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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워싱턴 어빙 지음, 박경서 옮김 / 문학수첩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워싱턴 어빙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작가다.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지만, 대표되는 소설이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고, 또 그럴만 하기 때문에 (매우 미국적인 정서라고나 할까) 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업작가의 길을 걸은 최초의 미국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적은 일종의 기행문 형식의 에세이 스케치북은 미국이 낳은 최초의 문인으로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 일반독자에게 알려줘야 할 것은, 그의 소설이 영화 “슬리피 할로우”의 원작이라는 것. 그의 원작 소설은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 목없는 기사의 유령 이고, 영화는 장편이었지만 그의 소설은 단편이었다. 그리고 소설이 원작이라기 보다는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와 소설은 매우 다르다.
이 책에는 워싱턴 어빙의 소설 두 편 : 립 밴 윙클 – 잠에서 깬 한 사내의 꿈 같은 이야기 와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 목없는 기사의 유령 과 스케치북에 실렸던 수필들이 실려있다. 미국 최초의 전업작가 워싱턴 어빙은 여행을 했던 영국의 런던과 그 교외의 모습들을 스케치하듯 그려냈다.
이런 수필들은 작가의 성품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우 작가에게는 치명적 약점이 드러나는 종류의 글이기도 한데, 워싱턴 어빙은 미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 젊은 작가이지만, 영국과 유럽의 고풍스러운 멋과 역사, 전통을 동경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추구하는 고즈넉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전원생활들과 소박한 서민들의 생활이, 런던이 얼마나 커다란 도시인지, 얼마나 발전한 나라인가 하는 등의 겉핥기 식의 이야기가 아닌 진솔한 이야기들을 유려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가족들이 모이는 크리스마스 풍경, 유약한 아내가 남편의 진정한 힘이 되어주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 젊은 나이에 죽은 소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등등 정말 낭만주의가 무엇인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위에 기술한 두 편의 소설은 특이하게도 후기가 실려있는데, 작가의 후기가 아닌 그 소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누군가가 구두로 알려왔다는 듯한 분위기가 풍기는 별첨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독자도 그 후기까지 읽고 나면 갸우뚱 하게 되는 것인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재구성하였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가 영화 슬리피 할로우에서 봤던 것과 같은 팀버튼의 몽환적이고 기괴한 스타일의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말하자면, 그의 두 편의 소설은 팀버튼의 냄새가 많이 나고 그의 나머지 소설들은 엠마톰슨이나 젊은 휴그랜트가 흰색 타이즈를 입고 잔디밭에 양산쓰고 누워있는 그림 같다고나 할까.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한다.
2007.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