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지 그래 - 남정욱이 청춘에게 전하는 지독한 현실 그 자체!
남정욱 지음 / 인벤션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그제와 어제-2014.11.14금~15토-에 걸쳐 신림역 포도몰 반디루니스 책방에서 읽다.

 

저자 남정욱씨를 첨 알게 됐는데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이 분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처음에 책 제목을 봤을 때는 독설로 독자를 분발케 하는 자기계발서 가운데 하나-이런 책 가운데 가장 잘 팔린 책이 아마 김미경의 <언니의 독설>이겠다-거니 하고 별 생각 없이 집어들어 목차를 훑고 머리말을 읽었다. 그랬다가 작가의 글솜씨와 자세에 빨려들어가서 다 읽게 됐다.

 

작가가 제 약점을 툭 털어놓는다. 초중고교 다닐 때 공부 못 했고 별 재주도 없었다고. 학벌도 나쁘다고 했다. 학벌 좋은 분들은 내 책 안 읽으셔도 된다고도 미리 머리말에서 밝힌다. 젊을 때보다 나아졌지만 지금 형편도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대단한 성취를 이룬 건 아니라고 밝힌다. 젊을 때는 괴로운 일이 많아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경기도에 집이 있고 42살에야 혼인하고 애가 둘 있다고. 어쩌면 애는 하나일 수도 있다. 지금 책을 내 옆에 두고 독후감 쓰는 게 아니라 확인해드릴 수 없는 거 양해 바란다. 대학교에서 글쓰기 가르치고 여기저기 글 써서 먹고 산다고.  젊을 때 작가처럼 가진 거 없는 사람들에게 최악을 면하는 길을 알려 주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힌다.

 

책의 나머지에서 그 길을 알려 주는 데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이 많았다. 특히 사례들이 작가가 몸소 겪거나 주위에서 본 것으로 채워져 현장감이 아주 높다. 설득력 있는 사례와 작가의 글솜씨와 알맞은 인용을 잘 골라 쓰는 작가의 박학다식에 읽으며 고개를 몇번씩이나 끄덕였다. 당근과 채찍을 알맞게 쓰는 작가의 솜씨는 퍽 훌륭하다. 먼저 갈수록 나빠지고 장기불황 덫에 걸린 경제상황을 직시하자고 채찍질을 한다. 다음에는 절망한 독자들에게 '요즘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많고 그 말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사실 학벌 좋고 부모 잘 만난 사람 말고 나머지에게는 옛날도 지금만큼 어려웠다'고 그래도 살 길은 있다고 당근도 주고 어려운 상황을 넘긴 이들의 현장감 넘치는사례를 알려준다.

 

작가가 독자의 신뢰를 얻는 솜씨도 세련됐다. 예를 들면 지난해인 2013년 여름 개봉했던 하정우 주연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인용하며 영화 속 테러리스트가 분노하게 되는 건 이해한다고 아마 이 책 쓸 때 대상 독자로 작가가 생각했을 절망에 빠져 폭력이라도 휘두르고 범죄라도 저지르고 싶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나서는 '그래도 테러는 답이 아니다. 성공해도 나한테 아무 잘못한 일 없는 이들까지 다치게 하고 나도 다친다'며 다른 길을 보여 준다.

 

여러분의 성공을 가로막는 사람으로 강신주와 김난도를 골라 비판하는 대목도 설득력 있다.

특히 강신주를 심하게 비판하는데 읽다 보니 작가 말이 맞다고 생각하게 됐다. 강신주 책-다상담 세 권과 다른 책 두어 권-을 읽으며 뭔가 모자라는 듯한 느낌을 나는 받았었는데 그걸 시원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작가에게 존경심과 고마움을 느꼈다. 강신주가 자본주의를 벗어나자고 여유를 갖고 살자고 말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비싼 강연료를 받고 강연하고 한 달에 한 권 꼴로 책 나오는 것에도 알 수 있듯 여유없게 빡빡하게 일에 치어 산다고 작가가 말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그래'란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작가의 김난도 비판은 퍽 순하다. 요점은 서울대 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인 조언이지만 돈,학벌,연줄 없는 여러분들에게는 별 도움 안 되니 여러분 현실에 맞는 다른 충고를 찾으라는 거였다.

 

그 밖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말들.

 

1)어느 자수성가한 기업가-이 분 이름이 정휘동씨였던 거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이 분이 세운 기업 이름도 모르겠다-가 사훈으로 '닥치는 대로 하라'인데 특히 학벌도 돈도 연줄도 없는 사람들은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2)실력 있어도 대인관계 나쁘면 회사생활 하기 힘들다며 작가 경험을 말해 주는데 작가는 고생 끝에 간신히 들어간 영화홍보사에서 일은 못 해도 인사성은 좋아서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를 잘 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인사성 바르고 실력도 좋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소문의 앞부분은 사실이지만 뒷부분은 전혀 아니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도 그런 소문이 돈 뒤에는 일하기도 편해지고 다른 길도 열리는 걸 경험했다고 한다. 더불어 '인품 나쁘다고 소문났는데 실력 때문에 일자리 얻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극소수 천재들'이라며 아부,아첨까지 해선 안 되지만 슬기로울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3)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도 들을 만 하다. 작가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을 못 했는데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들 솜씨는 천차만별이라며 차라리 잘 하는 이들과 못 하는 이들을 나눠 가르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러면 열반 애들이 자존심 다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한 답도 명쾌하게 내 놓는다. 그런 일 잘 안 생기며 생기더라도 지금처럼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 듣는 것은 고문이며 알아들을 수 있는 기초를 가르치는 게 더 인간적이고 학습의욕을 돋구는 거라고.

 

4)공부의 중요성도 강요하고 공부가 재밌는 것이라고도 알려준다. 고비만 넘으면 재밌어지니 공부와 독서를 꼭 하라고 충고하며-작가는 공부랑 독서는 같은 거라고 본다- 공부와 독서로 삶을 바꾼 이들을 소개한다. 도서관에서 3년간 9000권을 읽고 삶이 바뀐 김병완 얘기도 나온다. 작가의 경험도 말해 주고 작가가 득을 본 독서법도 알려 준다. 실재 작가는 초중고 때 공부 못 한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박학다식하다. 폴 존슨의 역사책과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와 책, 바쇼의 하이쿠, 실베스터 스탤론 영화 <록키>, 그 밖에 기억은 안 나지만 작가가 인용한 많은 영화 및 책을 보면 작가가 꾸준한 독서 및 영화 관람으로 머리 속에 많은 지식을 쌓았다는 게 눈에 보인다. 책도 역사,문학,실용,심리학,경제경영으로 여러 분야다.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도 소개해 주고 또 그렇게 공부 잘 한 정약용도 우의정이 된 ???-이름을 잊었다-랑 사이가 나빠서 말년을 유배로 보냈다고 얘기하며 실력 만큼이나 대인관계에서 슬기롭게 사는 것의 중요성도 다시금 강조한다.

 

5)자연스럽다는 말이 사실 끔찍한 말이라고 하며 새끼를 수백 마리 낳지만 간신히 하나나 둘이 어른이 되는 게 자연이라고 한다. 사람도 이 자연 속에 사는 동물이며 사람이 겪는 괴로움 대부분은 우리가 동물인 걸 잊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작가 말하길 우리는 만물의 대장일 뿐 영장은 아니란다. 사람은 불평하는 동물인데 그럴 시간에 살 궁리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이런 작가의 말은 꽤나 혐오스럽고 극우적이며 사회적 다윈주의 및 히틀러의 인종주의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작가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내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게 이 작가의 글솜씨와 자세 및 마음씨다. 예를 들면 제목과 달리 작가는 남들에게 독설하는 걸 싫어한다고 밝히고 있고 내 생각에도 작가는 남에게 독설 잘 못 할 거 같다. 이 책에 담긴 독설도 결국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주장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내게 정말 도움 되는 책이었다. 작가가 소개한 다른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갔다. 예를 들면 김병완은 딱 한 권 읽었는데-어느 책이었는지는 잊었다- 그 책은 별 감흥 없어서 젖혀 둔 작가인데 이 책 때문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인벤션이란 출판사도 첨 만나는데 이 책 때문인지 출판사의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띠지에 나온 사진이 작가가 맞는지이다. 회색 띠지에 흑백으로 찍은 사진인데 책 속 작가 얼굴이랑은 다른 거 같다. 띠지 속 인물은 여자로 보이는데 대체 누구지?

 

덧붙여서-제목 '차라리 죽지 그래?'는 영화 <록키>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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