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뱀 - 지성자연사박물관 1
백남극 / 지성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무엇인가?'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뱀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유년시절 한때라도 시골서 자랐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터라 동물원에서나 보았을 뿐인 사람들마저 이 뱀을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라 서슴없이 말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막연히 두렵고 공포스러우며 혐오스럽기도 한 뱀. 이런 뱀을 연구하여 제대로 된 뱀에 관한 책 한 권조차 없는 척박한 우리 현실에 디딤돌 같은 그런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뱀 박사 1호인 백남극 박사다.
뱀 박사의 <뱀>을 소개하고 싶다. 남들이 외면하는 분야에 일생을 바친 소신이 일궈낸 그 가치 있는 것을 널리 알려 함께 하고 싶다.
뱀이란 제목만 가지고 혹자는 독자되기를 두려워하거나 꺼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책 속의 100여점에 달하는 컬러사진 대부분이 이 뱀이다. 혹은 뱀과 관련된 사진들이 담겨 있다.(혹시라도 뱀을 좋아하는 사람이 원없이 볼 수 있을 만큼 뱀의 다양한 사진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성스러울 수가 있는가' 금방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한 학자의 소신에 고개 숙여 답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쓴 백남극 박사는 여러 종류의 뱀을 실제로 사육하며 얻어낸 지식들과, 뱀사냥(?)을 통하여 얻어진 것들을 이 책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파충류에 관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연구, 그 업적의 결과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서 뱀 앞에서 호기심으로 물어 보는 아이에게 우리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인가. 뱀에 대하여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가. 앞서 우리는 뱀에 대하여 무엇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막연히 두려워하고 말하기조차 꺼려야 하는가.
이 책 속에는 뱀에 관한 기본 지식과 함께 우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잘못된 상식들을 수도 없이 지적해주고 있다. 요즘처럼 겨울잠에서 깨어난 뱀이 가장 많은 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알아야 할 '꺼리'이다.
우리들이 독사와 비독사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머리 모양을 말하는데 흔히 알려진 상식처럼 독사만이 머리가 삼각꼴은 아니라고 한다. 독이 없는 뱀도 비상시에 독사처럼 머리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기도 한다고 하며, 머리가 둥근 것 중에도 치명적인 양의 독을 품고 있는 게 있고도 한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들도 많다. 뱀은 일년에 두세 번 허물을 반드시 벗어야 한다는 것, 허물을 벗지 않으면 죽고 만다는 것, 뱀의 똥은 백묵처럼 쓰이기도 한다는 것, 뱀이 똬리를 트는 이유 등 아이들과 동물원에 가서 으스대고 들려줄 수 있는 뱀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롭다.
뱀과 관련한 신앙이나 전해오는 뱀과 관련한 설화 등 동화처럼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소개하고 있으며, 뱀에 물렸을 경우의 응급처치법, 또한 앞으로 뱀 사육을 할 사람들을 위한 이런 저런 정보까지 담아내고 있다.
막연히 두렵고 혐오스러워 택했던 책인데, 시시때때로 들고 펼쳐봄은 이 책에 대한 그만한 가치랄까. 막연히 두렵다가 이 책을 통하여 낱낱이 알고 나니 뱀이란 막연히 두려운 존재만은 아니란 생각이다.
"1억 3천만년 전, 인간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부터 지구상에 등장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는 지구의 파수꾼, 뱀! 인간이 살아온 시간의 40배나 되는 오랜 세월을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해왔던 파충류의 대표로서…" 이런 뱀이다. 이런 뱀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하고 알려주고 있다. 뱀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14종의 뱀에 관하여 사진과 함께 그 특성을 낱낱이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뱀에 물렸을 경우 응급처치법도 실질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들려준다. 들이나 산에 자주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막연히 두려운 뱀에 대하여 낱낱이 알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 많다.
막연히 두렵고, 혐오스러웠던 편견을 이 책으로 하여 누그러뜨렸다. 이제 뱀은 무조건 멀리해야하는 그런 존재만은 아니다 생태계 한몫을 담당하는 지구의 같은 생물체이다.
산이나 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리도 없이 어느 순간 발밑을 공략하고 말지도 모를 뱀에 대한 공포를 없애줄 그런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특정 존재에 대한 편견을 키우지 않게 하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