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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2학년인 첫애가 자박자박 걷기 시작할 때, 여름휴가로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계곡은 위험했고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는 동해도 마땅치 않았다. 이때 우리가 선택한 곳은 서해안 갯벌.
물이 빠지면서 넓게 드러난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들은 온통 신기하기만 했다. 바지락 캐는 것도, 바위에서 한여름에 따먹는 굴 맛도 좋았다. 발가락 사이에서 꼬물대는 갯지렁이도, 까맣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홍합들이 속삭이면서 내는 숨소리도 신기하여 서해안 갯벌은 아이들과 자주 찾는 여행지가 되었다.
최근 몇 년, 갯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갯벌 관련 책들도 많이 나오고, 갯벌체험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보리에서 나온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 도감>은 갯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물들, 우리 갯벌에서 쉽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180가지의 생물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과 갯벌체험 여행하기에 좋은 서해안갯벌
서해안 갯벌은 연령대가 낮은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여행하기에 좋은 곳들이 많다. 물이 얕아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에 좋고 썰물과 밀물의 차가 커서 하루 한 두 번씩 넓게 열리는 갯벌은 바다생물을 풍성하게 만나게 해준다.
무늬도 모양도 제 각각인 조개들. 맛도 조금씩 다른 조개들마다 특성에 맞게 붙여진 이름도 재미있거니와 조개마다 잡는 법이 재미있는 것들도 많다. 제 각각 다른 조개들의 특성을 어찌 그리 잘 헤아려냈는지 조상들의 '갯살림' 지혜가 감탄스러울 정도다.
개조개, 민들조개, 가무락조개, 떡조개, 살조개, 새조개, 백합, 대맛조개, 돼지가리맛, 비단가리비, 복털조개, 물조개, 우럭, 모시조개, 동죽, 진주담치...바지락이나 꼬막은 호미로 캐지만물조개는 그물로 잡는다. 맛있어서 '맛'을 붙인 맛류들은 어떻게 잡을까?
"'대맛'을 캘 때는 다리에 힘을 주어 모랫바닥을 쿵쿵 울리며 걷는다. 그 힘으로 갯바닥에 대맛 구멍이 드러나면 잽싸게 '써개'를 찔러 넣어 잡는다. 써개는 긴 꼬챙이 같이 생겼다. 살이 통통해서 몇 개만 넣고 끓여도 진한 맛이 우러난다. 조가비가 대나무 마디처럼 생겨서 '죽합'이라고 한다. 맛 중에서 가장 크고 조가비가 두꺼운 편이다." -대맛조개 설명 중에서.
'다리에 힘을 주어 모랫바닥을 쿵쿵 울리며 걷는다?' 변산, 새만금에서 많이 나는 대맛조개 잡는 법이 참 재미있다. 대맛과 모양은 같지만 반절 크기인 맛조개는 맛소금으로 잡는데 맛조개 잡는 법도 특이하고 재미있다.
우선 ‘맛조개’가 있을만한 갯벌을 삽으로 살짝 걷어낸다. 그러면 맛조개의 숨구멍이 숭숭 드러나는데 이 구멍에 맛소금을 조금씩 뿌리면 1초에서 5초 사이에 맛조개들이 쑥쑥 몸을 내민다. 이때 맛조개를 재빨리 잡아 뽑으면 되는데 3, 4살 꼬마들도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다.
어른들은 소금을 뿌리고 아이들에게 쑥쑥 올라온 맛조개를 잡아보라고 하면 열이면 열,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신나게 잡아 올린다.
어른 손가락 만 한 맛조개는 잡는 것도 수월하고 재미있으며 모래갯벌에 주로 살기 때문에 해감도 쉽다. 그래서 맛조개를 잡아 삶아먹는 피서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놀이를 하는 틈틈이 아이들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맛조개 잡이다.
"소금을 뿌리면 꼭꼭 숨어있던 조개들이 왜 고개를 내밀지?" "이 조개는 꼭 작은 소시지 같아" "바닷가 사람들은 이렇게 잡는 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밀물과 썰물은 왜 생기는 걸까? 바닷물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눈앞에 펼쳐지는 갯벌,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다. 그래서 더 좋은 서해안 갯벌여행이다. 어렸을 때부터 갯벌을 자주 갔던 우리 아이들에게 발가락에 꼼지락거리며 걸리는 갯지렁이는 바다를 깨끗하게 해주는 고마운 생물이지 징그러운 지렁이가 아니다.
소중한 텃밭, 갯벌
이 책은 강원도 속초 바닷가. 경상남도 통영 앞 바다,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 갯벌, 제주도 바닷가에서 취재하여 만들었습니다. 날씨만 좋으면 배를 타고 나가서 문어를 잡는 할아버지, 열 살 때부터 고기를 잡았다는 양식장 아저씨, 쌀쌀한 갯바람에도 백합을 캐던 아주머니, 평생 물질을 해 온 제주도 할머니...이렇게 동해, 서해, 남해의 바닷가 마을에서 오랫동안 갯살림을 꾸려온 분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꼼꼼히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전문 학자에게 하나하나 확인하여 실었습니다.-책속에서
우리나라 갯벌은, 온 세계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넓고 오래된 갯벌로 나이는 8천년이나 된다. 갯벌은 강에서 흘러내려 온 흙과 모래가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바다 들판이다. 사람들에는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소중한 텃밭이기도 하다.
또한 갯벌은 뭍에서 내려 온 온갖 찌꺼기를 걸러내면서 스스로를 깨끗하고 기름지게 만든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아무 것도 살지 않을 것처럼 거무튀튀하고 칙칙해 보이지만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요. 인간의 생활을 깨끗하게 해주는 생명선이기도 하다.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 도감>은 바닷가나 갯벌을 좋아하여 즐겨 찾는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많은 생물도감이다.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생물들의 특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180가지의 갯벌 생물들을 세밀화 220점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과 쉽게 비교해보고 참고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생물의 특성에 그치지 않고 잡는 법이나 먹는 방법, 사람들과 함께 해 온 특별한 사연까지 짧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 바다생물과 갯살림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써도 손색이 없다. 아울러 갯벌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조개과 게, 바다선인장이나 물해파리, 여러 종류의 갯지렁이와 불가사리들, 가마우지나 물수리, 도요새 같은 새들, 톳이나 김, 파래, 우문재 같은 바다 식물들, 통발이나 써개, 그랭이 같은 채집도구들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다섯 가지 띠로 구분하여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도감이다.
혹시 우리 가족처럼 갯벌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이 빠져나가면서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만나는 생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 가는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갯벌의 중요성까지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여러모로 쓰임새 많고 고마운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