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장 자크 아노 감독, 잭 왈라스 외 출연 / SRE (새롬 엔터테인먼트)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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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때인 1990년에 내게 수학 과외 가르치시던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던 애들이랑 특별시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어느 극장-이름은 잊었다-에서 봤었다. 어제 2014.11.15 토요일 dvd로 다시 봤다.

다시 보니 새끼곰이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

 

큰 곰이 총을 쏴서 죽이려 했던 사냥꾼이 무방비상태가 돼서 죽을 수 있는데 안 죽인 건 <블레이드 러너>의 로이와 데커드를 떠오르게 한다.

 

1990년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주 수업에 오신 과외선생님이 우리 어머니께 영화에 대해 말씀하시며 '영화 처음에 큰 곰이랑 새끼곰이 같이 두 발로 서는 장면이 있고 끝 부분에 둘이 같이 서는 장면이 있어요. 끝 부분 장면 보니 새끼곰이 촬영하며 꽤 자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았는데 어제 다시 보니 과외선생님 기억이 틀렸다는 걸 알겠다.

 

영화 끝부분에 새끼곰이 두 발로 서는 장면 있고 새끼곰이 처음보다 많이 자란 것도 맞다. 다만 새끼곰 혼자 선다. 큰 곰이랑 같이 두 발로 서는 장면은 어렸을 때 장면 하나 뿐이다.

 

문득 1990년의 수학과외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하던 애들이 보고 싶다.

 

별점은 5점을 줘야 맞는데 4점만 준 건 dvd비율이 4:3이기 때문이다. 검색하니 새롬에서 나온 이 dvd 말고 다른 dvd도 나와 있는데 그건 오른왼쪽 안 잘리고 다 나오는지 궁금하다.

 

지금 읽는 책 제프리 밀러의 <연애>랑 <죽기 전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보니 <불을 찾아서>를 장 자끄 아노 감독의 대표작으로 소개하던데 그 영화도 언젠가 보고 싶다. 그 밖에 내가 본 아노 영화 또 뭐 있나 생각해 보니 <에너미 앳 더 게이트>가 있고 다른 동물 영화인 <형제>는 소문만 듣고 아직 안 봤다는 것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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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지 그래 - 남정욱이 청춘에게 전하는 지독한 현실 그 자체!
남정욱 지음 / 인벤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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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와 어제-2014.11.14금~15토-에 걸쳐 신림역 포도몰 반디루니스 책방에서 읽다.

 

저자 남정욱씨를 첨 알게 됐는데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이 분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처음에 책 제목을 봤을 때는 독설로 독자를 분발케 하는 자기계발서 가운데 하나-이런 책 가운데 가장 잘 팔린 책이 아마 김미경의 <언니의 독설>이겠다-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집어들어 목차를 훑고 머리말을 읽었다. 그랬다가 작가의 글솜씨와 자세에 빨려들어가서 다 읽게 됐다.

 

작가가 제 약점을 툭 털어놓는다. 초중고교 다닐 때 공부 못 했고 별 재주도 없었다고. 학벌도 나쁘다고 했다. 학벌 좋은 분들은 내 책 안 읽으셔도 된다고도 미리 머리말에서 밝힌다. 젊을 때보다 나아졌지만 지금 형편도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대단한 성취를 이룬 건 아니라고 밝힌다. 젊을 때는 괴로운 일이 많아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경기도에 집이 있고 42살에야 혼인하고 애가 둘 있다고. 어쩌면 애는 하나일 수도 있다. 지금 책을 내 옆에 두고 독후감 쓰는 게 아니라 확인해드릴 수 없는 거 양해 바란다. 대학교에서 글쓰기 가르치고 여기저기 글 써서 먹고 산다고.  젊을 때 작가처럼 가진 거 없는 사람들에게 최악을 면하는 길을 알려 주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힌다.

 

책의 나머지에서 그 길을 알려 주는 데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이 많았다. 특히 사례들이 작가가 몸소 겪거나 주위에서 본 것으로 채워져 현장감이 아주 높다. 설득력 있는 사례와 작가의 글솜씨와 알맞은 인용을 잘 골라 쓰는 작가의 박학다식에 읽으며 고개를 몇번씩이나 끄덕였다. 당근과 채찍을 알맞게 쓰는 작가의 솜씨는 퍽 훌륭하다. 먼저 갈수록 나빠지고 장기불황 덫에 걸린 경제상황을 직시하자고 채찍질을 한다. 다음에는 절망한 독자들에게 '요즘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많고 그 말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사실 학벌 좋고 부모 잘 만난 사람 말고 나머지에게는 옛날도 지금만큼 어려웠다'고 그래도 살 길은 있다고 당근도 주고 어려운 상황을 넘긴 이들의 현장감 넘치는사례를 알려준다.

 

작가가 독자의 신뢰를 얻는 솜씨도 세련됐다. 예를 들면 지난해인 2013년 여름 개봉했던 하정우 주연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인용하며 영화 속 테러리스트가 분노하게 되는 건 이해한다고 아마 이 책 쓸 때 대상 독자로 작가가 생각했을 절망에 빠져 폭력이라도 휘두르고 범죄라도 저지르고 싶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나서는 '그래도 테러는 답이 아니다. 성공해도 나한테 아무 잘못한 일 없는 이들까지 다치게 하고 나도 다친다'며 다른 길을 보여 준다.

 

여러분의 성공을 가로막는 사람으로 강신주와 김난도를 골라 비판하는 대목도 설득력 있다.

특히 강신주를 심하게 비판하는데 읽다 보니 작가 말이 맞다고 생각하게 됐다. 강신주 책-다상담 세 권과 다른 책 두어 권-을 읽으며 뭔가 모자라는 듯한 느낌을 나는 받았었는데 그걸 시원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작가에게 존경심과 고마움을 느꼈다. 강신주가 자본주의를 벗어나자고 여유를 갖고 살자고 말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비싼 강연료를 받고 강연하고 한 달에 한 권 꼴로 책 나오는 것에도 알 수 있듯 여유없게 빡빡하게 일에 치어 산다고 작가가 말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그래'란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작가의 김난도 비판은 퍽 순하다. 요점은 서울대 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인 조언이지만 돈,학벌,연줄 없는 여러분들에게는 별 도움 안 되니 여러분 현실에 맞는 다른 충고를 찾으라는 거였다.

 

그 밖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말들.

 

1)어느 자수성가한 기업가-이 분 이름이 정휘동씨였던 거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이 분이 세운 기업 이름도 모르겠다-가 사훈으로 '닥치는 대로 하라'인데 특히 학벌도 돈도 연줄도 없는 사람들은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2)실력 있어도 대인관계 나쁘면 회사생활 하기 힘들다며 작가 경험을 말해 주는데 작가는 고생 끝에 간신히 들어간 영화홍보사에서 일은 못 해도 인사성은 좋아서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를 잘 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인사성 바르고 실력도 좋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소문의 앞부분은 사실이지만 뒷부분은 전혀 아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도 그런 소문이 돈 뒤에는 일하기도 편해지고 다른 길도 열리는 걸 경험했다고 한다. 더불어 '인품 나쁘다고 소문났는데 실력 때문에 일자리 얻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극소수 천재들'이라며 아부,아첨까지 해선 안 되지만 슬기로울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3)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도 들을 만 하다. 작가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을 못 했는데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들 솜씨는 천차만별이라며 차라리 잘 하는 이들과 못 하는 이들을 나눠 가르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러면 열반 애들이 자존심 다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한 답도 명쾌하게 내 놓는다. 그런 일 잘 안 생기며 생기더라도 지금처럼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 듣는 것은 고문이며 알아들을 수 있는 기초를 가르치는 게 더 인간적이고 학습의욕을 돋구는 거라고.

 

4)공부의 중요성도 강요하고 공부가 재밌는 것이라고도 알려준다. 고비만 넘으면 재밌어지니 공부와 독서를 꼭 하라고 충고하며-작가는 공부랑 독서는 같은 거라고 본다- 공부와 독서로 삶을 바꾼 이들을 소개한다. 도서관에서 3년간 9000권을 읽고 삶이 바뀐 김병완 얘기도 나온다. 작가의 경험도 말해 주고 작가가 득을 본 독서법도 알려 준다. 실재 작가는 초중고 때 공부 못 한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박학다식하다. 폴 존슨의 역사책과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와 책, 바쇼의 하이쿠, 실베스터 스탤론 영화 <록키>, 그 밖에 기억은 안 나지만 작가가 인용한 많은 영화 및 책을 보면 작가가 꾸준한 독서 및 영화 관람으로 머리 속에 많은 지식을 쌓았다는 게 눈에 보인다. 책도 역사,문학,실용,심리학,경제경영으로 여러 분야다.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도 소개해 주고 또 그렇게 공부 잘 한 정약용도 우의정이 된 ???-이름을 잊었다-랑 사이가 나빠서 말년을 유배로 보냈다고 얘기하며 실력 만큼이나 대인관계에서 슬기롭게 사는 것의 중요성도 다시금 강조한다.

 

5)자연스럽다는 말이 사실 끔찍한 말이라고 하며 새끼를 수백 마리 낳지만 간신히 하나나 둘이 어른이 되는 게 자연이라고 한다. 사람도 이 자연 속에 사는 동물이며 사람이 겪는 괴로움 대부분은 우리가 동물인 걸 잊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작가 말하길 우리는 만물의 대장일 뿐 영장은 아니란다. 사람은 불평하는 동물인데 그럴 시간에 살 궁리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이런 작가의 말은 꽤나 혐오스럽고 극우적이며 사회적 다윈주의 및 히틀러의 인종주의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작가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내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게 이 작가의 글솜씨와 자세 및 마음씨다. 예를 들면 제목과 달리 작가는 남들에게 독설하는 걸 싫어한다고 밝히고 있고 내 생각에도 작가는 남에게 독설 잘 못 할 거 같다. 이 책에 담긴 독설도 결국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주장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내게 정말 도움 되는 책이었다. 작가가 소개한 다른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갔다. 예를 들면 김병완은 딱 한 권 읽었는데-어느 책이었는지는 잊었다- 그 책은 별 감흥 없어서 젖혀 둔 작가인데 이 책 때문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인벤션이란 출판사도 첨 만나는데 이 책 때문인지 출판사의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띠지에 나온 사진이 작가가 맞는지이다. 회색 띠지에 흑백으로 찍은 사진인데 책 속 작가 얼굴이랑은 다른 거 같다. 띠지 속 인물은 여자로 보이는데 대체 누구지?

 

덧붙여서-제목 '차라리 죽지 그래?'는 영화 <록키>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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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부지영 감독 / 기타 제작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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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의 다른 작품인 이 작품 감상문을 짤막하게 적어보렵니다.

 

몇 달 전 동네 디비디방에서 새 디비디 들이려고 옛 작품 팔 때 2500원에 샀는데요 주연배우 공효진,신민아만 보고 다른 거 모르는 채 사서 보고난 뒤 횡재했다는 느낌이 든 작품이죠.

모르던 부지영 감독님을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 2014-11-14 13:01 현재 기준으로 제가 유일하게 본 부감독님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 절 팬으로 만드셨죠.

 

영화는 엄마는 같지만 아버지는 다른 언니 공효진과 동생 신민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가족영화입니다.

언니랑 동생은 여러 모로 다른데요 언니는 고향 제주도에서 생선 팔고 사고쳐서 낳은 딸도 하나 있고요 성격도 괄괄합니다. 동생은 새침하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꽤 자리잡은 엘리튼데 촌스런 언니랑 많이 다르고 사이도 나쁩니다. 동생은 언니 뿐 아니라 엄마랑도 사이가 나빴던 걸로 보이네요.

 

엄마가 돌아가시자 장례 치르러 동생이 모처럼만에 고향으로 오고 아빠가 누군지를 몰랐던 동생은 이 기회에 아빠를 찾아 언니와 함께 길을 나서서 영화는 로드무비가 되는데요 여행 하면서 싸움도 하고 사고도 겪고 하면서 결국 동생은 아빠를 만나고 언니랑도 세상과도 화해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참 흐뭇하고 따스하게 그려집니다.

영화의 비밀은 꽤 충격적인데요 여러분들이 보고 확인하시도록 입을 다물랍니다.

다만 영화 퍽 좋아하고 나름 많이 봤다고 자부하는 저는 영화가 알려줄 때까지 짐작 못 하고 있다가 감탄했다는 것만 밝혀둡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겨울이지만 다 보고 나면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이 따스한 모성의 바다에 들어 치유받고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아주 훌륭한 영화니 못 보신 분들은 케이블 같은 데서 해 주면 꼭 보시기를.

 

요즘 들어 돈 없어서 영화도 극장 개봉 때는 거의 흘러 보내고 동네 도서관에 새 디비디 들어오기만 기다리거나 동네 디비디가게 중고처분만 노리는 접니다만 <카트>만큼은 극장에서 봐야 할 거 같은 의무감이 생기네요. 곧 보고 <카트> 감상문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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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2014-10-25 토요일 개막해서 2014-10-31 금요일 끝납니다.

가장 좋은 건 공짜라는 점!

 

롯데시네마와 CGV에서 하는데 모든 지점이 참여하는 건 아니고 몇몇 지점만 하는군요.

저는 어제 토요일 밤 늦게 제가 사는 데서 가까운 특별시 관악구 신림롯데시네마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안타깝게도 어제 했던 한일합작영화<굿바이 평양>과 북한영화<자매들>은

놓치고 말았습니다. 광고물을 보니 둘 다 재밌을 거 같은데 게다가 <자매들>은 북한영환데 몹시 안타깝군요.

 

대신 오늘 하는 <코리아>,<천리마축구단>,<디어 평양>과 2014-10-29 수요일 하는 <간큰가족>을 예약했어요. 이미 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전 넷 다 아직 못 본 작품들이라 행복하네요.

내일 하는 <고지전>과 2014-10-31금요일 하는 <국경의 남쪽>도 제가 아직 못 본 영화라 다른 약속만 없으면 보러 갈 텐데요.

제 블로그에 오시는 여러분들도 여건 되면 가 보세요.

 

cafe.naver.com/ewcai2014

www.facebook.com/ewcai1

 

에서 상영시간표와 참여지점을 아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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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4-10-2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제가 끝나면 총정리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통일대박 이야기도 나오지만 중요한 건 의식 통합, 공감이니까요.
기존에 드라마가 북한 주민에게 남한과의 유대를 만드는 매개가 되었으니
앞으로 영화도 큰 기여를 하리라 믿습니다.
 

서민 마태우스 님과 시비돌이 지승호 님을 처음으로 만나다.

물론 사진으로는 많이 봤지만 사람을 직접 본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아마 내가 몰라서 그렇지 관객 가운데 알라딘 서재 분들도 꽤 많이 오셨으리라 싶다.

 

관악도서관 5층 디지탈자료실에서 그제 수요일 새로 들어온 한재림 감독 관상을 본 뒤 1755에 길을 나섰다. 도서관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서울대앞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대역까지 가는데 불과 1킬로쯤 되는 14시쯤엔 3분이면 가는 그 길이 퇴근시간이라 막히니 한 13분은 걸린 듯하다. 서울대역에서 사당역 가서 갈아타고 혜화역으로. 지하철도 빈자리가 없어 내내 서서 갔다. 벙커1에 닿으니 1647쯤.

 

내가 벙커1 온 건 오늘이 세 번째다.

처음엔 한국일보 서화숙 기자 민낯의 시대 강연이었고-지난해 여름인가 가을이었지-다음이 생선장수 정한영 나쁜 동화책 출간기념회-지난해 11월쯤이었지-였다. 그 새 벙커1엔 달라진 게 둘 있었다. 하나는 나꼼수 넷이 유럽 중세 기사를 흉내내서 말탄 그림이 없어진 것이고 둘은 화장실 그림에 여,남이라는 한글 글자가 생긴 거다. 정한영 기념회 때 왔을 때만 해도 그림만 있었는데 그림이 우리가 흔히 보는 화장실 성별 표시 그림이 아녀서 헷갈리는 이들이 있었던 거 같다. 벙커1 화장실 그림을 여기 사진으로 올려 드리고 싶지만 내가 워낙 기계치라 그런 거 아직 모르ㄴ다. 흠, 디지탈 네안데르탈에서 벗어나긴 해야 하는데.

 

독특한 게 오늘은 주최측에서 출석 확인을 하는 거였다. 먼저 두 번은 참석자가 온다 해 놓고 암 말 없이 안 오면 잘못한 횟수만큼 다음 행사 때는 당첨돼도 못 오게 한다고 엄포를 놨었는데 정작 와 보니 출석확인 같은 거 없었다. 이번엔 있었다. 아마 인물과사상사가 쿨이랑 토담출판사보다는 인력 여유가 있나 보다. 아니면 더 회사문화가 더 꼼꼼하든가.

 

예정된 19시보다 15분쯤 늦게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회는 박알라딘이란 분이 맡으셨는데 알라딘 직원이시고 본명은 박??라고 말씀하셨는데 18시간 만에 난 이분 본명을 잊었다. 알라딘 관련 북콘서트에서 종종 사회를 보신단다. 사회자가 "혹시 저 아시는 분 계신가요?" 하니 관객 몇 분이 호응한 것으로 봐서 알라디너들이 꽤 많이 온 걸 알았다.

 

참 벙커1 바뀐 게 하나 또 있는데 직원 한 분이 영화 찍을 때 쓰는 딱 소리 나는 판을 들고 관객들 박수를 끌어내는 거였다. 나름 재밌는 문화다. 딱 소리 담당하신 잠자리 안경 쓰신 여자분도 나름 귀여웠고.

 

두 분 목소리 듣는 건 처음이었는데 지승호님 목소리는 내 예측이랑 비슷했고 서민님 목소리는 많이 달랐다. 서민님 목소리는 내 생각보다 훨씬 음역이 높았다. 이 얘기 저 얘기가 수다스럽게 펼쳐졌는데 지금 내 기억에 남는 것 몇 개만 추려 보자.

 

1.아버지한테 맞은 일들. 특히 서민님이 가장 최근에 맞은 게 언제냐고 물어서 지난 목요일이라고 하니까 잘못 한 것도 없는데 맞았다고 얘기하신 거랑 지승호님이 어린이날 창경원에서 아버지께 맞았다고 하신 건 이미 글로 아는 얘기긴 했지만 목소리로 들으니 다시 가슴아프고 참 우리나라 폭력문화가 대단했다는 걸 그리고 아직도 살아있다는 걸 실감케 했다. 대체 왜들 그러셨을까?

 

2.미라 얘기. 고대 이집트 말고도 미라는 세계 곳곳에 있다. 사막 날씨인 칠레-잠깐 페루였을지도 모른다-에서도 미라가 자주 나오고 우리나라도 공기 안 통하게 해 놓은 무덤에선 미라가 나온다. 옛날 미라들은 다 기생충이 있다. 오늘날 기생충이 거의 사라진 거랑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 미라를 연구하려면 미리미리 우리나라 모든 시골 동네 이장님들에게 연락을 해 둬야 한다. 그럼 무덤 이장하다 보존 상태가 좋은 미라를 보면 이장님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래도 실험 표본 체취는 어렵다. 조상 몸에 칼 대는 거 싫어하는 후손들도 많고 특히 후손이 양반 의식이 쎄면 더 피곤하다.

 

3.의료민영화에 의사들조차 대부분 반대한다는 것도 알았다. 의사들도 아프면 환자가 되기에 대부분 의사들은 민영화에 반대한단다.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홍준표가 경남도지사 또 된 건 아주 안타까운 일이다.

 

4.서민님은 공지영 소설가 팬이라 공지영 까는 사람들하고 글싸움과 말싸움을 자주 벌인다. 공지영 팬이 된 까닭은 작가의 바른 생각이랑 작가의 미모 때문이라고. 책 67쪽에도 같은 내용 있다.

 

5.기생충의 바른 자세는 조용히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숙주 몸 안에 살다 가는 건데 그런 자세를 가장 잘 하는 기생충이 광절열두조충이다. 책 128쪽에도 광절열두조충 얘기는 나온다. 얼마 전 어느 어린애는 광절열두조충 때문에 아팠지만 예외로 볼 수 있고 대부분 사람들에겐 반응이 없다. 광절열두조충 표본을 충북대 어느 교수님 -이름 까먹음-께 선물하니 그분이 정말 좋아하시더라.

 

6.똥 얻기도 힘들다. 90년대 초반에는 되게 협조적이었는데 신자유주의 때문인지 모두들 내 것을 부여잡고 안 내놓으려 한다.

 

7.배고픈 시대를 지났으니 배 속에 기생충 몇 마리 키우는 게 어떨까고 농으로 제안하셨다. 자동 다이어트 된다고.

 

8.외모 편견을 이제 극복 내지는 받아들임. 정말 못생겼더라는 말 들어도 이제 화 안 난다. 대전MBC 강연 뒤 누가 해당 방송 홈피에 '서민 정말 못생겼다'고 썼는데 담담했다. 아내분 미모는 베란다쇼 출연진들 모두가 감탄했다고. 

 

9.위암 걸린 뒤 금주하겠다고 아내분께 각서 쓰셨는데 그래 놓고 술 마시다 들켜서 죽을 뻔 하셨다고. 여기 이자리 와 계시는 어느 알라딘 서재분께 술 마시고 잘 들어갔냐는 문자가 왔는데 아내분께 들켜서 이 문자 보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거짓말로 둘러댄 얘기도 하셨다.

 

지승호님께 관객들이 물은 것들

1. 인터뷰이에게 늘 물으시는 게 있다면? 늘 묻는 게 아니면 가장 많이 물으시는 건? 이번 서민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거?

늘 묻는 건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요?'고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태님이 첫 아내분이랑 이혼할 때 겪으셨던 법정싸움 얘기라고. 특히 성 불구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마태님이 병원에서 사흘씩 검사받은 얘기.

 

2. 패션감각이 뛰어나신데 비결?

그런 말 첨 듣는다. 오늘 오렌지색 바지를 입고 와서 그런가?

 

3. 이번 인터뷰 어려운 거 없었느냐?

별로 없었다

 

4. 인터뷰집 보면 서민님께 잘생겼다고 말하는 장면이 세 군데쯤 되는데 진심인지 인터뷰 기술인지?

진심이다. 내가 남자라 그런지 다른 남자들 외모에 별 관심 없다.

 

5. 좋은 인터뷰어가 되려면?

흠,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인터뷰이가 지승호한테 말하면 왜곡되는 일 없다는 믿음을 준 게 가장 중요했던 거 같다. 자료조사 많이 해 가는 게 또 하나 까닭일 테고.

 

서민님께 관객들이 물은 것들

1. 우유 마셔도 되나요?

됩니다. 우유가 몸에 나쁘다는 건 특수한 경우고 대부분은 별 탈 없습니다. 다만 내가 그 특수한 경우인지는 알아야겠죠.

 

2.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5주년 기념집 '그가 그립다'에 글도 쓰셨는데 새누리당 지지자 일색인 의사 사회에서 정치 성향 때문에 왕따 되는 일은 없는지요?

동료들에게 술과 밥을 많이 사서 큰 문제는 없어요.

 

3. 다시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은?

책 많이 읽어야죠. 삶에서 가장 후회하는 게 책읽기를 너무 늦게 시작한 거라고.

 

4. 살다 크게 화났을 때를 혼인 전후로 하나씩 알려 주세요.

후에는 기억이 없고 전에 여동생 친구랑 사귄 적이 있는데 여동생이 그 친구가 숫처녀가 아니다고 가족들에게 고자질해서 찢어놓은 일. 그 일을 비롯 여러 일로 지금도 여동생이랑은 사이 나쁘다.

 

5. 삶의 전환점이 있다면?

전 삶의 전환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몇 개를 꼽자면 책을 만난 것도 그렇고 아내 만난 것도 그렇고 영화 연가시 개봉도 그렇다.

 

두 분 다에게 관객들이 물은 것

요새 유행하는 으ㄹㅣ 관련 얘기가 있으신지?

지 -  대학 친구 가운데 교련훈련에 결석한 다른 학생 대신 출석 부르고 제 몫이랑 결석한 학생 몫 예방주사 두 번 맞은 이가 기억난다. 전두환 때였던 그 때 교련훈련 빼먹으면 군대 끌려갔는데 친구 대신 주사 두 방 맞은 그 사람 대단했다. 꽤 독한 주사라 두 대 맞고 많이 괴로워하더라.

서 -  베란다쇼 pd. 난 보통 방송 하면 두세번 하고 잘리는데 베란다쇼는 pd 덕분에 종영 때까지 했다. 그 pd가 한 번 쓴 사람이랑은 왠만하면 끝까지 간다는데 요즘 세상에 참 드문 태도다.

 

나도 운좋게 몇 개 물었다.

1.지승호님 다음 영화감독 인터뷰집은 언제 나오나요?

영화를 좋아해서 언젠가 꼭 하리라고 생각은 먹고 있는데 앞선 감독 인터뷰 책들이 잘 팔리지 않아서 출판사에게 말하기 미안하다. 얼마 전 우연히 허진호 감독님 만났는데 난 안 하느냐고 물어오시더라.

2.서민님 기억에 남는 의학 드라마나 영화는? 연가시 포함해서요.

지금 막 머리에 떠오르는 게 없다. 의학 관련 책은 안 되겠느냐? 난 얼떨결에 드라마나 영화로 한정해 달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냥 책도 좋다고 할 걸 그랬음. 프리즌브레이크랑 닥터하우스를 볼 생각은 하고 있는데 짬이 안 난다고 말씀하시고-물론 엄밀히 말하면 프리즌브레이크는 의학드라마가 아닌데 예상못한 질문 받으면 누구나 그렇듯이 마태님이 살짝 당황하신 거 같았다-좀 더 생각하시더니 재밌는 영화는 아닌데 왠지 지금 기억나는 게 굿닥터란 영화 뿐이다. 잘 생긴 남자의사가 여자환자를 사랑해서 일부러 치료를 게을리하는 영화지.

3.지승호님 요새 블로그 하세요?

블로그는 안 하고 페이스북 한다. 블로그는 하다 보면 조울증이 있어서 우울한 어느 날 갑자기 지워없애게 된다.

 

이 밖에도 재밌는 얘기 참 많이 들었으나 피곤해서 이만 줄인다.

북콘서트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실수로 사당역에서 방배역 쪽으로 가는 열차 탔다.

난 낙성대역 쪽으로 가는 차 타야 하는데. 환승역에서 이런 실수한 거 생애 통틀어 그날이 세 번째인가 그렇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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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토요일부터 쓰던 건데 오랫만에 글 쓰려니 통 안 돼서 자꾸 고쳤다.

지금도 별 맘에 안 들지만 너무 늦어지는 거 같아 그냥 올린다.

 

140618수1324

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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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6-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부에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심술님 글 봤습니다. 생생한 북콘서트 후기, 감사드립니다. 심술님이 제게 질문을 하셨다니, 그분이 심술님이셨다니, 흠흠, 좀 더 잘해드릴 걸 그랬다 싶네요. 약간의 변명: 프리즌브레이크가 의학드라마가 아닌 건 저도 알고 있는데요, 원래 그거 정년퇴임 후에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재밌다고 난리를 치던데, 저는 보려면 첨부터 끝까지 다 봐야 직성이 풀려서요... 근데 생각해보니 질문이 의학드라마였으니, 헛소리에 속하긴 하네요 하하하. 지승호님 답변 그거 빵 터졌죠 정말...뒷풀이 가서 그 얘기 하면서 대단하다고 얘기들 했답니다. 그나저나 북콘서트 보러 오시는 일정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군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술 2014-06-22 09:50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두 분 덕분에 많이 즐거웠어요.
뭐 충분히 잘 해 주셨어요.
프리즌 브레이크 저도 이해합니다.
갑자기 엉뚱한 물음에 맞닥뜨리면 누구나 동문서답을 할 수 있죠. 저도 곧잘 그래요.
언젠가 기회 닿으면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