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서 아이가 글자를 잘 읽게 되고, 혼자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면,  

우리는 물병이 놓인 식탁에 앉아, 아이는 사과를 먹으면서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마주 보고 앉아 각자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날은 그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은 아닐게다.  

나도 아이가 잘 읽고 쓰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나도 그 때 뭔가 읽고 생각할 거리가 남아있어야 하며,  

평화로운 시절이 이어지도록 매일 , 오늘 하루만 산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꿈을 꾼다.  

그런 날이 오도록. 꼭 오도록. 이 지옥을 같이 건너겠다고. 아이를 업고 건너겠다고.  

용암이 들끓는 지옥을 건너고 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건너지 말고 아이를 업고 건너야겠다.  

이 위태로운 통나무 다리에서 타 죽을 수도 있다. 앞만 보고 발걸음만 조심할 것. 등에 업은 아이의 중심을 잡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지옥을 건너는 법.  

일단, 건너면 된다. 그 다음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도록 하자.  

2009.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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