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미셀러니 사전 -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셀러니 Miscellany / 경수필  이 책의 원제는 A Shite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이다. 거의 모든 것의 개똥같은 역사라니.. SHITE 라는 단어는 똥이라는 속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다. 책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경수필이 이런 형태였는가? 하고 의심을 할 정도로 매우 간략하며 정확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적혀있다. 책의 초반부에는 마치 상식을 나열한 상식백과사전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일 수도 있지만 뒤로 갈 수록 저자의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그에 대한 패러독스, 그리고 위트등을 느낄 수 있다.

 

제목은 매우 애매모호하게 어떻게 보면 역사서치고는 너무 경박하거나 무책임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의 자연사 / 거의 모든 것의 문화사 / 거의 모든 것의 생활사 / 거의 모든 것의 과학사 라고 네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자연사에는 홍수, 태풍, 남극과 북극 등 간단한 명제들과 그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해석, 예를 들어 진화론 : 과학의 진보 혹은 지적 사기? 이런 표제어들과 작은 사이즈의 책의 한 두 페이지에 걸쳐 그 표제어에 대한 상식과 사실들, 그리고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적어두었다.

 

이 책은 책 날개에 적혀있는 인상깊은 해설이 책의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아파트 난방 장치가 고장난 어느 겨울 날 추위를 잊는 방법으로는 좀 엉뚱하게도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편린들을 위트와 풍자를 곁들여가며 노트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빅뱅과 창세기에서 시작해 대륙이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을 거쳐 우주팽창설에 이르기까지 130억 7000만 년에 이르는 초인류사를 '거의' 빠짐없이 기록한 그의 집필은 난방 장치가 필요없게 된 초여름이 지나서야 비로소 끝을 맺었다."

 

그러니까, 나이가 지긋하신 한 역사학자가 손주를 앉혀놓고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는 식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롭게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책이 이렇게 많은 장으로 나뉘어 있으면 읽는 사람은 부담이 덜하게 마련이다. 책의 사이즈 역시 손에 딱 들어오는 작은 판형인지라 가방에 넣고 들고 다니기도 좋고 화장실에서 읽기도 좋다. 역사에 대해서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혹은 그게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너무 가볍다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나도 초반에는 이게 무슨 퀴즈대회 대비용 상식사전인가 싶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어떠한 사실에 대해서 위트와 풍자를 곁들일 수 있다는 것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할 수도 없는 일이며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역사밖 이야기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우리가 배우고 익혀온 역사적 진실들에 대해서 진정한 "역사적 철학"의 자세로 되새기게 한다.

 

어찌보면 상식의 나열이기도 하고 계속해서 사실들이 열거 되기 때문에 독서중 타성에 빠져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기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화장실에 꽂아놓고 틈나는 대로 다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한 사람이 읽어주고 모두들 흥미롭게 들을 수도 있을 법한, 대중성과 보편성을 지닌 재미난 책이다.

 

200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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