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 중에 여성의 일곱가지 콤플렉스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은 내가 여성학이라는 관점과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대략 알 수 있게 해 준 최초의 여성성에 대한 서적이었다. 이 책은 그 책을 아직 잊지 못하는 내가 다시 한 번 숨어있는 여성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싶어 택한 책이라 하겠다. 여성성만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혹 여성성에 대해서만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양성인데, 남성의 경우 무의식 내에 존재 하는 여성성을 아니마(anima)라고 하고 여성의 경우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남성성을 아니무스(animus)라고 한다. 이러한 내면의 이성성은 내면의 감정, 느낌, 혹은 감각과 열정, 무드, 직관력에 포함된다고 한다. 이러한 내면성을 이 책에서 저자 고혜경은 수많은 꿈들과전래동화들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녀가 이야기 해주는 전래동화는 심청, 콩쥐팥쥐, 해님달님, 나무꾼과 선녀, 공주와 바보 이반, 연이와 버들소년, 머리 아홉 달린 거인 등, 한국의 전래동화(민담) 다섯가지와 서양의 전래민담 2개를 가지고 계모와 처녀성, 어머니의 모습, 할머니의 상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봤다. 흑설공주 이야기를 읽고 난 뒤, 선녀는 죽었다 깨나도 선남이 될 수 없는 나무꾼을 견디지 못해 떠났을 것이며, 이몽룡은 한양에 본처를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따위 말이다. 이러한 나의 시나리오는 그저 엉뚱한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실례와 꿈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친절한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런 이유로, 자기의 정체성과 여성성, 자주 꾸는 알 수 없는 꿈에 대해서 궁금했던 사람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라 하겠다. 아버지를 향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의 상황은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심청의 이라는 성씨는 인당수와 같은 암흑의 인생을 상징하기도 하며, 자식을 보듬고 보듬던 해님달님의 어머니는 결국 호랑이를 아이들에게로 인도하는 아이러니에 빠지며, 과거를 잊지 못하던 나무꾼과 선녀는 더 이상 결혼생활을 영유할 수 없어 파경을 맞은 것이며, 계모가 어린 계집아이가 가진 생명력을 질투하는 일부 여성의 원형이라는 것까지 흥미진진한 해설들과 중간 중간 곁들여지는 심리학 적 꿈해몽이 아주 일품이다.

신화학 박사이자 꿈 분석가인 고혜경씨는 신화로 읽는 여성성과 신화로 읽는 남성성이라는 책을 번역했는데, 그녀의 꿈이야기와 신화이야기 속으로 다시 한 번 들어가 내 자신의 내면을 캐내어 보고 싶은 저자를 만났다.



2007.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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