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지식 - 괴팍한 과학자들의 기발한 발명, 발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박규호 옮김 / 북로드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분필로 칠판에 줄을 그으면 소름끼치는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신경을 자극하는 고음의 이 소리에 우리들이 느끼는 불쾌지수는? 식당 등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속이 뒤집힐 만큼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느끼는 분노지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꾸준히 전달되는 야릇한 호기심 중에 발이 크면 무엇도 크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정말 그래?

예로 든 것들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흔한 것들. 그래서 대부분 ‘그런가보다’ 넘어가고 말거나, 궁금하긴 하지만 일시적인 호기심으로 그치고 말기 일쑤다. 하지만 그냥 흘려버리지 못하고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실험해 어떤 결과를 반드시 증명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웃는 지식>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매년 10월 하버드대에서 발표되는 배꼽 잡는 노벨상 패러디인 '이그노벨상'을 혹 아시는지? 이 상은 한번 보면 웃기지만, 두 번 보면 뭔가 생각하게 하는 과학적인 업적에 수여된다. 수상자에겐 ‘생각하다 떨어진 사람’이 그려진 상장과 은박지메달이 주어진다. <웃는 지식>에는 이들의 배꼽 잡는 실험들이 소개돼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건기 때 나오는 올챙이들의 맛에 관한 비교 연구

‘어떤 올챙이가 맛있을까?’ 캘리포니아의 동물학자인 리처드 워서서그는 이 지독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하기 위해 코스타리카 반도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올챙이 8종을 모았다. 그리고 올챙이를 먹고 올챙이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지원자 11명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2시간 30분 동안 규칙에 맞게 올챙이를 시식했다. 시식 중에 “이 올챙이 맛은 어떻더라!”고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게 규칙이었다. 또한 올챙이를 먹는 방법까지 정해져 있었다. 또한, 각 실험자마다 무작위적인 순서로 올챙이가 제공되었다.

먼저 올챙이 꼬리 부분을 이빨로 조심스럽게 깨물고는 피부가 찢어지지 않도록 껍질만 가볍게 씹어야 했다. 그렇게 15초가 지나면 20초 동안 마음껏 씹으면서 살코기 맛을 마음껏 음미, 올챙이를 완전히 삼켜서도 안 되고 고급 포도주를 마시기 전에 다시 뱉어내야 했다.

2명의 여자와 9명의 남자 중, 흡연자 2명이 탈락했다. 1명은 올챙이 맛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또 다른 1명은 다른 사람보다 지나치게 맛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까다로운 실험 규칙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였다.

실험 결과 왕두꺼비의 검은색 올챙이들은 껍질 맛이 유독 나쁜 걸로 판정 났다. 몇 종의 개구리 올챙이들은 살코기에 이빨을 완전히 박았을 때야 역겨운 맛이 나기도 했는데 실험자들마다 껍질 맛은 그럭저럭 좋다고 했다.

가장 맛있는 올챙이는 겉모습이 제일 추악한 암갈색의 개구리 올챙이. 껍질도 꼬리나 살코기 모두 먹을 만했다. 실험자이자 수상자인 워서서그는 아울러 말한다. 사람들이 맛있어하는 알은 다른 포식자들도 맛있어한다고.

“우리는 양서류들이 성장할 때 아주 나쁜 맛이 나는 발달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1922년 실험에서 회갈색두꺼비 부포부포의 알을 다른 개구리 알에 뿌렸을 때는 심지어 개구리알들이 모두 죽어버렸지요. 마찬가지로 다양한 새들의 알에 대한 포식자들의 반응도 모두 똑같은 정도로 좋거나 나쁘거나 합니다.” (리처드 워서서그, 2000년 이그노벨 생물학상수상)

우리나라에도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수상자가 있다!

전체적인 실험 결과, 보호색이나 속임수를 통하여 자신을 잘 보호하는 올챙이 일수록 한결 맛이 좋았고 색깔이나 행동이 눈에 잘 띄지만 아예 적 앞에서 도망칠 능력이 없는 올챙이들은 아주 맛이 나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

올챙이만이 아니라 스컹크 같은 동물들도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고약한 냄새를 발산한다. 열을 내는 것들도 있다. 가장 작은 전갈이 가장 독한 독을 가지고 있다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작고 약하기 때문에’ 위협받기 쉬운 생명을 위한 진화의 결과는 아닐런지.

올챙이 맛 실험은 어떻게 보면 정신 나간 실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실험은 작고 ‘연약한 수중 동물들의 생존과 방어 전략’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준다. 생물학적인 자료로서는 물론 우리 주변을 둘러 싼 수많은 문제들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혹시 아는지?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은 우리에게 낯선 상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수상자가 있다는 사실을?

진지한 과학만이 인류에 기여? 천만의 말씀! 과학도 유쾌할 수 있다!

“탈레스는 하늘의 별을 관찰하다 발밑의 우물에 빠지는 코미디를 연출했고, 프랭클린은 번개가 전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벼락 맞아 죽은 놈’이 될 위험을 감수했다. 지나치게 진지해서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너무 황당하기에 오히려 감동으로 다가온다.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진지한 유머에 박수를!” (이은희,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지은이, 과학칼럼니스트)

<웃는 지식>에서 만난 과학자들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은 얼핏 보면 유쾌한 웃음뿐, 다시 보면 너무 진지하여 호기심 해결을 위한 열정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실험실에서나 딱딱한 이론을 위하여 존재할 것 같은 과학이 이렇게 유쾌하고 존경스러울 수 있다니!

이 책은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던가! 독일,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에서 지난 6년 동안 ‘이그노벨상’ 수상작들을 소재로 생방송,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던가! ‘이그노벨상 수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아깝게 탈락한 기발한 연구’들을 한 달에 한편씩 칼럼으로 연재하는 유명한 잡지도 있다던가!

노벨상이 높고 높다지만, 이그노벨상도 그와 비견할 수 있는 위대한 업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들이 관심을 두고 막대한 시간과 열정으로 실험대에 올린 것은 세상 사람들이 사사롭고 하찮게 여긴 것들, 고상한 지식인들이 외면한 것들이어서 더 유쾌하고 높아보였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탁월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맘껏 굴리거나, 완전히 비틀어 과학적인 사고 유발과 인류의 생활에 공헌하는 괴팍한 괴짜들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다. 메마른 호기심에 기름칠을 해줄만한 소재들 이라고 할까?

우리들은 흔히 아이들의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어른들에게도 호기심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이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윤택한 삶의 조건중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실험목록 중 일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남자가 여자보다 섹스 파트너가 4배나 많은 이유▲코골이는 공부를 못해?▲커피와 비스킷의 과학적인 궁합▲회색 곰은 콜라가 무서워!▲밑줄 긋기는 정말 공부에 도움이 될까?▲모차르트씨! 입은 배설기관이 아니에요!▲직업만족도는 유전자 탓?▲매운맛으로 분노측정하기▲닭도 미남을 좋아한다?▲모기의 독특한 입맛▲추워야 길고 강해진다?▲칠판 긁는 소리의 불쾌지수▲발이 크면 다른 것도 크다고?▲거머리의 치명적인 마늘사랑(45가지 실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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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5
이주홍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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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집 옆에 서있는 빨간 통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숙희. 그러던 어느 날 숙희는 우체통 옆에서 소꿉질을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그 통의 입을 벌리더니 무언가를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땅!'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숙희는 우체통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손도 넣어보았지만 무엇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집으로 쫒아 들어가 어머니께 물어본다. 이런 숙희에게 어머니는 누군가에게 보낼 편지를 넣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숙희는 고비(편지 따위를 꽂아두는 물건)에 꽂혀있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보낸 편지들을 한참 동안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두곰두곰'(두고두고 곰곰이) 미소 짓게 하는 '우체통과 개떡'

'저 편지들도 저통에서 내어 왔을까? (중략) 옳지, 그 통에서 땅속으로 쭉 구멍이 뚫려있구나. 그래서 그것에 편지를 넣으면 땅속 구멍으로 일본에 있는 아버지께도 가고, 진주 아저씨께도 편지가 갈 수 있는 거야. 나도 아버지께 편지를 보내보면 어떨까?'

숙희는 갑자기 아버지가 몹시 그리워졌다. 어쩐 일인지, 아버지는 몇 달째 편지도, 돈도 보내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외갓집으로 식량을 구하러 가셨는데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산 너머 고개에는 여우도 많다는데 어머니는 왜 안 오시지? (중략) 옛날에 아버지가 논에 물을 대고 오셔서 개떡을 무척 맛있게 잡수셨는데, 이 개떡을 좀 보내드리면 어떨까? 무척 맛있게 잡수실 거야.'

숙희는 어머니가 가시면서 쪄주고 간 개떡을 뜯어먹다가 언젠가 맛있게 잡수시던 아버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개떡을 아버지께 보내드리고 싶어서 싸고, 또 싸고 여러 겹 똘똘 싼다.

'그런데, 개떡이 아버지에게 가는 동안 쉬어버릴지도 몰라. 어떡해?'

고민하던 숙희는 몇 달 전, 아버지의 옷이 일본의 공장에서 소포로 왔을 때 아버지의 옷을 싸고 있던 기름종이를 생각해낸다. 아버지께서 입고 가셨던 옷이 그대로 온 것은 기름종이에 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숙희는 아버지의 옷을 쌌던 기름종이에 개떡 뭉치를 싸고 또 싼다.

그리고 너무 어려서 글씨를 쓸 줄 모르는 숙희는 아버지가 보내준 편지에서 주소를 오려 노끈으로 소포에 칭칭 동여맸다. 숙희는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아무도 모르게 우체통에 넣었다. 개떡은 '땅'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이제 얼마 후면 우체통 아래 뚫려있는 땅속 길을 통해 아버지께 개떡이 갈 거야. 그럼 무척 좋아하시겠지? (중략) 숙희야, 네가 보낸 개떡은 참 잘 먹었다. 어찌 그리 맛이 좋은지, 아까워서 두고두고 먹는다. 아마 아버지는 이런 답장을 보내 주실 거야.'

다음에는 어떤 장면이 나올까? 숙희 아버지는 어떤 답장을 보낼까?

하지만 다음 날 숙희네 집에 개떡뭉치가 배달되고, 개떡을 받아 든 숙희는 너무 슬퍼서 울먹울먹,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이렇게 말한다.

"앙, 아버지가 이걸 왜 돌려보냈을까. 맛이 없든가 보이. 아이그 참 미안해서."

그렇게 기다렸던 아버지 답장이건만…. 숙희 덕분에 맛있게 아껴가면서 먹고 있다는 말 대신 개떡을 답장으로 돌려보낸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맛없는 개떡을 보낸 것 같아 도리어 아버지에게 무척 미안해한다.

책을 읽는 동안 숙희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좋던지…. 아버지를 위하고 그리워하는 딸의 애잔함도, 요즘과 전혀 다른 말투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함과 따뜻함도 담뿍 느낄 수 있는 표현이었다.

또한 우체통에 얽혀 있는 수많은 추억을 잠시 떠올려 보게 하는 동화였다. 요즘 아이들은 숙희처럼 우체통 밑 땅속으로 수많은 길이 나있어서 그 길로 편지가 오고 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고, 어떤 아이들은 숙희를 '바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숙희의 마음이 얼마나 곱고 순수한지, 옆에 있으면 꼭 끌어안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그 애잔함을 토닥거려주고 싶었다고 할까?

'우체통'이란 제목의 '숙희와 우체통 이야기'는 <우체통과 이주홍의 동화나라>에 나오는 이야기로 이 동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다. 일본으로 돈벌러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소녀의 애잔한 마음과 우체통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의 에피소드를 잘 표현하고 있는 동화집이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 그림까지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동화집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세 편. 나머지 두 편은 어떤 이야기들일까? '북치는 곰'은 귀신가족 이야기인데, 섣달 그믐날에서 설날로 이어지는 날 밤에 신발을 감추고 문에 체를 걸어두었던 세시풍속에서 소재를 잡았다. 재미있다.

'은행잎 하나'는 은행나무와 은행나무 잎을 엄마와 아가에게 비유했는데, 더 성장하기 위해 은행잎을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그렸다. 은행나무 잎이 처음으로 날아든 곳은 봄에 길을 잃었던 아이의 스케치북. 아름답고 따뜻한, 가을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는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 이야기들이다. 맑고 순수함, 숙희의 애잔함이 마음을 붙들었다.

단어 하나, 표현하나, 그림까지 모두 곱고 고운 이 동화집은,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동화의 씨앗을 뿌린 이주홍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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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백과사전
서민환.이유미 지음, 이원규 사진 / 현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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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과사전>은 백과사전이지만 이야기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백과사전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내용들은 물론 나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이라고 덧붙였지만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알고 있으면 나무가 훨씬 친근하고 새롭게 보일만한 이야기들이다.

이 백과사전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은 모두 250가지. 은행나무나 버즘나무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들, 으름이나 때죽나무처럼 특별한 추억이 있을 법한 나무들(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참나무나 자작나무, 박달나무처럼 우리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갈 나무들을 엄선하였다.

백과사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무에 관한 사전이니 나무의 특성이나 학명, 또 다른 이름과 원산지, 꽃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 열매와 목재의 쓰임새 등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책은 백과사전이지만 필요할 때만 참고하는 것이 아닌 재미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다른 백과사전들과는 달리 재미있는 이야기와 꼭 알고 있으면 좋을 나무관련 상식이 많기 때문이다.

놀부가 탐낸 흥부네 ‘화초장’은 모과나무로 만들었다?

우리에게 유명한 흥부전.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된 흥부를 찾아가 ‘부자가 된 내력’을 다그치던 놀부의 눈에 아주 탐나는 세간이 있었다. 바로 화초장. 판소리 흥부전에서 ‘화초장’이란 별도의 제목을 있을 만큼 중요한 대목이다. 화초장을 무사히 빼앗은 놀부는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이름을 까먹지 않으려고 “화초장화초장…” 끝도 없이 화초장 타령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놀부의 눈길을 끌었던, 놀부가 탐낸 흥부네 화초장은 어떤 나무로 만들었을까?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딸린 식물이어서 꽃이 아름답다. 모과는 ‘목과’에서 나온 말이다. 목과(木瓜)는 노랗게 잘 익은 열매가 참외를 닮았다하여 ‘나무참외’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줄기는 단단하고 반들반들하며 아름답고 다루기가 쉬워서 가구의 목재로 많이 쓴다.”

모과향기의 그윽함에 대해 새삼 말하여 무엇하리. 그런데 명자나무 열매가 모과를 쏙 빼닮은 것이 ‘모과의 아가열매’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간드러지도록 붉고 아름다운 명자나무 꽃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줄기 사이에 돌 하나 끼워 넣은 것처럼 퉁명스럽게 달린 명자나무 열매 또한 모과처럼 향이 좋아 차안에 두면 좋다.

이 책에서는 모과나무를 설명하면서 명자나무를 관련지어서 설명한다. 이 둘은 같은 장미목으로 크기와 꽃은 다르지만 열매가 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나무들도 필요한 경우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어서 서로 비슷한 나무를 혼동했던 경우라면 무척 요긴할 것이다.

화초장처럼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세 유럽의 전설적인 영웅인 로빈 후드의 화살은 우리에게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으로 유명한 주목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혹부리 영감에서 혹부리 영감이 지붕에서 ‘딱!’ 깨물어 먹었던 열매는 개암.

아버지의 지게에 꽂혀있던 청미래 덩굴은 ‘망개’열매

어렸을 때 많이 본 나무 중에 청미래 덩굴이 있다. 이 나무는 어지간한 야산에서 잘 자랐는데 겨우내 아버지의 나무 지게에는 이 청미래 덩굴이 꽂혀있었다. 예쁜 모습에 비해 참 맛없던 열매를 보면서 예쁘지만 이기심이 강한 친구 같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고향 뒷산과 아버지 생각을 물씬 떠올리게 하는 열매다.

“(청미래 덩굴) 열매를 ‘망개’라고 부르는데 노랗게 자라다가 붉게 익는다. 어린 싹은 나물로 먹으며, 열매는 먹거나 꽃꽂이 재료로 쓴다. 뿌리줄기와 잎은 독을 푸는 약으로 쓰며, 먹을 것이 모자랐던 옛날에는 굵은 뿌리줄기로 끼니를 때웠다. 잎을 말아서 찐 떡을 '망개떡'이라고 하는데, 떡이 손에 달라붙지 않고 잎에 있는 성분 때문에 잘 상하지 않으며 향긋하다.”

추억도 있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어서 솔깃하게 읽었다. 그런데 청미래 덩굴처럼 떡갈나무 역시 팥떡을 싸는데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떡갈나무라고. 옛날에는 우리와 나무가 얼마나 깊은 연관을 맺고 살았는지 잘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또한, 줄기를 씹으면 단맛이 나는 담쟁이덩굴은 줄기를 잘라 진하게 다려서 설탕이 없던 옛날에는 설탕 대용식으로 썼다고.

나무와 인간은 ‘숨’을 나누는 사이다

자작나무껍질에 연애편지를 써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던가? 목질이 단단한 자작나무는 우리 조상들이 아주 귀하게 여겼다. 그래서 팔만대장경 목판 대부분을 자작나무로 만들었고,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이나 도산서원의 모든 문서도 자작나무 목판으로 찍었다고. 오늘날은 암 치료제를 얻고 있기도.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천마총에서 출토된 얼레빗은 박달나무로 만든 것? ▲측백나무는 과수원 울타리로 심으면 안 된다? ▲배 과수원 부근에 향나무를 심으면 안 되는 이유는?▲집 둘레에 심으면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나무는? ▲꽃에 독이 있어서 벌까지 기절하게 하는 나무는? ▲상수리나무의 원래 이름은 토리? ▲물푸레나무로 만든 스키와 야구방망이가 제일 좋다?▲사과 씨앗에서 싹틔운 나무가 자라 사과가 열리기까지는 13년? ▲마로니에 이름은 칠엽수, 그럼 마로니에 공원은 칠엽수 공원? ▲도토리는 한해에 익는 것과 두 해 동안 익는 것이 있다?

얼핏 한 장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책에 들인 정성이 쉽게 느껴질 만큼 여러모로 뛰어 난 책이다. 하기야 이 책을 준비하기까지 10년, 편집공정만 2년이 걸렸다고 하니 오죽할까?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은 부부학자인 서민환, 이유미 공저여서 꼭 필요한 내용만을 범위에 넣고 다양하게 다룬다는 것. 게다가 250가지나무 관련 850컷의 사진은 한 컷 한 컷 뛰어난 자료다.

생태사진만 찍어 온 생태사진 전문가가 찍은 사진들이어서 각 나무의 특성을 제대로 포착, 그만큼 살아있는 느낌이 생생하고 이해가 쉽다. 사진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 설명을 위해 꽃봉오리나 꽃, 열매, 겨울눈 등을 측면 절개하여 실었고, 흙 속에 뿌리내린 사진이나 씨앗이 싹틔우는 과정 등을 선명한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내용은 파악할 수 있다.

나무에 대해 잘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보자. 나무를 제대로 알아가는데 이 백과사전은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아울러 단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면 나무의 속내와 주변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여 보자. 늘 우리 주변에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치기 쉬운 나무는 실상 우리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산소를 만드는 식물 덕분이다. 우리들이 산소를 마시면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흡수,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내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식물과 우리는 숨을 나누는 사이인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의식주 전반을 풍성하게 해주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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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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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탄을 정련하면 나오는 탄탈(Tantalum)이란 금속분말은 고온에 잘 견디는 성질이 있어서 몇 년 사이에 비싼 물질이 되었다. 몇 년 사이에 첨단기계의 발달과 함께 탄탈의 가치가 알려지고 수요가 급증하자, 콜탄 1Kg당 2만5천 원이던 것이 50만 원으로 폭등하기까지 했다. 탄탈은 핸드폰, 노트북, 제트 엔진 등의 부품원료로, 광섬유 등의 원료로 쓰인다.

콜탄 생산량이 제일 많은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콩고는 지금 내전중이다. 정부군인 후투족과 반정부군인 투치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데, 반정부군인 투치족은 콜탄을 우간다와 르완다의 암시장에 팔아서 전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전쟁자금이 넉넉하니 전쟁은 끝나지 않고 오랫동안 계속되고, 1990년대에는 무려 500여 만 명이 내전으로 희생되었다고 한다(어떤 자료에는 800여만으로 기록해두고 있다).

콜탄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목격한 농부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농사짓던 땅을 버리고 콜탄 광산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형편없는 일당이었는데 이것은 중간 상인들의 횡포 때문이었다. 콜탄채굴 광산의 인부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삽자루 하나뿐 일당도 형편없고 이렇다할 안전장치도 보장되지 않아서 2001년의 갱도 붕괴 사고로 10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콜탄이 어떻게 고릴라와 연관이 있을까?

콩고 동부의 세계문화유산인 '카후자-비에가(Kahuzi-Biega) 국립공원은 고릴라의 마지막 서식지로 1996년에 280여 마리의 고릴라가 살고 있었다.고릴라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이리 저리 ?기는 신세가 되었다. 해발 2000~2500미터에 살고 있던 고릴라의 수도 점점 줄어들어 1996년에는 28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2001년에는 그 절반, 당시 350마리의 코끼리가 살았는데 2000년 현재 2마리만 살고 있다고 한다.

카후자-비에가는 휴화산 두 개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경관까지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부들은 에코나무 껍질을 벗겨 줄기에 홈통을 만든 뒤 진흙 속에서 콜탄을 채취하다보니 공원의 생태환경은 황폐해지고 말았다. 또한 이곳에 엄청난 양의 콜탄이 묻혀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숲 속의 야생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하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고릴라와 코끼리, 다른 야생 동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돈버는 것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과 다국적 기업은 콩고나 광부들이 어떤 운명인지, 고릴라가 코끼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또한 국립공원 존재에 대해선 전혀 관심도 없다. 계속되는 전쟁에 원주민은 고통 받고 있으며 자연환경은 황폐해지고 있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고릴라들이 인간들을 미워할 법하다. 우리들은 원하지 않아도 이들의 생존 위협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들의 물질문명에 대한 이기와 소비문화(?)도 이쯤에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 몇 년 사이의 우리들의 핸드폰 보급률을 보자. 카메라 기능과 MP3, 컬러링, 초슬림의 이유만으로 쉽게 바꾸고 있지 않은가. 핸드폰이 분실된 김에 ‘에라 이참에 새것으로 바꾸지 뭐’는 혹 아닌가.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사랑을 확인하고 속삭이는 핸드폰에 이런 사연이 함께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핸드폰 생산국은 어느 나라일까?

캠페인 성 실천 아닌, 적극적인 실천이 가능한 방법 제시

“환경문제는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다. 그런데 이기적인 인간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우리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일상의 행동들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또한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효율적이면서 간단한 지침도 제시해주고 있다.” - 김은연 (대기 의학박사, 서울시청 대기 환경 전문가)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제목만으로는 눈부신 물질문명에 대한 그 반대의 상징적인 고릴라로만 생각하였고 이제까지 읽어 온 환경문제 이야기려니 했다. 그런데 고릴라와 핸드폰의 이야기처럼 사실적인 영향이 있는 이야기들이 솔직히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야기들은 주제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피부에 와 닿는 실천방법이 덧붙여져 있다. 캠페인성이 아닌, 생활에서 조금만 우선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습관이 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이다.

‘난 왜 한번도 이런 이야기들을 접한 적이 없었을까? 아니 이런 이야기를 꼭 접해야만 인식과 실천이 가능한가? 그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난, 지구 환경의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편안함만을 우선하여 실천을 게을리 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좀 더 적극적인 인식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실천이 없는 지식이나 다짐은 뻔뻔스러운 오만이고 핑계일 뿐이다’

핸드폰, 세탁기, 냉장고, 나무젓가락, 화장지, 면 티셔츠, 종이 한 장 등 우리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며 일상에서 꼭 필요한 이런 것들이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구의 환경과 미래에 어떤 폐해를 끼치고 있는지,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이 책은 사실적이면서 흥미롭게 접근하여 문제해결의 일원이 되게 한다. 제목만으로 호기심에 쉽게 펼쳐 읽기 시작하였지만 쉽게 놓지 못한, 제목만큼 재미있고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였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어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에 적극 동참하였으면 좋겠다. 환경문제는 이제 더 이상 캠페인이 아니다. 적극적인 인식과 함께 당연한 생활습관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의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의 원인을 다양한 자료를 동원하여 잘 분석하는 한편, 반성적 대안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생태 및 환경교육교재로 교육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알찬 책이다” -김광철(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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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숲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어요 아이세움 자연학교 2
김순한 지음, 백은희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애국가 2절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에 나오는 남산은, 서울 남산도 아니고 경주 남산도 아닌 우리들 저마다의 마음속에 있는 ‘고향의 앞산’이다.

‘철갑을 두른 듯’이란 표현처럼 어린 시절에 뛰어 놀던 고향 앞산에는 소나무가 참 많았었다.

우리 조상들은 어떤 나무보다 소나무를 좋아했고 소나무를 즐겨 심었다. 그래서 천연 기념물 중에는 소나무가 유난히 많다. 이렇다보니 어느 산에나 소나무가 많아 마치 철갑을 두른 듯 울창하여 애국가에도 이렇게 표현했으리라.

소나무는 한국인의 DNA에 특별한 코드로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힘들거나 서러울 때 아리랑을 부르며 살아갈 힘을 얻는 것처럼, 소나무를 통하여 정신적인 안정은 물론 상처까지 치유되는 것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소나무에는 살균성분이 많다.)

아무래도 애국가 2절 첫 소절을 떠올릴 때면 남산타워와 함께 서울 남산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수도였던 서울(한양)의 대표적인 숲인 남산 숲과 민족수인 소나무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도시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도시숲 '남산'

지금 남산에는 참나무와 아까시나무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침략기 이전에는 소나무가 마치 철갑을 두른 듯 울창했었다고 한다. 조선 600년 동안 남산솔숲 가꾸기에 우리 조상들은 각별한 정성을 쏟았기 때문이다.

조선 태종 때는 남산에 소나무를 심기 위해 3천명을 20일 동안 동원했으며 소나무를 훼손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중한 벌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특별한 정성을 기울인 남산솔숲이 황폐해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침략기.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시키기 위해 남산에 있는 국사당을 훼손하고 없애는가 하면, 소나무를 마구 잘라 전쟁물자로 쓰게 된다. 그러다가 6.25전쟁 직후, 남은 소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쓰면서 남산솔숲은 더욱 황폐해져만 갔다.

1960년대, 헐벗은 남산솔숲에 아까시나무를 많이 심었다. 더디 자라는 소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아까시나무를 심어서라도 남산 숲을 살려야했기 때문이다. 이후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소나무 2만 그루를 심어 가꾸고 현재 자손나무 보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불필요한 철책을 없애 야생동물이 살기 좋은 여건으로 바꾸고 있으며, 옹달샘 14곳을 만들어 개구리가 자랄 수 있게 하는 등의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올챙이는 물론 가재까지 살 수 있는 남산 숲이라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도시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도시숲-남산처럼 도시에 있거나 도시 가까이에 있는 숲을 도시숲이라고 불러. 도시가 점점 커지고 발달할수록 도시숲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소음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먼지 등 여러 가지 오염물질을 걸러주고, 온도나 바람, 습도 등을 조절하기도 해. 무엇보다 도시숲은 메마르고 바쁜 도시 사람들에게 휴식과 자연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곳이야”-책속에서

남산의 소나무가 어서 자라 철갑을 두른 듯 울창해지고, 오염된 공기에 찌든 서울시민의 폐를 맑게 걸러주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솔숲에 가면 스트레스로 인한 병까지 기적처럼 치유된다고 하니 어서 빨리 소나무가 울창해지기를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남산, 얼마나 아세요? 아이들과 남산솔숲 산책해보세요!"

<남산숲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어요>는 남산숲의 생태계이야기. 아이와 함께 남산숲을 산책하면서 남산에 대해 알아가는 형식의 내용이다. 아이들이 알기 쉽도록 쉽고 친근감 있게 설명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높다.

한때는 호랑이가 살았던 남산 숲에 이제는 고양이가 왕으로 군림한다고 한다. 남산의 야생동물과 남산의 역사, 남산의 사계절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한다. 남산숲을 산책하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해볼 수 있는 것은

▲남산과 남산솔숲은 어떤 길을 걸어 왔는가?▲숲의 구조와 식물의 천이 ▲ 참나무종류와 구분해보기▲소나무, 잣나무의 구별과 소나무에 대해 알아보기▲남산숲에 야생 동물들이 살지 못하는 이유는?▲숲과 도시숲의 역할은 무엇인가?▲남산숲에 살고 있는 토착식물과 외래 식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남산제비꽃은 어떤꽃?▲남산이 서울시민에게 왜 중요한가?

페이지마다 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선택하고 있는 단어나 표현 하나하나가 오염되지 않고 맑고 밝다. 내용도 워낙 충실하고 관련정보도 알차다. 아이들 눈높이에 기준을 맞추었지만 어른들도 꼭 알아야 하는 남산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남산숲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어요>는 남산타워와 남산식물원으로만 남산을 바라보던 내게 아이들 손잡고 남산솔숲 산책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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