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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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튀겨져서 바삭 바삭 맛있는 돈가스처럼 맛있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돈가스가 생겨나기까지의 60년 드라마를 적은 <돈가스의 탄생>이란 책이다.

우리의 식탁에도 오래 전에 보편화되어버린 돈가스는 언제,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하여 탄생하였는가! <돈가스의 탄생>은 이 과정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첫맛은 바삭하게 씹히는 세 겹의 튀김옷, 두 번째는 부드럽게 녹아드는 돼지고기 안심살, 그리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양배추 채의 산뜻함…’일식 돈가스를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일본이 만들어 낸 양식의 왕자이자 대표적인 문화코드인 돈가스. 무엇보다 일본인을 잘 말해주고 있는 이 돈가스를 통하여 일본과 일본인을 알아보면 어떨까?

메이지유신은 요리유신?

서양요리를 먹으러 온 손님들은 나이프와 포크로 입안을 찔러 피투성이가 되는 악전고투를 벌이곤 했다. 고기조각을 나이프로 찍어서 함께 입안에 넣고 씹다가 빼는 바람에 입술을 베어 피를 보는 일도 있었다. 또 수프를 마시는 법도 몰라서 접시를 들고 된장국 마시듯 들이켰다가 가슴에서 무릎까지 온통 뜨거운 수프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책 속에서)

어떤 일본인은 낯선 음식인 서양요리를 먹으면서 치른 고충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돈가스가 탄생하기 전, ‘근대화의 상징’인 서양요리를 먹기 위하여 일본인들이 감수했던 수많은 일화 중 하나다. 그래도 반드시 받아들여 흡수해야만 하는 서양의 문화, 즉 근대화였다.

그런데 서양요리의 주재료인 고기를 이렇게 먹을 수 있기까지 더 눈물겨운 과정을 거쳐 온 일본인들이었다.

1800년대 중반, 우리처럼 일본도 개국과 쇄국을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선다. 이때 메이지는 쇄국 대신 개국과 근대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메이지 지도자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서양인들에 비해 월등히 왜소한 자신들의 체격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서양인들을 까마득하게 올려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메이지왕은 체력의 열등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1200년 동안 유지되어오던 '육식금지령' 해제를 선포한다. 불교가 전해진 이후 ‘육식은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덴무왕에 의해 675년에 내려진 육식금지령이었다. 메이지 때까지 1200년 동안 육식을 금지해오던 일본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대다수 국민들은 심하게 반발. 고기를 먹는 것만이 아니라 소를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타락하고 불경스러워진다는 미신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풍습으로 인해 1200년 동안 전혀 먹어 본적 없는 고기를 앞에 둔 일본인들은 당혹했고 사회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머잖아 육식을 둘러싼 혼란스러움은 점점 엷어진다. 그리고 맛있지만 이목이 두려워 숨어서 먹던 고기가 점차 서민의 식탁 중앙에 ‘쇠고기 전골’, ‘쇠고기 조림’등으로 올려 지게 된다.

이때부터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고기 요리들이 탄생한다. 재빠른 일본인들 중 시대에 부응하는 요리로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한 가지 음식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장인들이 생겨난다. 일본의 요리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에게 ‘정치유신’으로만 알려진 ‘메이지 유신’은 사실은 ‘요리유신’이기도 했던 것.

드디어 돈가스가 탄생하게 된다. 수많은 ‘메이지 요리유신’ 요리들 중에서 카레라이스, 고로케, 단팥빵, 돈가스가 단연 돋보였으며 그 중심에는 단연 돈가스가 있었다. 서양문화를 흡수하여 근대화를 이루고 싶었던 일본인들이 고민 끝에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육식, 서양요리의 주재료인 고기가 놀랍게 진화하고 만 것이다. 고기가 돈가스로 진화한 과정을 보자.

"육식권장→ 쇠고기에서 닭고기로, 그리고 돼지고기로→ 얇은 고기에서 두꺼운 고기로→ 유럽식의 빵가루에서 일본식의 알갱이가 큰 빵가루로→ 기름을 두르고 부치는 것에서 기름 속에 넣어 튀기는 딥프라이로→ 접시에 돈가스만 담다가 서양 야채인 양배추 채를 곁들이는 형태로→ 튀긴 고기를 미리 썰어 접시에 담아 손님에게 내는 것→ 일본식 우스터소스를 듬뿍 끼얹는→ 나이프나 포크가 아닌 젓가락으로→ 밥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일식으로."(책 속에서)

전쟁의 원동력이 된 돈가스와 단팥빵?

<돈가스의 탄생>은 돈가스 60년 드라마를 다룬 이야기다. 외국 음식을 흡수하고 동화하기 위해 집념을 보인 일본의 음식문화를 자세하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와 함께 급박한 세계정세에 놓였던 일본이 외국문화를 흡수하여 세계로 뻗어 가는 발판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튀김옷을 입은 일본 근대사’란 부제가 붙었다. 부제처럼 이 책은 돈가스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일본의 근대사다. 우리에게 정치유신으로만 알려진 메이지유신이 어떤 과정으로 근대화에 성공하였고 무모하게 아시아 침략을 꿈꾸었는지 그 이면의 역사까지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돈가스. 일본인인 저자가 들려주는 돈가스의 어원을 눈여겨보자.

돈가스가 인기를 얻은 데는 그 이름이 '가스' 즉 '가쓰勝'로 '적을 이긴다テキ(敵)に勝つ'는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도 고교 야구선수, 수험생, 운동선수 등은 '스테이크(ステ-キ, 적이라는 말의 데키テキ와 스테이크의 데-키テ-キ가 음이 비슷한 것에 따른 언어유희-옮긴이)'와 '돈가스'를 나눠 먹으며 필승을 다짐한다. 그리고 시험 철이 되면 수험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가스 도시락이나 돈가스 샌드위치를 먹고 시험에 임한다. (책 속에서)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돈가스의 탄생 못지않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팥빵 속에 숨어있는 일본의 전쟁 역사다. 고기가 돈가스로 탄생하기까지 60년이나 걸렸고, 사회적인 혼란까지 거듭되었지만 빵은 아무런 충돌도 없이 순식간에, 도리어 일본인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면서 단팥빵으로 활짝 열매를 맺었다. 오늘 우리가 먹고 있는 단팥빵의 원조다.

순식간에 꽃을 피운 단팥빵의 비밀은 무엇일까? 단팥빵의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아시아 침략의 역사? 돈가스와 단팥빵과 일본이 벌인 무모한 전쟁은 어떤 관계일까?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라면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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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농들 - WTO 시대의 희망 농업 보고서
박학용.차봉현 지음 / 부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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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시대, 우리의 농촌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이 물음에 <한국의 부농들>의 주인공 28명중 한 사람인 '매실닭 키우는' 양일영씨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 농업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이 도전해 볼만한 산업입니다. 고급화, 차별화된 농산물을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면 농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발효 직후인 1996년. 원광대학교를 졸업한 그가 부친의 양계장을 이어 받으려할 때 주변사람들은 한사코 말렸다. 하지만 양씨는 4만여 마리의 닭을 물려받았다. 71년생인 양씨는 현재 연매출 12억원을 자랑하는 CEO가 됐다.

"대학 친구들이 말렸어요. 농산물 개방 폭이 커지고 있으니 농업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면서요. 주변에도 농사로 빚을 진 사람들뿐이었어요. 동창회에 나가면 잘 다린 하얀 와이셔츠에 멋진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전 농사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WTO시대, 우리의 농촌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양씨는 닭의 사료로 매실을 주목한다. 우리 몸에 유익한 매실이 인기를 얻으면서 매실제품을 만들고 남은 많은 찌꺼기들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었다. 양씨는 이렇게 버려지는 매실 찌꺼기를 발효, 사료로 개발하여 닭을 키우게 된다. 매실사료를 먹고 자란 닭들은 맛도 좋았고 품질도 뛰어났다. 또한 건강에 좋은 성분까지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매실닭들의 소화기가 튼튼하다는 것. 또한 스트레스에 강해서 별도로 항생제를 먹일 필요가 없었다. 이런 닭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대도시의 대형 백화점에서 매실닭은 일반 닭보다 두 배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양씨는 내친김에 매실사료회사를 설립했다. 양씨가 소속된 지역육계노동조합 11개 농가가 모두 매실 닭을 생산한다. 이들 조합원의 연 매출은 100억 원대다. 또한 매실사료의 소문을 들은 한우, 돼지 축산 농가에서도 매실사료를 구입함으로써 양씨의 매실사료회사까지 급성장하는 추세다. 양씨는 앞으로 다양한 사료를 개발, 세계 속에 뻗어나가려는 포부까지 밝히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양계장의 닭 4만 마리가 양씨에게 처음부터 희망을 준 것은 아니었다. 정성을 들여 키운 닭은 턱없이 싼, 헐값에 팔리는 현실이었다. 이것만이 아니라 어렵게 개발한 녹차닭은 생산가의 난관에 부딪친다. 이것뿐이랴. 극복해야 하는 현실은 첩첩. 양씨는 절망하고 포기하는 대신 자기만의 블루오션을 발견하여 오늘의 길을 가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 28명의 농민들이 들려주는 농촌 희망가

양씨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주어진 조건과 성공은 별개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비단 양씨뿐이랴. 책 속에서 만나는 한국의 부농인들, 농업 CEO 28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실패와 좌절에는 이유도 변명도 필요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남들이 판단하는 최악의 조건을 오히려 성공의 기반으로 삼은 사람들. 아니 몇몇 주인공들의 경우는 암 선고를 '희망의 선고'로 바꾸기도 했다.

'토고미 마을'의 한상열씨도 그런 예다. 마흔에 위암선고를 받고 두 차례의 수술 끝에 그는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폐교를 활용, 마을 사람들의 연 수입을 5억 원대에 올려놓았다. 주변 사람들은 "토고미 마을은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쌀 수매제도가 없어진다 해도 걱정 없을 정도가 됐다"고 자신 있게 토고미 마을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런 예는 한씨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원양어선을 타면서 얻은 병을 이기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던 유기농 채소로 연간 20억 원을 버는 김병귀씨, 만성 류머티즘으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몸으로 연간 40억 원의 매출과 한해 방문자 100만 명을 기록하는 매실농장을 운영하는 홍쌍리씨가 또한 그렇다.

이들은 모두 넉넉한 자본은커녕,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몸의 병을 희망선고로 바꾼 사람들이다. 이들 뿐일까. <한국의 부농들>속에서 만날 수 있는 농업 CEO들의 감동 실화는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어젠다(DDA)로 실의에 빠진 농민과 소규모 영세업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농업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돼지의 분뇨를 이용, 항생제 없는 돼지고기를 생산해내는 이계운 ▲딸기로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락(樂)딸기 이용철 ▲우리 땅에 참다래 신화를 만든 정운천 ▲홍시의 가장 큰 단점을 극복, 깎아 먹는 홍시를 개발한 백성준 ▲배꽃 농원에서 음악축제를 열어 또 다른 농촌 축제의 효시가 된 이윤현 부부 ▲강남의 비싼 땅을 주말농장으로 활용, 도시민들을 '주말농장 폐인'으로 만든 최성희 ▲2003년의 화재와 조류독감으로 1000억원 손실을 딛고 일어선 '하림닭'의 김홍국사장 - 책속 주인공 28인 중에서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농촌이 고향이어서 늘 답답한 체기로 남아있는 농촌 문제에 대한 암울함을 어느 정도는 위로 받았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인 나의 열악한 처지로 간신히 견뎌 나가는 이 불황이 실패의 이유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자각도 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을 얻었다고 할까.

부농의 길은 있다... 이제는 농업 CEO

책속에서 만나는 농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감동과 희망 사연은 누구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솔직히 놀랍고 부럽다. 농민 한사람이 한해 벌어들이는 돈이 수십, 수백억이라니.

이 책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른 한사람의 감동 실화 끝마다 '이것만은 배우자-Selling Point'를 덧붙여 이들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성공원인을 이론적으로 분석,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농업 CEO들이 말하는 생산절차와 혁신방식, 마케팅 노하우는 놀라울 정도로 냉철하며 핵심을 잘 잡아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추천사가 붙어있다.

"필자인 박학용 문화일보 경제부장은 도시기업과 농촌 마을이 결연, 교류하는 1사1촌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도시와 기업이 농촌과 농민을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농촌과 농민은 도시와 기업을 위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절실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일방적이 아닌 상생하는 도시-농촌의 모델도 제시했습니다. 이 철학이 이 책에도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생명이 넘치는 충격으로 도시민, 농민, 정부 당국자들을 눈뜨게 하고, 우리농촌 발전의 디딤돌이 돼 줄 것을 기대합니다. 또 농민뿐 아니라 도시 젊은이들에게도 세상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추천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강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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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인생을 바꾼다
한진규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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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동안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잠을 잤다는 발명왕 에디슨에 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10시간을 안 자면 아무 일도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던 사람들이다.

에디슨처럼 최소한의 잠만 자고도 의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충분하다는 이야긴데… 왜 성인들은 하루 7~8시간을 자야 한다고 하는 걸까? 에디슨처럼 3시간만 자면 나머지 시간에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앞서갈 수 있는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 흔히 남보다 앞서가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관련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이런 책들이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도 사실이다.

수면박사 한진규의 <잠이 인생을 바꾼다>는 우리 삶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잠에 관한 책이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어떤 잠이 좋은 잠일까? 코골이 같은 잠버릇은 어떻게 고쳐야 할까? 나에게 맞는 잠은 몇 시간일까? 등등. 그런데 이 책은 기존의 잠에 관한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인생의 3분의1 차지하는 수면, 바람직한 수면을 위해

"내가 '수면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경과 전공의 4년차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외래 진료를 하면서 두통환자를 유심히 살펴보니 대부분 수면으로 밤에 힘겨워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시간이 부족해서 못 자거나 반대로 많이 자도 개운하지 않은 피로 상태가 가장 많았다. 게다가 낮에 항상 졸려서 자기도 모르게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수면치료를 해 본 결과, 환자들의 두통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이후 국립보건원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 쾌적한 수면을 방해하는 코골이 치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 이비인후과로 간 코골이 환자들은 대부분이 수술을 받았고 내과로 간 이들은 씨펩(CPAP)이라는 코골이 치료기계로 치료를 받았다.

'똑같은 코골이 환자인데 '도대체 왜?' 어떤 사람은 씨펩 치료를 하고, 어떤 사람은 수술을 하는가?' 궁금했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수면분야는 미개척 분야였던 것이다. 저자는 척박한 미개척 분야에 대한 갈급함 때문에 미국유학을 떠나게 된다. 저자는 아시아권에서는 10명 남짓 되는 미국 수면의 자격을 국내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획득하게 된다.

<잠이 인생을 바꾼다>는 이런 이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초의 수면박사 한진규의 '바람직한 수면문화에 대한 수면지침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진료한 사람들, 즉 수면장애와 수면부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실례를 통하여 '잠의 중요성과 수면장애의 효율적인 치료'에 대해 들려준다. 아울러 섣부른 치료와 수면장애가 있음에도 방치할 경우의 위험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또한 잠의 다양한 측면과 숙면 등 잠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행복한 인생은 좋은 잠으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수면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분위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잠 안 자고 공부하고 밤늦도록 일해야 성공한다는 풍토 말이다. 개인의 '수면양'과 신체리듬을 무시한 채 고3은 무조건 4~5시간만 자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새벽 1~2시를 훌쩍 넘겨서까지 아이들을 붙잡고 학원이다 과외다 난리법석을 떤다. 그런데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어떤가?"

잠에 쫓기는 것은 비단 수험생들뿐일까?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 수면문제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샐러리맨부터 굴지의 기업 CEO, 판사, 연예인, 기러기아빠, 신생아 엄마나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이었다. 그리고 삶의 의욕과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늘 잠에 쫓기면서 눈이 자꾸 흐려지는가 하면 걸핏하면 두통으로 고생하는 나 자신이었다.

잠은 어른은 물론 0~7세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성장과 안정, 두뇌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개운하게 자지 못한 뇌는 문제 해결, 학습, 집중, 기억, 건강 등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잠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게 되면 성적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부진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우리들의 잠에 대한 상식은 어떤가?

또한 잠을 푹 자지 못해 늘 피곤해하는 사람들은 불면증은 물론 '소화장애'나 '근육뭉침' '관절염' 등을 자주 호소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진료한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행복하려면, 남보다 앞서가려면 인간의 3대 본능인 잠을 줄이는 것보다 깨어있는 시간을 아인슈타인처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수면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이 잠을 줄일 수 있는 한계는 고작 30분. '아침형 인간'이 되자고 외치는 세상이지만 아침형 인간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밤낮이 바뀐 신생아 때문에 제대로 못 잔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생아들의 그런 습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다 보니 신생아 때부터 아이의 잠 습관을 잡아 주는 것이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심각한 코골이는 이미 신생아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코골이가 미처 모르거나 무관심으로 방치된 병이라는 생각은 지나칠까?

누구나 자는 잠. 따라서 잠을 둘러싼 작은 문제들은 결정적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졸리면 자고, 해야 할 일이 많으면 우선 줄일 수 있는 것이 잠이라면서 무리하게 버티기도 했었다. 그런데 잠은 가장 잘 알아야 하고 삶 중에서 가장 현명하게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잠이 삶의 모든 것을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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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 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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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쪽 17번 고속도로변. 길가에 세워진 차안에서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미국 이름은 아이리스 장, 중국 이름은 장춘루, 나이는 36세. 사인은 권총자살이었다.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끊임없는 협박,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 자살…"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죽음에는 의혹이 많은 상태. 그녀는 왜 자살했을까? 아니, 그녀는 정말 자살했을까?

아이리스 장은 < The Rape of Nanking >(한국어판: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을 출간한 1997년 이후, 줄곧 일본 우익 단체로부터 끊임없는 협박을 받아왔다. 때문에 어디에도 오래 정착할 수 없었고 전화번도를 수도 없이 바꿔야 했으며 가까운 친척들에게도 남편과 아이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과도 이메일로만 소식을 주고받았을 정도라고. 이처럼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은 < The Rape of Nanking >는 어떤 책일까.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로 기록된 '난징 대학살'

난징의 강간은 사망자 수뿐만 아니라 이들이 죽음을 맞이한 참혹한 방식 때문에라도 기억되어야 한다. 중국인 남성들은 총검술의 연습 대상으로, 그리고 일본군의 목 베기 시합의 대상으로 희생되었다. 또한 2만~8만 명에 이르는 중국 여성들이 강간을 당했다. 일본 군인들은 이 여성들을 강간했을 뿐 아니라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들어내거나 가슴을 도려내고, 산 채로 벽에 못을 박기도 했다.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는 딸을, 아들은 어머니를 강간하도록 강요받았다. 산 채로 매장하기, 거세하기, 신체 장기를 도려내기, 산 채로 불태우기 등이 다반사로 행해졌을 뿐 아니라 혀에 쇠갈고리를 걸어 사람을 매달아 놓거나 허리까지 사람을 파묻은 후 독일산 세퍼드들의 먹이로 삼는 일 등의 악마적인 행위가 벌어졌다. 그 광경이 너무나 역겨워 난징에 머물던 독일 나치들도 공포에 떨 정도였다. - 책 속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로 기록된 난징 대학살은 1937년 말~1938년 초, 일본의 중국 침략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28만~35만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살 수법의 잔인함이나 짧은 기간에 걸친 희생자 수에서 그간 우리에게 알려진 세계적인 대학살의 사례들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범죄자인 일본에 의해 은폐, 조작돼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1997년 출간된 영문판 < The Rape of Nanking >은 전세계에 큰 방향을 일으키며 첫 해 60만부가 팔렸다. 아이리스 장은 이 책 한 권으로 세계 다큐멘터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 책은 난징 대학살과 만행의 참상을 되살려 영어로 쓰여 진 가장 훌륭한 보고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일본은 "아이리스 장의 책은 사실 왜곡과 날조"라고 반박, 전화나 메일 시위 등으로 협박을 계속해오고 있었던 것.

게다가 어이없는 것은, 일본의 한 출판사가 < The Rape of Nanking >을 일본에서 출판하려하자 일본 우익세력들은 대규모 집회 등으로 이를 반대한다. 아울러 일본에서 전혀 출판되지도 않는 이 책에 대한 비판서들이 속속 출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난징 대학살의 범죄자 일본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아이리스 장이 날조를 한 것이라고 우기지만 < The Rape of Nanking >은 생존자들의 인터뷰와 당시의 기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사진들까지 더해져 그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증언을 한 생존자들은 당시 간신히 살아남아 고통으로 살고 있는 피해자들과 난징에 있던 외국인들이다. 선교사, 교수, 작가 기자 등 당시 난징에 있던 외국인들은 일본의 협박과 폭행에 맞서 난징 수십 만을 지켜냈다.

50년 동안 은폐되어 온 '난징 대학살'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은 전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일본의 시각으로 본 난징 대학살. 즉 계획적인 침략으로 일본군대가 어떤 명령을 받았고 어떻게 그 명령을 실행하였으며 그 이면에는 어떤 동기가 숨어있는가이다. 두 번째는 희생자인 중국의 관점으로, 정부가 침입자에 맞서 더 이상 국민을 지켜줄 수 없을 때 국민들이 처참하게 희생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기록이다. 중국인들이 들려주는 개인적인 이야기들, 패배와 절망, 배신, 생존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세 번째는 미국과 유럽의 시각으로 본 것. 당시 난징에 머물던 아웃사이더들은 일본의 협박과 폭행에 목숨까지 내놓고 난징시민들을 구하는 한편 세계 신문과 자국에 일본의 잔인한 참상을 알린다. 이렇듯 자국민이 목숨과 바꾼 사실을 폭로함에도 미국이나 독일 등의 서양국가 들이 보여준 '편의주의적 무관심'은 매정하다. 책의 마지막은 50년 동안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은폐해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난징 대학살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식민지로 있던 당시의 일본의 속셈과 세계 강대국의 비정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책 속에서 만나는 일본군의 잔인함과 뻔뻔스러움은 한때 식민지국가의 후손으로서 분노하게 한다. 난징 대학살은 조선과 다른 아시아로 그대로 연결되고 있었고 다시 오늘날의 뻔뻔스런 작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되풀이 한다

이 잔인한 책을 왜 읽었을까? 난징 대학살에 대하여, 지난 우리의 암울한 역사에 일본이 저지른 짓을 좀 더 확실히 알고 싶었다. 또 자신들의 아시아 침략을 '서양 열강들로부터 아시아 보호'라는 말 같지 않은 명분으로 정당화 하는 그 실체도 보고 싶었다. 사죄는커녕 독도가 저희네 영토라고 우겨대는 것이나 역사를 왜곡, 날조하여 도리어 이용해 먹는 그 뻔뻔스러움, 일본의 이면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땠는가. 난징의 대학살을 통하여 일본을 알자면 그들의 잔인한 만행을 어느 정도 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지만… 아무리 그렇다손, 사람을 개돼지로 표현, 살인대회를 벌이고 산 사람을 총검술 연습용으로 쓰다니,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먹고 임산부 뱃속의 태아를 발기발기 찢다니 그것도 수도 없이….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 중 가장 잔인한 사실들, 이제까지 읽어 온 책 중에서 가장 처참하고 아픈 이 책을 읽으며 잔혹함과 분노에 몇 번을 덮고 말았던가. 난징에서 벌어진 행위는 '짐승만도 못한', 아니 '생명체이기를 포기한' 그 자체였다. 세상을 통틀어 가장 잔인한 상황에 붙일 수 있는 표현은 무엇일까?

같은 생명체라는 것이 부끄럽고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것도 부끄럽다면 지나친 감정일까?

아이리스 장의 말처럼 이름 모를 수많은 희생자들의 묘비명과 같은 이 책은 중국 난징에서 일어난 이야기지만 우리의 역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되풀이 한다"-조지 산타야나
"대학살을 잊는 것은 두 번째 학살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노벨 수상자 엘리 위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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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 -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
전영우 지음 / 청년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라크전 등으로 반미의 목소리가 높다지만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회와 평등의 나라 미국? 글쎄 정말 그럴까?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동경인 미국의 자본주의 그 실체는 무엇일까? 미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보편적인 사고방식은 무엇이며 미국의 문화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들은 무엇일까? 미국의 자본주의가 원하고 미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미국의 문화와 미국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늘 궁금하던 터였다.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은 텔레비전의 광고를 통하여 미국의 사회와, 문화 그 진면목을 제대로 살펴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가장 많은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대중문화를 이끄는 매체 중에서 텔레비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늘 막연하였던 미국의 실체를 유감없이 보게 되었다.

미국문화의 복합적인 요소들을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인데, 그렇다면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은 어떤 책일까?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여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장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란다’는 어린이들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치열한 광고 마케팅과 이를 둘러싼 사회 여론이나 사회단체들의 대립이 소개된다. 그리고 미국의 어린이들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배우면서 자라나는지를 자세히 소개한다. 또한 돈이 개입하는 사교육의 실태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학벌주의에 대해서도 소개, 날카롭게 비판한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평균 잡아 1년에 4만회 이상의 광고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광고의 융단폭격 속에서 광고를 먹으며 성장하다가 쇼핑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아이들에게 광고는 생활의 일부일 뿐. 미국의 부모들은 광고와 쇼핑에 지나치게 노출된 아이들의 현실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이끌어 갈 미래의 재원으로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독려하고 일찌감치 돈의 가치와 쓰임새 등을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점점 갈수록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광고는 늘고 있는 추세. 지금 현재 상품구매자이면서 미래의 확실한 상품구매자인 어린이들이야말로 광고주로선 놓칠 수 없는 안정된 대상일 것이다. 이런 어른들의 자본주의 논리에 아이들의 본질과 순수한 동심은 멍들어 간다. 사람으로서 삶의 본질과 가치관을 배우기 전에 광고를 통한 자본주의를 확실하게 배우는 아이들에게서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날로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드러내놓고 아이들을 광고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이 나서서 특정상품의 홍보지를 나누어 준 다음, 구매실적에 따라 등수를 매기고 등수대로 현금성 상품을 지급한다. 그야말로 아무런 자각도 없이 광고로 얼룩진 교육이요, 돈이 깊숙하게 관여하는 그들의 교육인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소비를 먼저 배우는 아이들에게 '돈이 삶의 최고'라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사교육은 없고 공교육이 살아 있는 나라? 그리하여 부모들이 교육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가난한 집안의 수재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나라? 우리나라처럼 입시지옥을 거치지 않고서도 재능을 살린 교육을 받아 안정된 직장에서 능력만큼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높은 학구열로 늦은 밤까지 공부에 몰두하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 학벌과 인맥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인정받는 나라? 글쎄 과연 그럴까?

대체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모습이지만 저자는 "천만에!"라고 말하는 듯 확실한 실례로 조목조목 미국의 실체를 설명한다. 물론 막연한 주장이 아닌, 미국에서 직접 유학하면서 얻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적나라한 실체 앞에 놀라게 되는데, 우리들이 그간 알고 있던 미국의 모습들은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미국의 쇼맨십의 성공결과인 것이다. 좋은 이미지 구축을 위하여 소수에게 기회와 평등을 주어 그럴싸하게 포장한 다음 세계에 홍보한 전략이랄까?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배우면서 돈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살아갈까? 전망 좋고 넓은 전원주택에서 행복하게 웃음 짓고 있는 미국의 중산층 가정, 고급차로 치장된 미국의 중산층은 사실은 카드빚으로 상징되는 할부와 연체와의 싸움이란 이면을 가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 파산자로 몰리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미국의 중산층. 그런데 미국의 광고주들은 이것마저 철저하게 광고로 활용한다. 대단한 미국의 광고다.

여하간 미국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광고를 통하여 끊임없이 부추기는 사회다. 광고를 통하여 쇼핑의 노예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미국인들인 것이다. 그들은 장려한대로 소비를 즐긴다. 그러나 늘 파산의 위험에 긴장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인 것이다.“쇼핑은 달되 그 열매는 쓰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무엇을 원하고 얻어야 할까?

이 책은 전체적으로 미국의 광고 실태를 다루면서 미국의 이율배반을 자주 소개한다. 민주주의 원칙과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미국이지만, 그럼에도 정반대의 현상이 TV에 버젓이 나오는가 하면, 그것이 논란이 되면 교묘하게 또 다른 기법으로 광고하는 등의 미국의 이율배반적인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이란 부제에 걸맞게 미국사회의 구석구석, 미국인들의 사고방식 면면을 광고를 통해 파헤쳐 뜯어보는 책이다.

나머지 장에서는 미국의 다양한 광고 수법과 실제사례들을 소개한다. 자본주의의 꽃, 미국의 다양한 광고 기법을 보면 한마디로 악랄하고 인간성이 철저하게 무시된다는 생각까지 든다. 미국과 미국인을 알려는 순수한 의도의 사람들 외에 광고나 마케팅에 관심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한 미국의 다양한 광고실체다.

모든 이야기들은 미국에서 생활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에게도 알려졌던 사례들을 근거로 하고 있어서 그만큼 설득력 있다.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쇼핑은 달되 열매는 쓰다. 인생을 즐겨라, 소비가 미덕이다. 돈벌이가 되면 9.11테러도 판다. 돈을 많이 버는 능력과 소비하는 능력만이 성공적인 삶을 결정한다. 돈이 된다면 광고의 부작용까지 다시 광고로 교묘하게 이용하라. 사회적으로 논란이 거칠수록 성공한 마케팅이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성과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도 철저하게 마케팅에 사용한다. 여성도 상품을 사는 상품에 불과할 뿐이다. 광고가 소비자를 감시하는 시대다. 깎아내려야 이긴다. 비교 광고를 해라.

이 책은 저자가 문화일보에 1년간 연재하였던 칼럼 ‘지구촌광고'를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들은 미국의 실체를 보면서 무엇을 원해야 할까?

“어차피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도 불과 200년 전에는 약소국 이었다. 국가 내의 헤게모니의 변화와 함께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후발주자여서 불리한 면도 있지만,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선발주자의 시행착오와 성공전략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유리한 면도 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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