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인생을 바꾼다
한진규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일생동안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잠을 잤다는 발명왕 에디슨에 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10시간을 안 자면 아무 일도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던 사람들이다.

에디슨처럼 최소한의 잠만 자고도 의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충분하다는 이야긴데… 왜 성인들은 하루 7~8시간을 자야 한다고 하는 걸까? 에디슨처럼 3시간만 자면 나머지 시간에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앞서갈 수 있는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흔히 남보다 앞서가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관련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이런 책들이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도 사실이다.

수면박사 한진규의 <잠이 인생을 바꾼다>는 우리 삶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잠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어떤 잠이 좋은 잠일까? 코골이 같은 잠버릇은 어떻게 고쳐야 할까? 나에게 맞는 잠은 몇 시간일까? 등등. 그런데 이 책은 기존의 잠에 관한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인생의 3분의1 차지하는 수면, 바람직한 수면을 위해

"내가 '수면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경과 전공의 4년차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외래 진료를 하면서 두통환자를 유심히 살펴보니 대부분 수면으로 밤에 힘겨워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시간이 부족해서 못 자거나 반대로 많이 자도 개운하지 않은 피로 상태가 가장 많았다. 게다가 낮에 항상 졸려서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수면치료를 해 본 결과, 환자들의 두통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이후 국립보건원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 쾌적한 수면을 방해하는 코골이 치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 이비인후과로 간 코골이 환자들은 대부분이 수술을 받았고 내과로 간 이들은 씨펩(CPAP)이라는 코골이 치료기계로 치료를 받았다.

'똑같은 코골이 환자인데 '도대체 왜?' 어떤 사람은 씨펩 치료를 하고, 어떤 사람은 수술을 하는가?' 궁금했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수면분야는 미개척 분야였던 것이다. 저자는 척박한 미개척 분야에 대한 갈급함 때문에 미국유학을 떠나게 된다. 저자는 아시아권에서는 10명 남짓 되는 미국 수면의 자격을 국내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획득하게 된다.

<잠이 인생을 바꾼다>는 이런 이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초의 수면박사 한진규의 '바람직한 수면문화에 대한 수면지침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진료한 사람들, 즉 수면장애와 수면부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실례를 통하여 '잠의 중요성과 수면장애의 효율적인 치료'에 대해 들려준다. 아울러 섣부른 치료와 수면장애가 있음에도 방치할 경우의 위험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또한 잠의 다양한 측면과 숙면 등 잠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행복한 인생은 좋은 잠으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수면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분위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잠 안 자고 공부하고 밤늦도록 일해야 성공한다는 풍토 말이다. 개인의 '수면양'과 신체리듬을 무시한 채 고3은 무조건 4~5시간만 자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새벽 1~2시를 훌쩍 넘겨서까지 아이들을 붙잡고 학원이다 과외다 난리법석을 떤다. 그런데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어떤가?"

잠에 쫓기는 것은 비단 수험생들뿐일까?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 수면문제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샐러리맨부터 굴지의 기업 CEO, 판사, 연예인, 기러기아빠, 신생아 엄마나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이었다. 그리고 삶의 의욕과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늘 잠에 쫓기면서 눈이 자꾸 흐려지는가 하면 걸핏하면 두통으로 고생하는 나 자신이었다.

잠은 어른은 물론 0~7세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성장과 안정, 두뇌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개운하게 자지 못한 뇌는 문제 해결, 학습, 집중, 기억, 건강 등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잠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게 되면 성적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부진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우리들의 잠에 대한 상식은 어떤가?

또한 잠을 푹 자지 못해 늘 피곤해하는 사람들은 불면증은 물론 '소화장애'나 '근육뭉침' '관절염' 등을 자주 호소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진료한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행복하려면, 남보다 앞서가려면 인간의 3대 본능인 잠을 줄이는 것보다 깨어있는 시간을 아인슈타인처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수면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이 잠을 줄일 수 있는 한계는 고작 30분. '아침형 인간'이 되자고 외치는 세상이지만 아침형 인간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밤낮이 바뀐 신생아 때문에 제대로 못 잔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생아들의 그런 습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다 보니 신생아 때부터 아이의 잠 습관을 잡아 주는 것이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심각한 코골이는 이미 신생아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코골이가 미처 모르거나 무관심으로 방치된 병이라는 생각은 지나칠까?

누구나 자는 잠. 따라서 잠을 둘러싼 작은 문제들은 결정적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리면 자고, 해야 할 일이 많으면 우선 줄일 수 있는 것이 잠이라면서 무리하게 버티기도 했었다. 그런데 잠은 가장 잘 알아야 하고 삶 중에서 가장 현명하게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잠이 삶의 모든 것을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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