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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0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기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정말로 짧게 살다 간 이 남자, 애드가 앨렌 포우.
그의 이야기가 세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것을 더이상 말하여 무엇하리.
그러나 나는 그의 소설을 이제서야 처음 읽어보았다는 것. -0-
그 이유는 공포였다. 나는 세계문학을 처음으로 접하던 시절에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았고 공포나 괴기스러운 분위기는 질색을 했다. 왜 그랬을까..아마도 요즘까지도 끊임없이 가위눌림과 악몽등에 종종 잠을 깨곤 하는 버릇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이 흉흉해지고 엽기가 판을 치면서 이제 에지간한 피칠갑에는 놀라지도 않게 된 공포와 괴기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나 할까. 공포영화를 보고 난 뒤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자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자게 된 것은 생활이 피곤해서인지, 대담해져서인지, 내 자신이 그 어떤 엽기영화보다도 더 엽기스럽게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제는 포우의 소설 정도는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지 않는가 싶었다.
검은 고양이외 포우의 단편선은 어려가지 번역본이 있는데, 내가 왜 이 번역본을 골랐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마 .. 가장 쌌던 모양이다. 우울과 몽상이라는 하늘 연못에서 나온 버전은 포우의 더 많은 단편들을 만날 수 있고 내가 읽은 이 판본은 정말 엑기스 단편만 쏙쏙 뽑아낸 것이다.
다시 시작한 공부 때문에 검은 고양이를 읽어야만 해서 단시간내에 읽을 수 있는 판본을 고른 것일 뿐, 다른 분들은 서점에 가서 넉넉히 살펴본 후 가장 맘에 드는 것으로 고르시면 될 듯.
여기 실린 단편들은 검은 고양이,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황금벌레, 어셔 가의 몰락, 아몬틸라도의 술통, 붉은 죽음의 가면극, 고자쟁이 심장, 도둑맞은 편지인데, 중요한 것은, 정.말. 재.미.있.다. 는 것.
명작이 멀게 느껴지지만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여기 나오는 뒤팽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질 것이다. 나도 책을 덮자마자, 포우의 모든 단편선을 읽어버릴테다. 라는 야심찬 꿈을 꾸었으니까. 그가 썼다고 믿기지 않는 애너벨리. 까지도 말이다.
ps. 포우는 겨우 40여년을 살면서도 음주, 도박, 아편, 방탕, 정신분열증, 빈곤 등을 대명사로 가지고 다닌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 이 명작들을 보자면, 어쩌면 그는 살만큼 다 살고 간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120년 정도 산다고 해서 음주, 도박, 아편, 방탕, 정신분열증, 빈곤, 문학, 창작까지 다 하고 살겠는가.
2007.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