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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콜탄을 정련하면 나오는 탄탈(Tantalum)이란 금속분말은 고온에 잘 견디는 성질이 있어서 몇 년 사이에 비싼 물질이 되었다. 몇 년 사이에 첨단기계의 발달과 함께 탄탈의 가치가 알려지고 수요가 급증하자, 콜탄 1Kg당 2만5천 원이던 것이 50만 원으로 폭등하기까지 했다. 탄탈은 핸드폰, 노트북, 제트 엔진 등의 부품원료로, 광섬유 등의 원료로 쓰인다.
콜탄 생산량이 제일 많은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콩고는 지금 내전중이다. 정부군인 후투족과 반정부군인 투치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데, 반정부군인 투치족은 콜탄을 우간다와 르완다의 암시장에 팔아서 전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전쟁자금이 넉넉하니 전쟁은 끝나지 않고 오랫동안 계속되고, 1990년대에는 무려 500여 만 명이 내전으로 희생되었다고 한다(어떤 자료에는 800여만으로 기록해두고 있다).
콜탄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목격한 농부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농사짓던 땅을 버리고 콜탄 광산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형편없는 일당이었는데 이것은 중간 상인들의 횡포 때문이었다. 콜탄채굴 광산의 인부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삽자루 하나뿐 일당도 형편없고 이렇다할 안전장치도 보장되지 않아서 2001년의 갱도 붕괴 사고로 10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콜탄이 어떻게 고릴라와 연관이 있을까?
콩고 동부의 세계문화유산인 '카후자-비에가(Kahuzi-Biega) 국립공원은 고릴라의 마지막 서식지로 1996년에 280여 마리의 고릴라가 살고 있었다.고릴라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이리 저리 ?기는 신세가 되었다. 해발 2000~2500미터에 살고 있던 고릴라의 수도 점점 줄어들어 1996년에는 28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2001년에는 그 절반, 당시 350마리의 코끼리가 살았는데 2000년 현재 2마리만 살고 있다고 한다.
카후자-비에가는 휴화산 두 개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경관까지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부들은 에코나무 껍질을 벗겨 줄기에 홈통을 만든 뒤 진흙 속에서 콜탄을 채취하다보니 공원의 생태환경은 황폐해지고 말았다. 또한 이곳에 엄청난 양의 콜탄이 묻혀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숲 속의 야생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하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고릴라와 코끼리, 다른 야생 동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돈버는 것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과 다국적 기업은 콩고나 광부들이 어떤 운명인지, 고릴라가 코끼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또한 국립공원 존재에 대해선 전혀 관심도 없다. 계속되는 전쟁에 원주민은 고통 받고 있으며 자연환경은 황폐해지고 있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고릴라들이 인간들을 미워할 법하다. 우리들은 원하지 않아도 이들의 생존 위협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들의 물질문명에 대한 이기와 소비문화(?)도 이쯤에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 몇 년 사이의 우리들의 핸드폰 보급률을 보자. 카메라 기능과 MP3, 컬러링, 초슬림의 이유만으로 쉽게 바꾸고 있지 않은가. 핸드폰이 분실된 김에 ‘에라 이참에 새것으로 바꾸지 뭐’는 혹 아닌가.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사랑을 확인하고 속삭이는 핸드폰에 이런 사연이 함께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핸드폰 생산국은 어느 나라일까?
캠페인 성 실천 아닌, 적극적인 실천이 가능한 방법 제시
“환경문제는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다. 그런데 이기적인 인간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우리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일상의 행동들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또한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효율적이면서 간단한 지침도 제시해주고 있다.” - 김은연 (대기 의학박사, 서울시청 대기 환경 전문가)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제목만으로는 눈부신 물질문명에 대한 그 반대의 상징적인 고릴라로만 생각하였고 이제까지 읽어 온 환경문제 이야기려니 했다. 그런데 고릴라와 핸드폰의 이야기처럼 사실적인 영향이 있는 이야기들이 솔직히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야기들은 주제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피부에 와 닿는 실천방법이 덧붙여져 있다. 캠페인성이 아닌, 생활에서 조금만 우선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습관이 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이다.
‘난 왜 한번도 이런 이야기들을 접한 적이 없었을까? 아니 이런 이야기를 꼭 접해야만 인식과 실천이 가능한가? 그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난, 지구 환경의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편안함만을 우선하여 실천을 게을리 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좀 더 적극적인 인식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실천이 없는 지식이나 다짐은 뻔뻔스러운 오만이고 핑계일 뿐이다’
핸드폰, 세탁기, 냉장고, 나무젓가락, 화장지, 면 티셔츠, 종이 한 장 등 우리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며 일상에서 꼭 필요한 이런 것들이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구의 환경과 미래에 어떤 폐해를 끼치고 있는지,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이 책은 사실적이면서 흥미롭게 접근하여 문제해결의 일원이 되게 한다. 제목만으로 호기심에 쉽게 펼쳐 읽기 시작하였지만 쉽게 놓지 못한, 제목만큼 재미있고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였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어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에 적극 동참하였으면 좋겠다. 환경문제는 이제 더 이상 캠페인이 아니다. 적극적인 인식과 함께 당연한 생활습관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의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의 원인을 다양한 자료를 동원하여 잘 분석하는 한편, 반성적 대안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생태 및 환경교육교재로 교육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알찬 책이다” -김광철(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 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