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농들 - WTO 시대의 희망 농업 보고서
박학용.차봉현 지음 / 부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WTO시대, 우리의 농촌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이 물음에 <한국의 부농들>의 주인공 28명중 한 사람인 '매실닭 키우는' 양일영씨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 농업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이 도전해 볼만한 산업입니다. 고급화, 차별화된 농산물을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면 농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발효 직후인 1996년. 원광대학교를 졸업한 그가 부친의 양계장을 이어 받으려할 때 주변사람들은 한사코 말렸다. 하지만 양씨는 4만여 마리의 닭을 물려받았다. 71년생인 양씨는 현재 연매출 12억원을 자랑하는 CEO가 됐다.

"대학 친구들이 말렸어요. 농산물 개방 폭이 커지고 있으니 농업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면서요. 주변에도 농사로 빚을 진 사람들뿐이었어요. 동창회에 나가면 잘 다린 하얀 와이셔츠에 멋진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전 농사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WTO시대, 우리의 농촌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양씨는 닭의 사료로 매실을 주목한다. 우리 몸에 유익한 매실이 인기를 얻으면서 매실제품을 만들고 남은 많은 찌꺼기들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었다. 양씨는 이렇게 버려지는 매실 찌꺼기를 발효, 사료로 개발하여 닭을 키우게 된다. 매실사료를 먹고 자란 닭들은 맛도 좋았고 품질도 뛰어났다. 또한 건강에 좋은 성분까지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매실닭들의 소화기가 튼튼하다는 것. 또한 스트레스에 강해서 별도로 항생제를 먹일 필요가 없었다. 이런 닭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대도시의 대형 백화점에서 매실닭은 일반 닭보다 두 배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양씨는 내친김에 매실사료회사를 설립했다. 양씨가 소속된 지역육계노동조합 11개 농가가 모두 매실 닭을 생산한다. 이들 조합원의 연 매출은 100억 원대다. 또한 매실사료의 소문을 들은 한우, 돼지 축산 농가에서도 매실사료를 구입함으로써 양씨의 매실사료회사까지 급성장하는 추세다. 양씨는 앞으로 다양한 사료를 개발, 세계 속에 뻗어나가려는 포부까지 밝히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양계장의 닭 4만 마리가 양씨에게 처음부터 희망을 준 것은 아니었다. 정성을 들여 키운 닭은 턱없이 싼, 헐값에 팔리는 현실이었다. 이것만이 아니라 어렵게 개발한 녹차닭은 생산가의 난관에 부딪친다. 이것뿐이랴. 극복해야 하는 현실은 첩첩. 양씨는 절망하고 포기하는 대신 자기만의 블루오션을 발견하여 오늘의 길을 가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 28명의 농민들이 들려주는 농촌 희망가

양씨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주어진 조건과 성공은 별개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비단 양씨뿐이랴. 책 속에서 만나는 한국의 부농인들, 농업 CEO 28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실패와 좌절에는 이유도 변명도 필요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남들이 판단하는 최악의 조건을 오히려 성공의 기반으로 삼은 사람들. 아니 몇몇 주인공들의 경우는 암 선고를 '희망의 선고'로 바꾸기도 했다.

'토고미 마을'의 한상열씨도 그런 예다. 마흔에 위암선고를 받고 두 차례의 수술 끝에 그는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폐교를 활용, 마을 사람들의 연 수입을 5억 원대에 올려놓았다. 주변 사람들은 "토고미 마을은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쌀 수매제도가 없어진다 해도 걱정 없을 정도가 됐다"고 자신 있게 토고미 마을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런 예는 한씨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원양어선을 타면서 얻은 병을 이기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던 유기농 채소로 연간 20억 원을 버는 김병귀씨, 만성 류머티즘으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몸으로 연간 40억 원의 매출과 한해 방문자 100만 명을 기록하는 매실농장을 운영하는 홍쌍리씨가 또한 그렇다.

이들은 모두 넉넉한 자본은커녕,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몸의 병을 희망선고로 바꾼 사람들이다. 이들 뿐일까. <한국의 부농들>속에서 만날 수 있는 농업 CEO들의 감동 실화는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어젠다(DDA)로 실의에 빠진 농민과 소규모 영세업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농업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돼지의 분뇨를 이용, 항생제 없는 돼지고기를 생산해내는 이계운 ▲딸기로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락(樂)딸기 이용철 ▲우리 땅에 참다래 신화를 만든 정운천 ▲홍시의 가장 큰 단점을 극복, 깎아 먹는 홍시를 개발한 백성준 ▲배꽃 농원에서 음악축제를 열어 또 다른 농촌 축제의 효시가 된 이윤현 부부 ▲강남의 비싼 땅을 주말농장으로 활용, 도시민들을 '주말농장 폐인'으로 만든 최성희 ▲2003년의 화재와 조류독감으로 1000억원 손실을 딛고 일어선 '하림닭'의 김홍국사장 - 책속 주인공 28인 중에서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농촌이 고향이어서 늘 답답한 체기로 남아있는 농촌 문제에 대한 암울함을 어느 정도는 위로 받았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인 나의 열악한 처지로 간신히 견뎌 나가는 이 불황이 실패의 이유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자각도 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을 얻었다고 할까.

부농의 길은 있다... 이제는 농업 CEO

책속에서 만나는 농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감동과 희망 사연은 누구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솔직히 놀랍고 부럽다. 농민 한사람이 한해 벌어들이는 돈이 수십, 수백억이라니.

이 책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른 한사람의 감동 실화 끝마다 '이것만은 배우자-Selling Point'를 덧붙여 이들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성공원인을 이론적으로 분석,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농업 CEO들이 말하는 생산절차와 혁신방식, 마케팅 노하우는 놀라울 정도로 냉철하며 핵심을 잘 잡아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추천사가 붙어있다.

"필자인 박학용 문화일보 경제부장은 도시기업과 농촌 마을이 결연, 교류하는 1사1촌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도시와 기업이 농촌과 농민을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농촌과 농민은 도시와 기업을 위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절실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일방적이 아닌 상생하는 도시-농촌의 모델도 제시했습니다. 이 철학이 이 책에도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생명이 넘치는 충격으로 도시민, 농민, 정부 당국자들을 눈뜨게 하고, 우리농촌 발전의 디딤돌이 돼 줄 것을 기대합니다. 또 농민뿐 아니라 도시 젊은이들에게도 세상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추천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강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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