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경제학 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오딧세이 1
황유뉴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 뒤로 법학, 철학, 고대국가, 선, 건축, 고고학, 예수, 불교, 보물, 영화, 문학 편이 있는데 현재는 경제학, 법학, 철학, 고대국가까지 출간된 듯 하고, 흥미롭게도 모두 저자가 중국인이다. 중국검색사이트에서 經濟學的故事를 검색해보니 시리즈물로 나온 것 같지는 않은데 중국에서도 적지 않게 팔린 책인 듯 하다. 중국서적이나 중국어로 된 글들의 특징을 얘기하자면 중국 특유의 논리적인 화법이 있는데, 정의를 내리는 데 무척 명료하며, 1, 2, 3, 등 순서를 매겨 기술하는 것들이다. 이 책도 역시 중국인 학자가 쓴 티가 많이 나는 책임은 틀림없다. 그걸 뭐 어쩌겠는가, 중국 학자가 쓴 책이니 당연하기도 하겠지. 책을 펼쳐들면서 중국학자의 글이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형평성이 어긋나거나 혹은 공산주의식 경제론을 강렬하게 펼칠까봐 우려를 했으나, 나의 짧은 경제학 상식으로 봤을 때는 그다지 공산주의적 냄새가 많이 풍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국의 현재의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분위기는 세심하게 살펴보면 조금씩은 느낄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그 어느 이론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고 그 어떤 사회에서도 시도되지 않았으며, 오로지 현재 중국이라는 국가에서만 가능한 아주 특별한 정책이기 때문에 모든 학자들이 그 정책을 지지 하지 않고서야 살아남기도 힘들겠고 그러한 학자들의 지지가 국가의 존폐여부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므로, 그에 대한 비판은 삼가하도록 하겠다. (중국에서 보낸 시간 내내 나는 이 나라가 언제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아무튼.)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진지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고등학생의 경제학 교과서로 대학신입생들이 교재로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경제학의 발생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들의 나열과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저서에 대한 설명은 경제학 입문서로 적합하다. 컬러로 인쇄되어 있고 (중국에서도 컬러로 출판되었다 한다), 한 꼭지씩 나누어져 있으며 중간에 삽입된 경제학의 지식들과 소개된 이론과 학자들의 저서들에 대한 작은 팁들도 매우 유용하다. 초반에는 조금 생각할 만한 글들이 전개되다가 중반을 지나면서 책의 흐름에 마구 조정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그게 작가의 역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자의 집중력의 한계일 수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줄을 쳐가며 읽었고 꼭 기억하고 싶어 두 번씩 읽은 부분도 있다. 서양중심의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은 경제에 대한 책이 아니라 경제학에 대한 책임을 주지해야한다) 동양, 그것도 오랫동안 공산주의노선을 유지했던 국가에서 살아남은 학자가 썼다는 것은 그 의의가 남다르다. 반정부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던 학자들은 중국 본토에 남아있지 않으나 이 사람은 매우 친정부적인 성향을 띤 것으로 보인다. (해군공정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것과 덩샤오핑 이론에 대한 연구로 수상을 했던 경력등) 그런 학자가 말해주는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는 은밀하게 중국의 정책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음을 옹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 흥미롭겠지만, 뭐 꼭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다른 경제학 입문서들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조금 독특한 입문서 한 권 더 갖춰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들었던 코카콜라 광고를 영화 중간에 아무도 모르게 삽입했더니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찾더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세뇌당하고 왔던 그 나라의 유령들이 다시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맨 마지막에 들어있는 에피소드는 감동적이긴 했지만 책의 마무리로서는 좀 어이없지 않는가 싶겠지만, 그게 중국식 기술법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절감해야 했다. 이 책은 저자의 입김이 무척이나 강렬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저자에 대한 소개나 저자가 쓴 머리말들이 없는 것도 조금 아쉬운 점이었다.



+출판사에서는 시리즈로 묶어내는 책인지라 그 첫권을 북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왜 하필이면 여태 출간된 그 시리즈물의 모든 책들이 다 중국학자들의 책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판권의 경제성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셨었는지..

200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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