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먹고 싶은 것을 먹지도 못했고,  

탐욕을 부린 적도 없으며,  

남들을 해꼬지 한 적도 없고, 

모든 것이 내 탓이고 내 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한 여인네가. 

속썩이던 아들이 떠맡긴 손녀까지 길러내고  

평생 손빨래로 지문이 사라지고  

밥상을 들고 문지방을 건너느라 몸통이 동그랗게 굽은 한 여인네가, 

명절마다 현관에 신발이 가득차던 그 집에서  

이모라는 이유로 작은 엄마라는 이유로 하루종일  

꼬막을 삶고 홍어회를 썰어내고 갈비찜을 해 내고  

명절 상 물리기도 전에 쏙 쏙 빠져나가는 동서들을 보고도 

한숨 한 번 크게 쉬지 않던 한 여인네가, 

몹쓸병에 걸려 며느리 좀 부려먹어볼까 했더니  

며느리들은 많이 배워 그런지 일일이 내 품이 다 필요한 한 여인네가, 

맨바닥에 누워 이불만 덮고 눈 감고  

억울해선 안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억울한 인생,  

점쟁이는 3년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하고, 

평생 계란후라이 하나 맘 편하게 먹지 못한 억울한 인생, 

부엌에서 40년을 넘게 보내고 그래 나는 모피도 있고 가락지도 있다고, 

세탁기 쓰는 법도 모르겠고, 손주놈은 와서 청소기를 부러뜨리고 가고 

억울한 인생,  

억울하면 안된다고 혼자 아둥바둥. 

몹쓸 병에 걸린 늙어버린 몸. 

억울한 인생.  

 

당신 - 많이 억울해 보여요.  

2008년 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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