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되면서 교복가격에 대한 논란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매년 이 맘때쯤 교복가격이 문제가 된다, 는 설들만 난무할 뿐, 교복의 가격은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교복가격이 문제가 되면서 모 업체에서는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공지사항까지 올렸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대기업 교복업체에서 저소득층 가정 자녀에게 교복을 지원해 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현재 서울/경기도 일대 중/고등학교의 브랜드 교복가격은 약 30만원대 이상에 달한다. 이 가격은 동복만의 가격이다. 블라우스 + 치마/바지 + 조끼 + 자켓을 포함한 가격이고, 여기에 정해진 지정 코트를 구입하게 되면 15만원 정도가 더 추가된다. 블라우스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기업 브랜드 교복의 경우 장당 2-3만원에 이르고 이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지마켓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만원대의 블라우스를 별도 구입하게 된다. 여기에 하복의 경우 약 10만원대에 이르고 체육복은 각 학교별로 3-5만원가량 일괄구매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에서 학생증을 달게 되어 있는 학교는 예외지만 학생의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교복에 부착하게 되어 있는 학교도 있는데 이런 경우 명찰을 약 1천원-3천원 대에 추가구매하도록 되어 있는데, 명찰은 동복 자켓과 하복 자켓, 체육복 상의에 필수부착하게 되어 있는 학교도 있다. 

 물론, 공동구매라는 대체 수단도 있다. 공동구매의 경우 15만원 선에서 동복세트를 구입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15만원에 체육복 추가 비용, 그리고 하복까지 생각한다면 이 역시 만만한 비용은 아니다. 

 대부분의 교복 가격 논란자들은 대기업의 마케팅 정책과 거기에 물색없이 따라다니는 10대 소비자를 비난한다.

브랜드 교복의 경우 10대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내세워 교복광고를 하고 있는데, 2009년 신학기를 겨냥한 브랜드 교복의 광고 모델들은 다음과 같다.

 

아이비클럽 - 원더걸스 & 김연아 & 슈퍼주니어
엘리트 교복 - 2PM & 소녀시대
스쿨룩스 - 빅뱅 & 다비치
스마트 교복 - 샤이니

 





 
이 중 일부 모델들은 2008년 모델과 겹치는 경우가 있고 한 그룹의 일부 멤버들이 주력 모델로 선발되기도 한다. TV 광고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도 CF나 모델들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브랜드 교복의 마케팅 전략은 단순하게 모델의 기용 때문은 아니다. 실제 이들 모델들이 입고 나오는 교복은 대한민국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교복의 디자인이다. (하얀 치마 교복이 가당키나 하나 / 아니면 저 짧은 길이의 치마가 가능한가)

 
브랜드 교복은 단순하게 모델이 입었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브랜드 교복을 선호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10대들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요즘의 10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오해는 브랜드 교복이 스타들이 광고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아이들이 따라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10대들은 단순히 스타가 입기 때문에 그 브랜드의 교복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요즘 10대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실리적이고 영리하다. 그들이 브랜드 교복을 찾는 이유는 디자인의 차별화, 원단과 기능의 우수성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그정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것이 젊은 이들의 사고방식이다. 

 공동구매로 사게 되는 교복은 학교측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그대로 만들어 낸다. 펑퍼짐한 치마, 넉넉한 품등,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 주는 넉넉한 형태, 몸매를 전혀 살리지 않는 - 쉽게 말해 어벙벙한 스타일이 된다. 특히 1학년의 경우 3학년때까지 입기 위해서 엄마들은 두 치수 정도 크게 입히기를 원한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보기에도 커다란 교복을 입고 옷속에서 아이가 헤매는 것처럼 보이는 1학년 학생들을 보면 -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물론 그런 모습이 귀엽게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어린이같은 귀여움이 아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초등학교 때 허리띠를 착용할 수 없는 고무줄 형태의 하의와 티셔츠를 입다가 정식으로 옷다운 옷을 만나는 첫 경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여학생의 경우 5-6학년 쯤 되면 브래지어 착용이 필요할 정도로 요즘 아이들의 성장속도는 무섭다. 버스 기사분들이 초등학생이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성인인 줄 착각하고 왜 요금을 반만 내느냐고 따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아이들도 있다.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 그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몇 학년인지 명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몸매가 잡혀가는 상태로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 (특히 여학생들)은 이제 제 몸이 성인의 형태를 갖춰간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춘기 아이들은 외모가꾸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인지하고 또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단계에 있다. 아이들이 멋을 부리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학습해 가는 과정이다. 내가 가진 이미지와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무엇이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확인하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아이들의 외모 가꾸기이다. 이 중 교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하루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바쁜 스케줄로 학교가 끝나자 마자 바로 학원으로 직행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원이라는 곳은 아이들이 각자의 교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또다른 경연장이 된다. 어느 학교 교복이 예쁘고, 어느 학교 교복은 촌스러운가를 확인하고 그 촌스러운 디자인도 멋지게 소화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나도 남보기에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브랜드 교복은 여기서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적당하게 살린 라인과 소매와 밑단 끝에 숨어있는 여유분이 성장을 하더라도 고쳐서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다. 교복대리점을 하는 분들은 아이들이 특별히 살이 찌지 않는 이상, 팔다리가 길어지지 몸통이 커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남학생의 경우 고등학생이나 되어야 본격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이 때는 자켓이 넉넉해야 하지만, 여학생들이나 중학교 남학생의 경우 특별히 살이 찌지 않는 이상 팔과 다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그 때에 맞춰서 피트한 형태의 교복을 입고 자라게 되면 또 늘려서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브랜드 교복의 영리한 디자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동구매와 브랜드 교복은 원단의 차이가 있어서 브랜드 교복의 경우 자켓 하나만 입어도 방한이 된다고 설명한다. 공동구매 교복과 브랜드 교복을 모두 구매해 본 학부형의 입장에서 이 부분은 맞는 것 같았다. 공동 구매 교복 자켓보다, 브랜드 교복의 자켓이 훨씬 더  따뜻하다는 것이다. 또한 브랜드 교복은 매년 안감을 다르게 설계한다. 아이들은 휘날리는 자켓 속의 안감을 보고도 몇 학년인지 파악한다. 만약 전학생의 경우는 08년도에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09년도 신입생 교복을 입게 될 경우 친구들과의 동질감 형성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기성세대의 눈에서는 그게 뭐 대수라고 할 수 있지만, 기성세대는 정확하게 자신의 어릴 때 모습을 상기 해 볼 필요가 있다. 친구들과 유난히 다른 나의 모습이 그렇게 자신감 넘쳤는가? 아니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차별화 되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모순적으로 어느 정도의 동질감 형성과 그룹을 형성하길 원한다. 그게 10대의 마인드이다. 

 공동구매 교복을 구매해 세탁소와 수선집을 거쳐 브랜드 교복처럼 수선을 한다고 하더라도, 안감까지 바꿀 수는 없다. 또한 애초에 설계된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수선에도 한계가 있다. 눈썰미가 발전하는 나이 - 10대들은 브랜드 교복과 공동구매 교복을 철저하게 구별할 수 있다. 

 브랜드 교복의 가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동구매 교복이 디자인을 중시하는 10대들의 선택에서 밀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교복가격의 문제를 단순히 브랜드 교복의 과도한 마케팅 전략과 학생들의 맹목적인 따라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자인과 실용적 측면에서 공동구매 교복은 분명히 브랜드 교복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주먹구구식이 될 수 있겠지만, 교복가격을 통일화 시키려면 모든 브랜드 교복과 공동구매 교복의 차이점을 없애야 한다. 원단의 선택은 업체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학교측에서 지정한 정확한 디자인을 절대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하거나, 안감까지 통일시키거나, 브랜드 교복의 디자인적 잇점까지 끌어와 정확하게 학교에서 디자인을 하고 그 지침을 각 교복제작업체에 내려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각 교복업체는 디자인을 절대적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법제화 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교복변형을 절대 금하도록 교칙을 확고히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브랜드 교복업체는 공동구매 업체를 뛰어넘을 방법이 오직 광고와 원단밖에 없어지고,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광고 모델에게 지불하는 모델료를 대폭 삭감할 수 있을 것이고, 과대 광고 역시 줄어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우격다짐식 대안은 교복이라는 제도 자체가 파시즘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개성이 없기를 강요받는 통일된 유니폼을 강제적으로 입히게 하고 그 안에서 변형을 추구하는 아이들의 의도까지 막지 못하는 이상, 교복가격의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교복자율화를 거쳐 다시 각 학교마다 교복을 입힌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나는 부활한 교복이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주기 위한 순수한 의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탈선을 막고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혹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위해서, 여러가지 이유가 복잡적으로 작용하여 생겨난 것이 교복시장이 아닌가. 

 학생들은 학교 배정 역시 자유롭지 못하고, 그 학교에 들어가 원하지도 않는 교복을 입기를 강요받는다. 학생들 중엔 저 학교의 교복이 더 예쁘니까 그 학교로 배정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본인이 입겠다고 동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교복의 파시즘에 자본주의가 결탁했다. 교복가격이 불안정하고 이 방대한 시장에 여러 경쟁자가 출현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을 한 업체들 중 승리한 자들이 가격을 주도할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이다. 아이들은 교복의 차이가 가정형편의 경제적 형편의 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혹은 부모님의 완고함의 차이이거나, 자신이 가정에서 존중받는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까지 확대해석 하기도 한다. 

 처음 중학교에 진학한 딸아이에게 공동구매 교복을 당연하게 강요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입고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학교에서 자신의 교복이 다른 아이들의 교복과 기능성과 디자인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지한 아이는 교복 수선을 반복했다. 보다 못해 브랜드 교복에서 자켓을 하나 구입해 주었는데, 아침에 학교에 가는 아이의 모습이 참 달라보였다. 가격이 비싼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교복가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디자인 변경의 절대 불허 , 혹은 전국교복의 통일,  혹은 교복제도 폐지. 이 세가지로 함축된다.

물론, 브랜드 교복 업체에서 모델기용과 광고/마케팅에 쏟아붓는 비용을 대폭 줄이고 교육복지 사업에 투자하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브랜드 교복은 기업이 만든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그들이 과연 대한민국 교육복지에 투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글쎄,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대한민국 교복시장, 의류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 크게 욕심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아마 지금도 교복시장에 아직 진출하지 못한 것을 통탄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2009.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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