔러 넣어 잡는다. 써개는 긴 꼬챙이 같이 생겼다. 살이 통통해서 몇 개만 넣고 끓여도 진한 맛이 우러난다. 조가비가 대나무 마디처럼 생겨서 '죽합'이라고 한다. 맛 중에서 가장 크고 조가비가 두꺼운 편이다." -대맛조개 설명 중에서.

'다리에 힘을 주어 모랫바닥을 쿵쿵 울리며 걷는다?' 변산, 새만금에서 많이 나는 대맛조개 잡는 법이 참 재미있다. 대맛과 모양은 같지만 반절 크기인 맛조개는 맛소금으로 잡는데 맛조개 잡는 법도 특이하고 재미있다.

우선 ‘맛조개’가 있을만한 갯벌을 삽으로 살짝 걷어낸다. 그러면 맛조개의 숨구멍이 숭숭 드러나는데 이 구멍에 맛소금을 조금씩 뿌리면 1초에서 5초 사이에 맛조개들이 쑥쑥 몸을 내민다. 이때 맛조개를 재빨리 잡아 뽑으면 되는데 3, 4살 꼬마들도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다.

어른들은 소금을 뿌리고 아이들에게 쑥쑥 올라온 맛조개를 잡아보라고 하면 열이면 열,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신나게 잡아 올린다.

어른 손가락 만 한 맛조개는 잡는 것도 수월하고 재미있으며 모래갯벌에 주로 살기 때문에 해감도 쉽다. 그래서 맛조개를 잡아 삶아먹는 피서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놀이를 하는 틈틈이 아이들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맛조개 잡이다.

"소금을 뿌리면 꼭꼭 숨어있던 조개들이 왜 고개를 내밀지?"
"이 조개는 꼭 작은 소시지 같아"
"바닷가 사람들은 이렇게 잡는 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밀물과 썰물은 왜 생기는 걸까? 바닷물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눈앞에 펼쳐지는 갯벌,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다. 그래서 더 좋은 서해안 갯벌여행이다. 어렸을 때부터 갯벌을 자주 갔던 우리 아이들에게 발가락에 꼼지락거리며 걸리는 갯지렁이는 바다를 깨끗하게 해주는 고마운 생물이지 징그러운 지렁이가 아니다.

소중한 텃밭, 갯벌

이 책은 강원도 속초 바닷가. 경상남도 통영 앞 바다,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 갯벌, 제주도 바닷가에서 취재하여 만들었습니다. 날씨만 좋으면 배를 타고 나가서 문어를 잡는 할아버지, 열 살 때부터 고기를 잡았다는 양식장 아저씨, 쌀쌀한 갯바람에도 백합을 캐던 아주머니, 평생 물질을 해 온 제주도 할머니...이렇게 동해, 서해, 남해의 바닷가 마을에서 오랫동안 갯살림을 꾸려온 분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꼼꼼히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전문 학자에게 하나하나 확인하여 실었습니다.-책속에서

우리나라 갯벌은, 온 세계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넓고 오래된 갯벌로 나이는 8천년이나 된다. 갯벌은 강에서 흘러내려 온 흙과 모래가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바다 들판이다. 사람들에는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소중한 텃밭이기도 하다.

또한 갯벌은 뭍에서 내려 온 온갖 찌꺼기를 걸러내면서 스스로를 깨끗하고 기름지게 만든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아무 것도 살지 않을 것처럼 거무튀튀하고 칙칙해 보이지만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요. 인간의 생활을 깨끗하게 해주는 생명선이기도 하다.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 도감>은 바닷가나 갯벌을 좋아하여 즐겨 찾는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많은 생물도감이다.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생물들의 특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180가지의 갯벌 생물들을 세밀화 220점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과 쉽게 비교해보고 참고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생물의 특성에 그치지 않고 잡는 법이나 먹는 방법, 사람들과 함께 해 온 특별한 사연까지 짧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 바다생물과 갯살림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써도 손색이 없다. 아울러 갯벌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조개과 게, 바다선인장이나 물해파리, 여러 종류의 갯지렁이와 불가사리들, 가마우지나 물수리, 도요새 같은 새들, 톳이나 김, 파래, 우문재 같은 바다 식물들, 통발이나 써개, 그랭이 같은 채집도구들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다섯 가지 띠로 구분하여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도감이다.

혹시 우리 가족처럼 갯벌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이 빠져나가면서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 가는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갯벌의 중요성까지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여러모로 쓰임새 많고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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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삼국유사 - 8백 년 전의 일연 따라 삼국유사를 거닐다
고운기 지음, 양진 사진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이 살았던 13세기는 고난의 시기였다. 무인정권기의 혼란이 되풀이 되고 몽고의 30년에 걸친 침략이 있었다. 고려는 결국 몽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일본정벌을 하게된다.

이런 국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가진 것 없는 백성들이었다. 당시의 지식인이요, 국사였던 일연은 고단한 민중들의 삶을 탄식하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 국난극복의 요체로 책 한 권을 집필하게 된다. 이것이 21세기의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삼국유사>다.

<삼국유사>를 대하며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강화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발길이 닿은 곳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하였던 일연. 그러나 3년이나 조실로 있던 선원사가 있던 강화에 대해서는 한 줄 적기를 꺼려하며 끝내 침묵했다.

몽고의 침략에 훗날을 도모하기 위하여 피신하였던 은혜로운 땅. 불심으로 국난을 극복해내기를 염원하며 그것도 자신이 머물던 선원사 주관으로 팔만대장경을 제작한 호국의 땅 강화 아닌가! 게다가 보문사나 전등사라는 이름난 절이 있는 강화 이련만.

<삼국유사> 일연이 '강화'에 대해 기록하지 않은 이유

팔만대장경에 대한 지극한 발원이나 자부심을 단 한 줄이라도 기록할법하건만 일연은 끝내 침묵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강화는 정권야욕에 눈먼 무인들이 활보하던 땅이었으며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쳐 온 왕이 있던 곳이었다. 그 누구보다 힘없는 민초들을 사랑했던 일연은 그런 강화에 대해 기록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리라.

이런 의미와 함께 경주 분황사에서 만나는 '원효와 설총'은 역사적인 기록으로 저 만치에 머물고 있던 삼국유사를 더욱 더 바짝 끌어다 주는 듯하다.

…세상의 낮은 자리로 와서 낮은 자리의 사람들과 함께한 생애. 원효는 일세를 풍미했지만 파란만장한 세월 속에 살다 갔다. 그런 생애를 누구보다 잘 안 것이 아들 설총이었다. 설총은 아버지가 죽자 유해를 잘게 부수어 얼굴모양 그대로 만들어 분황사에 모신다. 원효의 소상(塑像)은 그렇게 만들어 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들이 예불을 드리러 오자 소상(원효의)이 홀연 돌아보았다 하지 않는가. '지금도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라고, 일연은 마치 본 것처럼 삼국유사에 적었다. 아비는 아들의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들에게 전할 무슨 애틋한 사연이 남았더란 말일까? -책 속에서


일연을 따라 13세기 사람들을 만나보자

분황사에서 만나는 원효와 그의 아들 설총의 사연에서 21세기의 기러기 아빠들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출가자 원효가 아닌 아버지 원효, 13세가가 아닌 21세기의 아버지 원효를 떠올리면 지나친 걸까?

일연은 이처럼 삼국유사에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였고, 이런 일연의 의도를 잘 헤아려 맛깔스럽고 살갑게 들려주고 있는 책이 <길 위의 삼국유사>다.

<길 위의 삼국유사>는 세간에 '삼국유사 박사'로 소문난 고운기(연세대교수)가 삼국유사를 20년 동안 연구해오며 찾았던 삼국유사의 현장기행문이다. 역사기록으로만 남아있는 삼국유사의 현장을 셀 수도 없이 찾았다고 한다. 그중 15곳, 그리고 그 주변에 대한 감상이다.

분황사에서 만나는 원효와 설총뿐이랴. 법성포에서는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의 자취를, 공주 무녕왕릉에서는 선화공주를 떠올린다. 이제는 사라진 분황사 석벽자리에서 눈먼 딸을 둔 어미가 절박한 심정으로 부른 '천수대비가'를 듣는다.

그리고 진신으로 효소왕을 깨우친 산, 경주 남산을 오른다. 남산은 산 전체가 마애불이요, 보이느니 부처의 미소뿐이다. 화려한 금불상이 아닌, 은은하고 소박한 돌부처의 미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하여 남산을 오르는 그 길을 쓸고 닦게 하였다.

여러 번의 화마를 겪었던 낙산사에선 하룻밤 사이에 백년의 희열과 고통을 겪은 청년 조신의 꿈을 줍는다. 이렇게 일연을 따라 13세기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딱딱한 역사로만 남아있던 이 땅의 기록들이 21세기와 닿아 있음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여름휴가, 삼국유사 현장 찾는 건 어떨까?

<삼국유사>를 벗한 지 이십 년, 여행길 동무 삼아 다시 읽었다. 일연 스님을 모셔 동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와 함께, 그가 했듯이, 이야기의 현장을 다시 가보며 뜻을 되새겨 보기로 했다. 그 길 위에서 짬짬이 13세기의 눈으로 21세기를, 21세기의 눈으로 13세기를, 아니 더 넘어 우리 고대사의 사람들을 그려보기로 했다. - 고운기

법성포, 불갑사, 금산사, 선운사, 미륵사터, 분황사, 경주남산, 무장사터, 대왕암, 감은사, 오어, 처용암, 망해사, 낙산사, 굴산사터, 월정사, 상원사, 진전사터….

저자 고운기가 일연과 함께 동행 하는 마음으로 따라간 삼국유사의 현장들은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 이미 아스라이 빈터로 남았지만 우리 곁에서 남산의 돌부처처럼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는 곳들이다.

저자는 백제의 불교가 시작된 곳인 영광불갑사를 시작으로 일연이 출가한 진전사터를 끝으로 <길 위의 삼국유사> 기행을 마치고 있다. 각 장 끝에 '함께 가볼 만한 곳'에서는 본문에 다 소개하지 못한 장소와 풍경, 맛깔스런 음식과 편안한 숙소 등의 여행정보를 추가했다.

올 여름 휴가는 탄생 800주년을 맞은 일연과 동행하여 그 누구보다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을 사랑한 일연의 위대한 기록인 삼국유사의 현장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삼국유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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