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人列傳 - 여성, 세상을 알다
임종국 지음 / 아세아문화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부여에는 어떤 이유가 됐든 질투하는 아내를 숫제 죽여버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때 시체를 산에 아무렇게나 버려 들짐승 밥으로 주기도 했다고. 그래도 항의 한마디 할 수 없는 친정, 아니 항의는커녕 시체라도 돌려받으려면 딸을 죽인 신랑에게 마소(가축)라도 바쳐야만 가능했단다.

그런가 하면 고려 중엽에는 사대부들 사이에 남의 아내나 첩을 강탈하거나 훔쳐서 자기 것으로 점유해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결혼도감', '과부처녀', '추고별감'이란 관제나 직제를 만들어 강제로 모집한 제 민족의 여자들을 원나라 등에 공녀로 바치기도 했던 이 파렴치한들 중에는 일부다처제를 주장하는 뻔뻔스런 인사까지 나올 정도였단다.

'칠거지악'으로 여인들을 집안에 묶어 두고 열녀를 생산하였던 나라. 남아선호사상이 빚어낸 '씨받이'의 나라 조선은 어땠을까?

조선에는 객첩(客妾)과 헌첩(獻妾)이 있었고 약탈혼과 보쌈이 있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임진왜란 직후 적들에게 짓밟힌 아내의 정조가 치욕스러워 이혼하기를 당당하게 요청하는 뻔뻔스런 남자들이 줄을 이었다나!
객첩, 헌첩은 무엇인가. 객첩(客妾)은 나그네를 환대하는 뜻으로 자신의 아내나 첩, 혹은 딸을 제공하던 풍습이다. 헌첩(獻妾)은 자신의 출세나 영달을 위하여, 또는 자신의 허물을 무마하려고 제 아내나 딸을 바치는 풍습. 어느 정도였느냐면, 지방의 양반자제가 장원급제를 하고 귀향하는 길에 상납받는 여성들은 10여 명은 보통이었다나!

물론 이렇게 상납받은 여인을 책임질 필요도 없었다.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더더욱 없는 그저 1회용일 뿐.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낯선 남자에게 바쳐진 여인들은 어떻게 됐을까? 자신들의 무능함으로 지켜내지 못한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전쟁 중에 짓밟힌 아내나 딸에게 이혼과 자결을 강요하는 사회이고 보면 이후 여인들의 삶은 뻔하다.
 
책에서 만난 어이없는 풍습중 하나.

남해안 낙도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외도를 권하는 풍습이 제법 성행하고 있었다. '물질'이나 '길쌈'으로 돈이 모이면 통영 혹은 여수나 부산 같은 곳으로 남편을 원정케 해서 주색으로 호색으로 호강시켰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절할 일은 남편이 되도록 먼 곳에서 오래 놀다 와야만 그녀들의 체면이 섰다던가? 이 자랑 하나를 위해 그녀들은 밤낮없는 노동으로 손발이 거칠게 되었다. 이렇게 거꾸로 뒤집힌 윤리의식은 아내들이 인격도 없는 가축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책 230P '여성, 가두어 기르는 가축')

참으로 웃기는 일인데 엄연하게 있었던 풍습이요, 심지어는 남편의 폐병에는 아내의 심장이나 간이 좋다는 미신 때문에 자살을 강요당한 여인들도 비일비재했단다. 그야말로 당시 여성들은 '가두어 기르는 가축 같은 존재', '남자의 소유물, 즉 동산(動産)의 일종으로 취급될 뿐'이었다. 물물교환 되듯 팔리는 여인들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책을 통하여 만나는 한국여성인권유린의 실례는 끝도 없다. 이런 사례들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하여 쌀 한 말, 혹은 보리 한 가마에 팔려가기도 했던 딸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하게 할 만큼 어이없고 충격적이었다.
 
그야말로 '칠거지악'과  같은 관습으로 묶어 집에서 기르는 가축같은 존재, 남편과 아버지의 일종의 동산(動産)이었던 한국 여성들인 것이다. 이런 오랜 결과로 나타난 여성들의 자기찾기,1920년대 억압받고 유린당한 여성들의 목숨을 건 선택을 보자.

...자유와 평등, 인격에 눈을 뜬 부작용이겠지만 이혼은 1920년대 말에서 근래에까지도 사회에서 하나의 변괴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여자들은 또 하나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남편 음식에 양잿물을 섞는 독살사건이다. 1930년대 서대문에 수감된 살인범은 남자 53명에 대해서 여자 47명으로 여자가 약 90퍼센트인데, 그중 66퍼센트가 본부(本夫) 살해범이었다.

세계적으로도 남녀 살인범의 비율을 보면 남자 100명에 대해서 여자가 4명이다. 이를 보면 한국에 여자 살인범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데, 더욱이 본부 독살은 1920년대 한국 특유의 범죄였다. 가히 한국의 범죄 특산물이라고 할 정도로 본부 독살이 많았다. (본문에서)


부끄럽지만 아직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하루가 멀다 않고 신문에 올라오는 기사들은 이혼과 이와 같은 본부 살인. 저자는 당시의 신문기사와 사례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구한말에서 1930년대까지 이 땅의 여성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속도감 있게 들려준다.

<여인열전-여성, 세상을 열다>로 만나는 '한국 여성 가혹사'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정도였다. 부모들의 사사로운 잇속으로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되어 과부가 되어 평생 수절해야만 했던 지난날 한국 여인들의 한을 내 어찌 이해하랴.

70년 전 남편을 독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평등과 인권(성)을 주장해왔지만 황혼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여전한 현실이고,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인하는 일까지 최근의 일인지라 같은 여자로서 책을 읽는 동안의 비통함과 무거운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이 책에는 가부장제의 굴레와 일제의 가혹한 통치 아래 자신의 삶을 찾으려던 신여성들의 도전과 좌절(1부), 근대사회로 진입하면서 매매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 기생들과 새로 등장하는 일본 게이샤들의 요지경 세태(2부), 여염집 부녀들의 애환과 애정 풍속 등등, 다채로운 여성사(3, 4부) 관련 글들이 풍성하게 실려 있다.

윤심덕, 김일엽, 박경원, 나혜석, 배정자 등 비교적 많이 알려진, 한국 근대 신여성들의 격정적인 일대기를 시대 흐름 따라 읽는 맛도 좋았다. 이들뿐이랴. 질곡의 구한말 천주교에 대한 믿음으로 순교의 꽃을 피운 김마리아나 또 다른 여인들 이야기나 무명의 수많은 여인들의 다양한 일화도 재미있다. 성종(조선)의 처녀 재판이나 구한말 기녀들의 이야기도 파란만장하고 재미있는, 한국여성사였다.

<여인열전-여성, 세상을 열다>는 <임종국선집> 중 7권. 친일문제연구에 전념을 다하던 중 폐기종으로 타계한(1989년) 임종국 선생을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들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고인이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정리한 것이다.

3, 4권에 해당하는 <한국인의 생활과 풍속>(1995년 상, 하)이 나온 지 꼭 10년만이다. 앞서 5, 6권 <여심이 회오리치면>(상, 하)가 2006년 1월에 출간되었다. 여러모로 의미와 가치가 남다른 책이다.

"임종국선생의 원고들을 선집으로 편찬하면서 새삼 선생의 시대를 앞서간 문제의식과 연구 성과, 그리고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친일문제에 관한 선생의 연구 업적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 분야 연구에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친일청산을 향한 선생의 외로운 개척자의 길은 이제 역사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어디 그뿐이랴! 2,30년 전만 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사회사나 여성사에 대해서도 선생은 대중적 서술 형태를 빌어 기초를 닦아 놓았다. - 임종국선집을 출간하면서,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소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1
류정월 지음 / 샘터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는 웃음을 해설하는 책이다. 어떤 웃음을? '조선시대 우스개와 한국인의 유머'란 부제를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 진득하게 녹아있는, 끈끈한 이런저런 웃음들이다. 그냥 재미있게 웃고 깔깔 웃고 말면 되지 어떻게 웃음을 해설한다지?

격식과 체면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에 유머를 즐긴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왜 우스개를 즐겼던 것일까? 우스개들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생겨났을까? 조상들이 남긴 우스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들은 조상들이 남긴 우스개를 왜 알아야만 할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대략의 주제들이다.

아무래도 사흘내리 굶을지언정 남에게 손 벌리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양반들이 웃음을 즐겼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양반, 대학자들이 농담 따먹기를 예사로 즐기고 있다. 그 사람들 중 이항복과 권율, 강희맹과 서거정의 이름이 내게는 낯익다.

이들은 <태평환화골계전><필원잡기><촌담해이>와 같은 우스개집을 편찬하기도 하고 서로 서문을 써주고 있다. 특히 서거정의 외가 쪽 사람 중에는 ‘채수’가 있는데 채수는 금서가 된 귀신소설 <설공찬전>의 저자이기도 하다. 강희맹 역시 이름난 사람들과 끈끈한 혈연, 지연의 관계를 맺어 학문과 농담을 함께 즐기고 있다.

막역한 사이였던 이들은 틈만 나면 우스개를 즐겼다. 이중, 이항복은 '농담의 천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우스개를 즐겼는데, 그의 장인 권율과 마주앉아 틈만 나면 함께 빈정대고 희롱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만난 우스개 하나.

잠을 막는 방패였던 옛날 우스개들, 그 속을 맘껏 거닐다

무더운 여름날 입궐하게 된 이항복이 장인에게 "오늘은 날씨가 무척 무더우니 견디시기 힘들 것이라. 버선을 벗고 신을 신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위해주는 그 마음에 감복한 권율은 그리했다. 왕 앞에 대신들과 한참이나 있던 이항복이 나가 간청하기를 "날씨가 몹시 더워 나이 든 재상들이 의관을 갖추고 있기 힘들 것인 즉, 신만이라도 벗게 해주는 게 어떤가"하고 간곡한 주청을 한다.

선조는 일리 있는 말이라고 하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영의정부터 차례로 신을 벗는다. 하지만 권율만큼은 쩔쩔매면서 신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선조는 권율이 차마 임금 앞에 신을 벗지 못하는 것이라며 내관에게 신을 벗겨드리라고 명을 내린다. 막상 내관이 신을 벗기자 맨발이 드러났다.

"사위 이항복에게 속아 이리되었사옵니다."

이 말에 선조도, 많은 대신들도 배꼽을 움켜잡고 웃었다고 한다.

하늘같은 왕과 체면을 앞세우는 여러 대신들 앞에 장인을 골탕 먹인 사위 이항복은 과연 '웃음의 천자'답게 이 책에서 만나는 여러 우스개들 속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항복의 장난기와 재치는 워낙 명성이 높았으니 선조도, 대신들도 이전에 자신들이 속은 것처럼 속아버린 권율을 보면서 배꼽을 쥐고 웃었겠다. 재미있는 한 장면이다. 신을 벗어야 할 만큼 무더운 그날의 무더위를 이항복의 재치에 배꼽 쥐며 웃는 순간 시원하게 날렸음직하다.

이항복이 누구고 권율이 누구인가? 재치만점 양반대감으로 아이들도 잘 아는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 이항복은 그렇다 치자. 그의 장인 권율이 누구인가. 권율은 임진왜란 도원수로 육전을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싸움터에서 용맹스러운 장군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권율을 이렇게 만나는 뜻밖의 기쁨이랄까?

강희맹, 서거정은 또 누구인가. 이들은 대문장가로 후손들에게 알려진 학자들이다. 그래서 얼핏 꼬장꼬장한 선비를 떠올리기 쉽다. 정직한 정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은 세종- 성종조에 총애를 받았고 서거정은 집현전 학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감들이 다른 사람들과 나눈 우스개들 속에는 남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며 '사흘 동안 똥비를 내려주소서'라며 하늘을 향하여 장난을 공모하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의외다.

유명한 문장가들이 남긴 우스개집(우스개모음집)을 통하여 만나는 우리 옛 조상들의 웃음이 그야말로 의외였고 다시 보게 되는 조상들의 면면이 실로 살갑다. 그런데 이 근엄한 선비들은 왜 우스개를 즐겼을까?

"우스개집의 서문에는 우스개의 다양한 쓸모를 언급하고 있다. 풍습이나 역사를 이해하거나, 세상살이의 근심을 풀어내거나,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 잘못을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등. 그러나 대부분의 우스개에는 우스개가 졸음을 깨우는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그런 효과는 우스개집의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잠을 막는 방패'라는 의미의 <어면순(禦眠循)>,'잠을 막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의미의 <어수신화(禦睡新話)>,'잠을 깨우는 기록'이란 뜻의 <파수록(破睡錄)>, 역시나 잠을 깨는 잡다한 이야기라는 의미의 <성수패설(醒睡稗鐸)>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잠을 쫒는다는 것을 내세워 제목을 붙였을까?-책속에서


한국인의 유머, 그 원형인 옛날 우스개들 쉽게 해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웃기는 세상'이란 표현이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순수하게 웃기는 기분 좋은 웃음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즉 어이없고 이해할 수 없거나 분노하고 억울한 경우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사람들은 웃기는 세상과 어이없는 사람을 가지고 우스개를 만들어 낸다. 요즘처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집값을 가지고 만들 수도 있다. 자국민들의 비만이 염려스러워 전이지방 섭취는 금하면서 타 국민들을 죽음의 늪으로 밀어 넣는 광우병소에 대해선 수입 압박을 하는 미국을 조롱하는 우스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렇게 만들어진 우스개들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특별한 설명 없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다. 하지만 100년, 200년이 지난 훗날 사람들은 지금의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고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우스개에는 그냥 웃고 마는 것이 아닌, 그 시대의 삶과 역사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우스개들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를 들어 저자는 옛날 속을 활보하며 만나는 우스개속의 그 시대적 배경과 풍습, 제도, 경제, 정치, 인맥 등을 우리들에게 유머와 곁들여 설명한다.

웃기는 코미디언이 웃자고 한 한마디가 유행을 주도하고 웃음치료사까지 등장, 잘 웃기는 사람이 각광받는 웃음전성시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의미가 남다른 책읽기였다.

이 책에는 선비들, 즉 한문을 깨우친 사람들만 즐겼던 우스개만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옛사람들의 우스개만 소개되는 것도 아니다. 이름 없는 백성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우스개와 오늘날의 우스개도 함께 아울러 소개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조상들이 남긴 많은 풍성한 저서들을 맘껏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청소년기에 야사선집 12권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뜻밖에 이 책에서 낯익은 야사와 음담패설 몇 개를 만났다. 세상을 조롱한 야사든, 남녀 간의 끈끈하고 은밀한 성을 풍자한 음담패설이든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맛, 그 이해의 깊이는 특별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2-13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18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린이 동물행동학사전 - 내 아이 생각을 키우는 책 01
오쿠이 카즈미츠 지음, 문창종 옮김, 신태균 감수 / 함께읽는책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동물들의 이야기는 편견을 깨거나 생명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느끼기에 좋은 소재라서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공감대를 같이 할 수 있어 흥미롭다.

사람이 사람고기를 먹는 식인풍습을 일컫는 말에서 시작된 '카니발리즘'도, 어린 제 자식을 죽이는 살해를 뜻하는 '인펀티사이드'도 우리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끔찍하고 비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야생의 동물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나아가 그렇게라도 종족을 번식해야만 하는 생명의 순리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지구에 사는 200만종의 모든 동물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살아간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 생김새도 달라지고 먹이나 교미 등의 습성이 달라지는데, 이처럼 동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활동(행동)을 학문적으로 발전, 동물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분석하는 학문 분야가 '동물행동학'이다.

<어린이 동물행동학 사전>은 이와 같은 '동물행동학' 시각으로 동물들의 다양한 행동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한 동물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동물들의 수많은 행동 중에서 먹이와 짝짓기는 그 동물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인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동물들의 수컷은 대부분 암컷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세지만 종족번식과 깊은 관계인 교미 앞에서는 암컷 앞에서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이다. 아니 이 책에서 만나는 몇몇 동물들의 수컷은 암컷 앞에서 애교덩어리가 되는 것 같다.

부성애로 유명한 '큰 가시고기'가 그렇다. 녀석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자인 또 다른 수컷에게 위협적인 '물구나무서기 헤엄'을 쳐서 이겨야만 암컷을 차지할 수 있다.암컷을 차지한 수컷은 암컷을 위하여 집을 지은 다음, 집 입구에 서서 물구나무서기 헤엄으로 암컷에게 교미를 허락받는다. 말하자면 청혼이다.

곤충도 암컷은 선물을 좋아해!

큰 가시고기 수컷은 암컷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집을 지어 암컷을 유혹한다. 그런데 교미의 대가로 처음부터 아예 선물을 요구하는 동물들도 있다. '밑들이 벌레'와 '각다귀붙이', '춤파리' 등은 수컷이 선물을 주어야만 비로소 교미를 허락하는 동물들. 이들은 수컷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어야만 교미를 허락하는데 이것을 '혼인증정'이라고 부른다.

밑들이벌레는 잘 익은 열매나 작은 동물 시체의 뼈에 긴 주둥이를 넣어 과즙이나 체액 등을 빨아먹고 사는데, 이 밑들이벌레 수컷은 나무딸기나 뽕나무 등의 열매위에서 암컷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암컷이 나타나면 차지하고 있던 먹이를 양보한 뒤에 바로 교미에 들어간다.

밑들이벌레는 우리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1종이 살고, 사람에게 어떤 경우든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청소부라고. 이 책에서는 혼인증정 교미 외에는 별도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자연청소부인 이들의 생태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알아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밑들이벌레와 비슷한 종류인 각다귀붙이는 먹이(사냥감)를 미리 준비하여 입에 물고 유인물 질을 내어 암컷을 유혹, 암컷이 나타나면 사냥감을 건네주고 바로 교미에 들어간다. 이때 먹이가 크면 클수록 교미시간이 길어지는데, 교미시간이 길수록 수컷 각다귀붙이의 유전자가 살아남을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교미가 끝났는데도 암컷이 자신이 준 먹이를 계속 먹고 있으면 수컷은 먹이를 빼앗아 다른 암컷과의 교미에 써먹는다는 것이다. 또한 암컷 흉내를 내어 먹이를 물고 암컷을 기다리고 있는 수컷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먹이를 가로채는 녀석들도 있다는데 말하자면 사기꾼이다.

춤파리 종류들은 종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써서 암컷에게 선물을 준 다음 교미를 하는데, 자신의 분비물로 선물을 싸서 선물하기도 하고 아예 자신의 분비물만 선물하는 종류도 있다. 꽃잎이나 꽃받침 조각으로 먹이를 싸서 암컷에게 건네는 종도 있다고.

전문가가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동물 이야기

일부 동물들의 이와 같은 혼인증정은 우리 인간들의 정략결혼 등과 같은 일면의 세태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이 이런 방식의 교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혼인증정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호기심과 흥미로만 보는 것보다, 동물행동학적 시각으로 보면 의미는 훨씬 커진다. 암컷이 수컷에게 교미의 대가로 먹이를 요구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알을 건강하게 키워내려면 많은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혼인증정은 수컷과 암컷의 유전자에 흐르는 생명의 약속인 것이다.

이처럼 동물들의 모든 행동은 그럴만한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때문에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우리 인간 역시 넓게는 동물의 한 축이고 야생의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계의 일부이다. 동물들을 제대로 아는 것은 건강한 자연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동물행동학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 동물행동학 사전>은 아이들이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어 줄 그런 책이다. 책속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 자연계와 동물을 계속 탐구해나가게 하는 동기가 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저자는 1960년부터 동물행동학을 깊이 연구해 온 사람. 동물들의 다양한 행동에 대해 아이들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다. 도시에 사는 까마귀는 딱딱한 열매를 주차장의 차가 들락거리는 곳에 둔 다음 드나드는 차가 열매를 깨뜨리면 주워 먹는다는 이야기도 책속에서 만난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다.

"동물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모두 그럴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데, 초등학교에서 동물과 식물의 겉모습만 배운 어린이들에게는 이 책이 동물 행동의 이유와 습성을 알게 해 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중략)...이 책은 동물에 관한 여러 책이나 TV 등에서 본 동물의 습관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를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어 주리라고 믿는다."-역자 서문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하면서 책쓰기 - 컨셉의 명수에게 배우는 책쓰기 전략
탁정언.전미옥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전자책이 활성화돼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고 속단한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학생들조차 전자교과서로 공부하는 시대가 올 것이기에 종이책은 사라져 결국 박물관에서나 전시하는 유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틈만 나면 책을 붙들고 사는 나를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사람취급하면서 그렇게 장담했다. 하지만 이들의 장담처럼 종이책은 밀려나고 말았는가?

개인적으로 최근 3, 4년째 가장 맛있는 책읽기를 즐기고 있다. 이 행복한 책읽기가 가능했던 건 일부 전문가들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장담했던 종이책이 최근 몇 년 간 눈부시게 발전한 덕분이다.

이들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점엔 다양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서점에 갈 때마다 많이 고민해야 한다.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몸은 하나, 시간도 만날 그만큼. 알고 싶은 것을 꿰뚫고 있는 듯 다양하게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고민도 여간 고민이 아니다.
나만 그럴까? '책친구'들에게 넌지시 물어보면 그들 역시 나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종이책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을 감동스러워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최대한 만끽하고 있었다. 또한 나처럼 다양한 종이책을 만나게 해준, 최근에 저자가 된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최근에 내가 주로 읽은 책들은 문단에 등단한 사람들의 글이나 사회적으로 유명한 전문가가 쓴 글보다는, 나와 같은 골목에 살 수도 있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펴낸 책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자신의 일에 신념이 있지만 무명의 전문가로 머물고 말았을 전문가들이 나 같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쓴 책들이 많다.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다

<일하면서 책 쓰기>는 이 두 유형의 일반저자를 꿈꾸는 사람들, 즉 문단에 등단한 적도 없고 문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이면서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신변 이야기나 자기가 하는 일의 전문지식 등을 남과 함께 나누려는.

'책도 좋아하고 글도 잘 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나, 나도 책을 내볼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 자부심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좋을 거야. 내가 가보았던 곳을 사진으로 찍어 왔는데 나만 보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워. 또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10년 동안 취미삼아 모아 본 내 소중한 것들을 더 빛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글을 쓰려니 왜 이리 자신이 없는 걸까? 책이 좋긴 하지만 내 주제에 어찌 감히 내 책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보았을 고민들이다. 이런 고민들이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다. 저자들은 이 공통적인 주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나만의 책' 가까이로.

그동안 꾸준히 글을 써왔다면 책으로 묶어낼 용기를 가져 보라. 글에 자신이 없다고? 한줄 상품 리뷰든, 열줄 독자 댓글이든, 나만의 공간인 블로그든 글쓰기에 일단 도전해보자. 인터넷 글쓰기가 당신의 숨어 있는 글쓰기를 봇물 터지게 할 것이다.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은데 너무 막연하다고 느끼는가? 그럼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블로그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이왕 쓰는 글이라면 남보다 다른 글이 좋지 않겠는가? 좋은 글은 무엇인가?

좋은 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좋은 글은 누구나 읽어서 알기 쉬운 말로 쓴 글이다. 글을 깨친 어린이부터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르신들까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할 줄 알고 우리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글이다. 아무리 화려한 수사와 아름다운 표현이 많은 글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활이나 삶과 동떨어진 글은 관념에 머무르기 쉽다. 꾸며 쓰지 않고 느낌대로 쓴 글, 정직하고 솔직한 글이 좋은 글이다. 그런 글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며 글쓴이의 격을 드러낸다.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 어떤 글이 공감을 얻기 쉬울까? 저자는 좋은 글을 위한 필요한 우선 조건을 문장력에 두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쓰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고 용기를 북돋운다.

모든 글이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 방법으로 권하는 것은 인터넷 글쓰기.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개인 블로그다. 저자의 말대로 이웃 블로그와 나누는 공감대가 글을 쓰는 용기를 주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추진력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심심할 때 시간을 보내는 블로그와 처음부터 책이라는 목적을 설정한 블로그 글쓰기는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글의 주제와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야 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며, 나만 쓸 수 있는 특별한 글이어야 할 것이다. 사실 무척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들과 함께 고민해보면 나만의 숨어있는 무언가가 보일지도 모른다.

내 글이 이웃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모두 책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별 볼일 없어보이는 사람이 출판사의 제의로 책을 내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내가 모를 뿐이다. 저자는 나만의 이 특별한 주제를 찾는 법, 200% 공감 디지털 글쓰기에 대해 '블로거를 위한 전략적 책 쓰기'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글을 썼거나, 블로그에 책을 낼 목적으로 글을 썼거나, 아니면 당장 그런 목표가 없어도 언젠가는 책을 낼 막연한 계획이 있다면 관심 두고 읽어볼만한 이야기다.

자기 책을 내려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강조한다. 책을 읽으라고. 책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빼내 나만의 지식을 만드는 것도 기술이다. 정독이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편법(?)으로 많은 책을 끌어다 놓고 내게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빼내는 데도 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솔깃하게 읽은 주제였다.

"아줌마도 책을 냈네?"

저자가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임을 강조하면서 소제목으로 붙인 말이다. 이 말처럼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이지만, 누구나 성공적으로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좋은 글도 책으로 낼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많아 출판사들마다 꺼리는 글이 있는가 하면 신통치 않아 보이던 글이 책으로 나와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경우도 있다.

책의 성공과 실패가 단순히 그 책이나 그 저자의 운에 따라 결정될까? 책을 내기 위한 어떤 특별한 전략과 콘셉트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 - 아이의 좋은 습관을 위해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가정교육 지침서
추이화팡.탕웨이훙 지음, 전인경 옮김 / 럭스미디어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유치원에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자기 것을 친구와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남의 물건에 손대면 안 되는 것, 그리고 물건을 잘 정리 정돈해야 하고 식사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 그뿐만이 아닙니다. 식후에는 휴식을 취해야 하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는 것,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연을 통해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등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이 모든 것들을 배웠습니다."

1978년 어느 날 노벨 수상자 75명이 파리에 모인 자리에서 한 기자가 백발이 성성한 노벨 수상자에게 노벨상을 받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가장 힘이 되었던 것,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구인가 등을 묻자 그 수상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였던 수많은 군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고.

노벨 수상의 영광을 얻게 한 것은 어린 시절에 배운 것들에서 비롯한다는 이 말은 어린 시절의 바람직한 교육과 제대로 된 습관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는 일화다. '습관'과 관련하여 제일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은 벤저민 프랭클린.

과학, 문학, 외교, 발명,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탁월한 재능을 소유했던 프랭클린은 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라틴어까지 독학으로 공부하였다. 프랭클린의 능력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히 전설적인데 그는 79세 되던 해 자서전을 통하여 자신을 만든 것은 '좋은 습관'에 있다고 강조했다.

프랭클린은 일찍이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13가지 조건'으로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을 정했다. 그리고 실천을 위한 성공기록부를 만들어 아침, 저녁으로 체크하면서 이런 것들이 자신의 습관으로 되도록 노력했다. 이런 각고의 노력으로 좋은 습관, 즉 성공하는 조건을 만들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습관'

"아동기는 습관 형성에 좋은 시기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신비한 땅에 비유 할 수 있다. 특정 사상의 씨앗을 뿌리면 아이는 예상했던 행위를 하게 된다. 즉 습관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습관은 아이들의 성격과 운명을 결정짓는다. 다시 말해, 습관은 아이들의 생활, 학습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생활의 성공열쇠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어릴 적 길러주는 좋은 습관이 아이의 일생을 좌우하는 평생 재산이 되며, 따라서 나쁜 습관을 고쳐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평생 행복할 수 있다고.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은 아이들의 좋은 습관을 위하여 부모가 먼저 읽고 노력해야 하는 가정교육 지침서다. 부모 자신의 습관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바람직한 삶을 위한 좋은 습관 기르는 방법으로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한 습관 10가지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습관 7가지▲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습관 13가지▲더불어 잘살기 위한 습관 6가지 등 모두 36가지 항목의 습관에 대해 설명한다.

아동기의 습관교육이 왜 중요한가. 아이의 좋은 습관 형성을 위하여 효과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부모는 어떤 모범을 보이고 실천을 우선해야 하는가. 좋은 습관은커녕 아이의 좋은 습관을 방해하는 부모의 무책임한 말과 약속, 자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체적인 내용들이다.

아이를 한둘 낳아 키우는 요즘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자칫 범하기 쉬운 그릇된 사랑에 대해서도 실었다.

36가지 습관 중에는 어느 시대에나 필수 덕목으로 강조 되어 온 정직, 예의, 겸손 등도 있고 계획성, 노동, 시간관념, 좌절극복처럼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일과 관계되는 습관도 있다. 집중, 창조력, 관찰력, 독서, 예습, 복습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한 항목들도 있다. 나누며 살기, 경제관념, 유머 감각을 36가지 습관 속에 넣은 점이 눈에 띈다.

습관의 중요함과 실천의 방법, 잘못된 습관 교육을 설명하기 위해 유명한 사람들의 숨은 일화를 풍성하게 예로 들고 있어서 비교적 쉽고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전을 적절히 인용하여 '21세기형 인간형성'에 기본을 맞추었다는 것도 돋보인다.

저자가 중국인이기에 자칫 우리와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고 지레 짐작했다. 우리와는 생활 습관이나 가치관 등이 다른 그들일 것이기에. 하지만 지나친 우려였다. 책을 읽는 동안 바람직한 사람, 가치 있는 능력,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은 어느 국가 어느 사회나 근본적으로 같다는 생각을 몇 번 이고 거듭하였으니 말이다.

또한 저자가 바람직한 인간, 바람직한 습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 그 실천 지침들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높은 IQ가 아닌 좋은 습관이 나를 키웠다

책속에서 만난 일화 하나.

세계적 거부로 유명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1998년에 워싱턴 대학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강연 후 "어떻게 하느님보다 부유해질 수 있었냐"라고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아주 간단합니다. 높은 IQ가 아닌 좋은 습관, 그리고 긍정적인 성격과 태도만 있으면 됩니다."

워런 버핏의 이 대답에 빌 게이츠도 공감했다고 한다. 이들 뿐일까. 책속에서 일화를 통하여 만나는 성공한 사람들, 세기를 통틀어 존경받고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고,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