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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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 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추천받았다.

금지된 서적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 역시 같은 주제를 가졌다고.

그래 그럴만도 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내가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 를 읽으면서 내내 떠올렸던 것이 중국이라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 독후감에서도 밝혔듯이, 중국이라는 나라도 금서와 금지된 서양문화, 폐쇄된 사회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마오쩌뚱의 부인인 강청을 비롯한 4인방이 주도가 되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극도 좌파적 오류를 범했던 문화대혁명. 그 기간중에 공산당과 붉은 것이 아닌 모든 것들은 반동으로 치부된다. 믿을 수 없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그 시절, 중국은 신호체계를 거꾸로 사용해, 붉은 등에 길을 건너고 푸른 등에 멈추는, 붉은 것만이 살아남았다는 시대이기도 했다. 서양의 것들은 모두 부르조아의 유산으로 낙인찍혔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속에서도 이런 파란만장한 문물들의 이야기는 남아있다. 대약진 운동에서 이어졌던 문화대혁명속에 수많은 지식인들은 숙청당했고, 숙청당하지 않았으되 피해갈 방법이 있던 자들은 망명을 했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자살했다. 수많은 책들이 불태워졌으며 지식인들은 작품을 발표할 수 없었고 모택동의 어록이 담긴 붉은 책들이 정수로 꼽혔다. 그로 인해 찬란했던 중국문화는 다시 한 번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를 맞이한 것이다. 그리고 문화와 역사는 정체되었다. 

 이 책은 그 시절에 하방운동으로 시골에 내려간 두 청년의 금지된 책 훔치기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묘사된 중국의 금지된 정도는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에 비할바가 아니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금지된 책들이 들은 보물상자와도 같은 가방을 훔치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속에서 발자크와 로맹롤랑등의 서양소설들을 하나씩 꺼내어 훔친 사탕처럼 살살 녹여서 몸속에 고이 고이 간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들을 나누어 주기까지 한다. 이들은 그 책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흡수하고 소화하고 배설까지 한 것이다. 

 두 청년의 이런 모험담에 바느질 하던 소녀가 있었다. 그들이 배설한 책으로 인해 그녀가 변화하고 결국 두 청년이 의도하지 않았던 바대로 소녀의 미래가 바뀌어버린다. 

이 책은, 문학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 풍자와 해학을 엮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 시절을 다시 추억하는 사람이라면, 우스개소리처럼 남의 이야기처럼 무용담처럼 이야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우리를 가르치던 한 노선생은, 문화 혁명 시절당시 군인이 학교를 점령하고 매일 아침 군사 훈련을 받았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였고 내가 세를 얻어살던 집주인은 하방정책으로 하남에서 27년 젊은 시절을 홀라당 바치고 세월이 몇 번을 바뀐 후에 96년도에 상하이로 돌아왔던 부부였다. 그들은, 그 때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다. 그저, 고생스러웠다고, 힘들었다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노동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식인들은 괴로웠다. 팔다리를 잘리고 입을 틀어막힌 채 항아리속에 담겨진 것처럼, 사람마다 원하는 것은 다른데 그들은 통일되어야만 했다. 

 문학이 사람을 바꾸는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반론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문학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기도 한다. 나 역시, 내 남편과 처음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의 공통주제가 다이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였다. 남편은 그 책을 읽고 중국유학을 결심했다고 했고 나는 그 책의 책날개 표지에 내 독후감이 한 구절 들어갔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했다.

지금도 내가 책꽂이의 가장 위쪽에 소중하게 간직하는 다이 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처럼, 이 책은 발자크로 인해 인생을 바꿔버린 한 소녀와 그 시절을 묵묵히 견디어낸 두 청년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정확히 책에 기술되어 있지 않지만, 그도 아마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문학과 자유를 찾아 망명을 하였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은 불어로 쓰여졌고 불어판을 번역한 것인지라, 도서관 중국문학 코너에서 찾을 수 없고 프랑스문학 서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문학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문학이 우리를 어느정도 길러주었는가.

문학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강력한 마력을 지닌 것이 아닌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렇게 스며들고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6. 12. 3. 

 

   
 

문화대혁명 [文化大革命]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해 주도된 극좌 사회주의운동. 
 사회주의에서 계급투쟁을 강조하는 대중운동을 일으키고, 그 힘을 빌어 중국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들을 제거한 일종의 권력투쟁이다. 마오쩌둥 사망 후 중국공산당은 문화대혁명에 대해 ‘극좌적 오류’였다는 공식적 평가를 내렸다.

 

 하방운동 [下放運動]

중국에서 당 ·정부 ·군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하여 실시한 운동. 
 중국이 당 ·정부 ·군간부들의 관료주의 ·종파주의 ·주관주의를 방지하고 지식분자들을 개조하며 국가기구를 간소화한다는 명분으로, 간부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고급 군간부들을 사병들과 같은 내무반에서 기거하며 생활하게 하는 간부정책으로 1957년 3월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하방’된 중앙 및 성급(省級) 지방간부는 300만 명에 달하였으며, 여기에 학생들과 군간부들을 합치면 1,000만 명에 달하였다.

문화대혁명 때에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80년대 다시 재개되었다. 특히 도시의 중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변방지방에 정착시켜 도시의 인구과잉과 취업난을 완화시키는 편법으로서도 사용되어 각지의 하방청년들의 반발이 극심해져 사회문제로까지 야기되었다. 1991년 현재도 10만 명의 대학생들이 광산 ·공장 ·농장으로 파견되는 등 이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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