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과학이 숨쉰다
장순근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책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책 표지를 보면 그 책의 정체를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것들을 간과한다. 이 책은 지질학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기분 좋은 지질학 토크 정도이다. 머리말에 저자가 적었듯이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발간하는 광업진흥과 학회지에 발표했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볍게 읽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지질학 전반에 대한 기초상식을 얻는다거나, 지질학 입문서는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렇게 그동안 여기저기 적혔던 글들을 모아서 묶어낸 책은 두서없이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이 그렇다. 지질학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거나 책을 통해 지질학의 긴 줄기를 찾아내려고 했던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책은 1장, 지형에 대한 이야기, 2장 화강암과 흑운모와 석영, 3장 광상과 광석 4장에서는 귀금속과 쓸모있는 금속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부분까지는 지질학의 기초과학적 사실이긴 한데, 그 부분이 매우 편협하다. 5장은 갑작스레 지질답사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오고 6장은 소금과 암염에 대한 이야기, 7장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실러캔스라는 물고기를 발견한 이야기가 나온다. 8장에서는 화석에 대한 이야기 9장과 10장은 극지방에 대한 이야기 11장과 12장은 지질학의 기본 법칙들, 지질학을 공부하는 자세, 20세기 지질과학의 발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혹하게 말하면 책의 내용은 거의 난립의 수준이다. 책을 위해 조금 더 내용을 보강했거나, 아니면 일반독자들을 위한 내용만 간추렸으면 훨씬 더 모양새 좋은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어떤 내용은 지질학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고 어떤 내용은 지질학 전공자들을 위한 글 같고 어떤 글들은 일반독자를 위한 글들이다. 아쉽게도 전문용어에 대한 주석조차 없다. 저자는 유려한 문체를 가진 사람은 아니나,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에 대해서 그 출처를 꼭 명기하고 그 이야기를 해 준 지인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시한 부분도, 다정하게는 느껴지지만 책이라는 매체에는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지질학이라는 낯선 분야에 대한 책을 읽게 되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중심생각이 없는 잡다한 글들을 마구 쑤셔넣어 먹어버린 기분이 들어 그닥 유쾌하지는 않았다.



2007.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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