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 합본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구독하고 있는 페이퍼 작가의 소개로 EBS 오디오북을 알게 되었다.

EBS 오디오북과 라디오 소설은 한 권의 책, 혹은 단편소설을 몇 회에 걸쳐 나누어 읽어주는데, 오디오 북은 전 권이 아니고 일부를 발췌해 읽어준다. 소설가들이 진행을 하기도 하고 간혹 문학평론을 추가로 넣어주기도 한다.

이런 다시듣기 프로그램중에 한 달 정액 얼마, 짜리를 구입하면 나는 다 들어볼란다 하는 말도 안되는 욕심을 부리며 페이지 맨 앞으로 들어가 다시 듣기를 클릭하는데, 오디오 북 앞부분에 바로 이 책이 있었다.

신영복의 더불어숲.

그걸 들을 때가 마침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감동을 받고 있던 때였어서 더불어숲을 꼭 빌려다 읽어야겠다 했었다. 그러나 더불어숲은 인기있는 책이라 갈 때마다 더불어 숲이 꽂힌 816번줄엔 신영복 선생의 책이 단 한 권도 꽂혀있지 않을 때도 많았다.

나름대로 기다려 운 좋게 신영복 선생의 더불어 숲을 빌리게 되었다.

더불어 숲은 신영복 선생이 출소 이후 떠난 세계여행에 대한 기행문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띄우는 엽서의 형태로, 2년동안 써온 것이다. 그리고 책의 군데 군데에는 마우스를 이용해 컴퓨터로 그린듯한 그림들이 섞여있다. 원래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가 2003년에 한 권으로 통합 출간되었다고 한다.

 

신영복 선생의 여행이야기는 스페인의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한다. 그리스, 터키, 인도, 네팔, 베트남, 일본, 중국, 러시아, 아우슈비츠(폴란드), 베를린, 런던, 파리, 로마, 이집트, 남아공, 브라질, 페루, 멕시코, 미국, 스웨덴,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실크로드, 등 국가 전반의 이미지보다는 한 국가의 한 두개정도의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장소에서 썼어야만 하는 정말 친필 엽서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의 글들이 모여있다.

 

여행지에서 엽서를 보내본 사람은 알겠지만, 후에 다시 읽어보면 도저히 수정을 할 수 없다. 수정을 했다가 행여 그 때의 감동과 심정이 모두 엉그러질까봐,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이 또렷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쓴 글들은 그 자리에서 써야 제 맛이다. 그래서 이 책은 쉽게 읽어지지만 그만큼 생생한 감동이 있다.

 

얼마전 기행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페이퍼를 통해 밝혔는데, 신영복 선생의 고매한 인격이 가득담긴 이 책에선, 아 - 내가 거기에 갔어도 이렇게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군데 군데 신영복 선생을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춘 사진들도 작위적이지 않아 좋고, 누구나 그렇듯 여행지에서 약간 감정이 복받치는 듯한 과장된 이야기들도 좋다.

 

가끔 그런 책들이 있다. 다 읽고 난 다음에 표지를 덮고 살살 손을 문질러 쓰다듬게 되는 책.

더불어 숲이 그런 책이다.

 

여러군데를 다니면서 찬찬히 이해하고, 그 어디를 가도 낮은 곳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 그들과 동화되려고 억지 부리지 않고 이해하려고 과장하지 않으며 뭔가 대단한 것을 깨쳤다고 자만하지 않는 것. 그런 겸손한 여행기. 정말 아름다운 글들이 있다.

 

신영복 선생의 모든 글들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글은 역시, 인격이 우선인 것 같다.

 

200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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