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때 우리 문학선생님은 안모모씨라는 소설가였다.

그가 쓴 소설들은 매우 맘에 들었지만, 작품수가 많지 않았고 그리고 인기작가는 되지 못했다. 그의 소설은 그저 괜찮은 소설로 문학계에서 구석자리 한 군데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듯 했다.후에 학교를 그만두고 그의 모교에 강사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좋은 소설가가 되어주길 기원한 적도 있었다. 나는 이문구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늘 그가 생각났다.한 두번 술에 취한 채 수업에 들어오기도 했고 매우 재미나고 엉뚱한 행동을 잘 하기도 했던 그 선생님은 대회란 대회에선 모두 상을 휩쓸던 우리 학교의 잘나가는 문예부를 이끌고 있었는데, 그 중 그의 총애를 받던 한 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문구"라고 대답을 했다 하며 역시 싹수가 있는 학생이라고 극찬을 했던 것이다.

나는 그 때 무얼 읽고 있었나. 수능필독한국소설따위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문학수업시간은 늘 한 사람이 소설을 강독하고 아이들은 완전히 듣기 능력으로만 그 소설들의 줄거리를 정리하고 평론을 쓰는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어떻게 하면 동백꽃이나 봄봄을 맛깔나게 읽을 수 있을까를 고심했던 고정 강독자였다. 그의 칭찬을 받던 아이가 좋아하던 이문구라는 소설가는 "관촌수필"이라는 소설을 썼다는 것만 알았지, 그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읽으려는 시도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나 작년 가을 서점에서 우발적으로 이 책을 샀다. 사고 나서도 책장에 오래도록 꽂아두었다.

 

관촌수필은 뼈대있는 집안 출신 이문구 작가자신의 고향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작가가 직접 밝혔듯이, 실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그의 유년시절을 만들어준 관촌이라는 그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조금 더 신경써서 잘 써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77년도에 발표된 이 작품을 30년만에 읽는 느낌은, 물론 옛날 소설이 맞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만한 글재주를 가진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의 글재주는 투박하고 과장되지 않은 묘사에 있고 향토적 색채가 가득한 사투리의 현란한 구사에 있다. 충청도 사투리에 거친 입담, 그들의 상욕까지 모든 것은 문학적 꽃으로 피어날 만큼, 정말 아름다운 묘사들을 이룬다. 왜간장에 찍어 청국장에 찍어죽일 놈이라니, 아, 이다지도 현란한 욕을 나는 우리 모친 이외에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한국말의 상말에 대해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의 욕설만이 비유와 묘사, 기지넘치는 해학이 가득한 표현의 정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듣던 똥물에 튀길, 개가 차갈, 거지가 물어갈, 등등..의 묘사가 바로 여기 이문구의 소설속에 더 멋진 해학스러운 욕설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있고, 지루한 듯하게 빽빽한 묘사속에 중심되는 진짜 재미난 이야기들이 큰 맥을 갖추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연작소설인지라 일락서산, 화무십일, 녹수청산, 공산토월, 관산추정, 여요주서, 월곡후야등 몇 편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어서 하루에 한 편씩 천천히 곱씹으며 줄 쳐가며 읽으면 더 값어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그 소설의 여운은, 신림 6동 시장앞에 소반을 내놓고 파는 장사치를 보고 어디선가 소반사려를 외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솔이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는 것으로 다시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학계, 바로 지금 이 시점 2007년도에 이렇게 살아숨쉬는 한국어를 묘사할 수 있는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하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적으로 큰 스승으로 모셔야 할 소설이 아닐까 한다.

 

2007.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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