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책쓰기 - 컨셉의 명수에게 배우는 책쓰기 전략
탁정언.전미옥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전자책이 활성화돼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고 속단한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학생들조차 전자교과서로 공부하는 시대가 올 것이기에 종이책은 사라져 결국 박물관에서나 전시하는 유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틈만 나면 책을 붙들고 사는 나를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사람취급하면서 그렇게 장담했다. 하지만 이들의 장담처럼 종이책은 밀려나고 말았는가?

개인적으로 최근 3, 4년째 가장 맛있는 책읽기를 즐기고 있다. 이 행복한 책읽기가 가능했던 건 일부 전문가들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장담했던 종이책이 최근 몇 년 간 눈부시게 발전한 덕분이다.

이들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점엔 다양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서점에 갈 때마다 많이 고민해야 한다.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몸은 하나, 시간도 만날 그만큼. 알고 싶은 것을 꿰뚫고 있는 듯 다양하게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고민도 여간 고민이 아니다.
나만 그럴까? '책친구'들에게 넌지시 물어보면 그들 역시 나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종이책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을 감동스러워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최대한 만끽하고 있었다. 또한 나처럼 다양한 종이책을 만나게 해준, 최근에 저자가 된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최근에 내가 주로 읽은 책들은 문단에 등단한 사람들의 글이나 사회적으로 유명한 전문가가 쓴 글보다는, 나와 같은 골목에 살 수도 있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펴낸 책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자신의 일에 신념이 있지만 무명의 전문가로 머물고 말았을 전문가들이 나 같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쓴 책들이 많다.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다

<일하면서 책 쓰기>는 이 두 유형의 일반저자를 꿈꾸는 사람들, 즉 문단에 등단한 적도 없고 문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이면서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신변 이야기나 자기가 하는 일의 전문지식 등을 남과 함께 나누려는.

'책도 좋아하고 글도 잘 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나, 나도 책을 내볼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 자부심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좋을 거야. 내가 가보았던 곳을 사진으로 찍어 왔는데 나만 보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워. 또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10년 동안 취미삼아 모아 본 내 소중한 것들을 더 빛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글을 쓰려니 왜 이리 자신이 없는 걸까? 책이 좋긴 하지만 내 주제에 어찌 감히 내 책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보았을 고민들이다. 이런 고민들이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다. 저자들은 이 공통적인 주제를 해결할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 '나만의 책' 가까이로.

그동안 꾸준히 글을 써왔다면 책으로 묶어낼 용기를 가져 보라. 글에 자신이 없다고? 한줄 상품 리뷰든, 열줄 독자 댓글이든, 나만의 공간인 블로그든 글쓰기에 일단 도전해보자. 인터넷 글쓰기가 당신의 숨어 있는 글쓰기를 봇물 터지게 할 것이다.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은데 너무 막연하다고 느끼는가? 그럼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블로그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이왕 쓰는 글이라면 남보다 다른 글이 좋지 않겠는가? 좋은 글은 무엇인가?

좋은 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좋은 글은 누구나 읽어서 알기 쉬운 말로 쓴 글이다. 글을 깨친 어린이부터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르신들까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할 줄 알고 우리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글이다. 아무리 화려한 수사와 아름다운 표현이 많은 글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활이나 삶과 동떨어진 글은 관념에 머무르기 쉽다. 꾸며 쓰지 않고 느낌대로 쓴 글, 정직하고 솔직한 글이 좋은 글이다. 그런 글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며 글쓴이의 격을 드러낸다.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 어떤 글이 공감을 얻기 쉬울까? 저자는 좋은 글을 위한 필요한 우선 조건을 문장력에 두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쓰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고 용기를 북돋운다.

모든 글이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 방법으로 권하는 것은 인터넷 글쓰기.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개인 블로그다. 저자의 말대로 이웃 블로그와 나누는 공감대가 글을 쓰는 용기를 주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추진력의 원천이 된다. 하지만 심심할 때 시간을 보내는 블로그와 처음부터 책이라는 목적을 설정한 블로그 글쓰기는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글의 주제와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야 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며, 나만 쓸 수 있는 특별한 글이어야 할 것이다. 사실 무척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들과 함께 고민해보면 나만의 숨어있는 무언가가 보일지도 모른다.

내 글이 이웃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해서 모두 책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별 볼일 없어보이는 사람이 출판사의 제의로 책을 내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내가 모를 뿐이다. 저자는 나만의 이 특별한 주제를 찾는 법, 200% 공감 디지털 글쓰기에 대해 '블로거를 위한 전략적 책 쓰기'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글을 썼거나, 블로그에 책을 낼 목적으로 글을 썼거나, 아니면 당장 그런 목표가 없어도 언젠가는 책을 낼 막연한 계획이 있다면 관심 두고 읽어볼만한 이야기다.

자기 책을 내려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강조한다. 책을 읽으라고. 책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빼내 나만의 지식을 만드는 것도 기술이다. 정독이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편법(?)으로 많은 책을 끌어다 놓고 내게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빼내는 데도 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솔깃하게 읽은 주제였다.

"아줌마도 책을 냈네?"

저자가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임을 강조하면서 소제목으로 붙인 말이다. 이 말처럼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이지만, 누구나 성공적으로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좋은 글도 책으로 낼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많아 출판사들마다 꺼리는 글이 있는가 하면 신통치 않아 보이던 글이 책으로 나와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경우도 있다.

책의 성공과 실패가 단순히 그 책이나 그 저자의 운에 따라 결정될까? 책을 내기 위한 어떤 특별한 전략과 콘셉트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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