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과거 - media, memory, history - 과거는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기억되고 역사화되는가?
테사 모리스 스즈키 지음, 김경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인문서적을 많이 펴내는 휴머니스트의 책이다.

과거는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기억되고 역사화되는가, 영국에서 태어난 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일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고 호주에서 현재 교수로 재직중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변경, 통제의 최근 역사에 관한 공동연구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아주 접근하기 쉬운 몇 가지 매체들을 통해 과거를 보고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역사를 재현하거나 역사를 이해하거나 역사를 배우는 매체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거창하게 말해서 역사가 되겠고, 소박하게 말해서는 그저 지나간 과거가 되겠다. 개인의 사적인 앨범사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를 그 범주에 넣는다면, 거시사적으로나 미시사적으로나 모든 것은 과거이고 모든 것은 또한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가 구별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들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역사교육보다는 역사소설, 사진, 영화, 만화, 그리고 인터넷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기에는 역사소설에서 비롯된 드라마가 또 하나의 대단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듯 하다. 소설보다는 이제 드라마가 더욱 더 친근한 매체가 되어가고 있고 한 국가의 여론을 조성하고 뒤흔드는데는 드라마만큼 강력한 것도 없는 듯 하다. 아무튼 이 책은 드라마는 소설과 영화의 경계사이에 놓고 20세기의 매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저자의 말대로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라는 것은 아무래도 학생들에게 가장 친근한 문제, 즉 자기 나라나 이웃나라, 그리고 힘이 센 나라들, 최근 몇 세기 동안 일어났던 제일 극적인 사건같은 역사에 집중하기 마련이니까. 그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대중적 방법으로 역사들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한 오독과 오해가 어떻게 발생하고 대중이 흡수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 특별히 2차 대전의 가해자로 알려진 일본이라는 국가내에서의 여러가지 특수한 상황들을 예로 들었는데, 우리에겐 교과서 왜곡이라고 알려진 일본의 보수우익들의 교과서문제, 종군 위안부 문제, 2차대전을 바라본 만화의 견해등 한국사와 뗄수 없는 소재들을 많이 언급하고 있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는, 재일교포 학자가 쓴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저자가 아시아-태평양 역사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라 하니 그도 그럴만 하겠지만. 

 매체라는 것이 표현할 수 있는 역사와 기록의 한계, 그리고 그 문제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떤 것이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노력인가에 대해서 아주 겸허하게 결론내리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란 우리 안에 있는 과거,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과거의 존재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되며, 우리가 과거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나 타자를 알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아는 데 과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라는 것이다. 

 요즘 붐이 일고 있는 사극열풍, 중국의 동북공정을 부정하려는 민심을 등에 업고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의 현재 실태(연개소문, 주몽, 대조영)와 이승연의 위안부 화보촬영으로 위안부를 알게 되었다던 우리의 학생들이나, 이제 우리에겐 화려하고 낭만적인 사랑이 가득한 조선시대를 기억하게 하는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들 (스캔들, 음란서생, 다모, 황진이, 대장금등)로 역사를 헛갈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절절히 필요한 책이 아닌가. 

 아름답게 꾸며 역사에 친근감이 드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대다수의 대중들은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하지도 않는 귀차니즘에 빠진 세태에서, 조금이라도 깨어있으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책 보내주신 이대희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06.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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