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전집 2
버지니어 울프 지음, 정명희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The HOURS 라는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그 영화를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Michael Cunningham 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지만, 그 모티브가 바로 달러웨이 부인이었고, 그 영화에는 버지니아 울프와 달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는 미국의 가정주부와 달라웨이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클로리사라는 여자가 등장했다. 그 영화의 모티브가 된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 또한, 거의 10년이 된 세월이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아직도 완독하지 못한 나의 죄책감을 조금 얇은 책으로 달래보려는 욕심이 함께 이 책을 고르게 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 아는 바는, 그저 그녀가 인물은 좀 아니었다는 것과 (아마 니콜 키드만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매우 혁신적인 소설가였다는 것과 자기만의 방을 주장한 여자였다는 것과, 뭐 .. 그 정도.

 

아무튼, 그 이름만으로도 사실 적잖이 부담스러운 소설가임에는 틀림없다.

버지니아 울프는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매우 지적인 환경에서 학교교육보다는 요즘 말하는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한 케이스이며, 집안분위기에 힘입어 사촌들과 함께 불룸스 베리 클럽이라는 사교클럽(지적인 모임이었겠지만)을 만들어 그 지성을 더욱 키워나갔다고 한다.

그녀가 문학계에 주목을 받은 이유는 새로운 소설형식을 도입했다는 것인데, 댈러웨이 부인의 전작인 제이콥의 방에서 처음 시도하였고, 그 형식의 완성을 본 것이 바로 이 작품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한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되도록이면, 하루정도 온전히 시간을 비워놓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치우는 것이 현명하다.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이 꽃을 사러 가는 아침시간부터 그녀가 벌이는 저녁의 파티가 끝나는 시점까지, 단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 하룻동안의 이야기 사이에 등장하는 적지 않은 인물들의 내면까지 꼼꼼히 묘사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고등학교때 배운 시점이라는 체계에 극도의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문학시간에 배운 소설의 구조는 늘, 전지적 작가 시점,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등으로 정확하게 나뉘어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구조가 파괴되어버렸다. 소설은 작가가 이야기를 했다가 댈러웨이 부인이 자기 이야기를 했다가 3인칭이 되었다가 전지적 작가시점이 되었다가 리차드가 자기 이야기를 했다가, 피터가 자기 이야기를 했다가, 말하자면, 음.. 어떤 관찰자가 하나 있거나 혹은 영화를 찍는 카메라가 있다고 치면, 그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서 화자와 서술자가 계속해서 교체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만일 단 한 줄이라도 맥을 놓고 글자만 읽었다가는 지금 누구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길을 잃게 되며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손으로 글자를 되짚어가며 읽어야 한다. 만일 이게 대여한 책이 아니고 구입한 책이거나 혹은 스터디 교재로 사용을 한다면 연필을 들고 괄호와 따옴표를 쳐가며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극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간혹 그 극도의 집중력이 때로는 머리를 얼마나 상쾌하게 해주는지, 버지니아 울프의 능수능란한 변장술에 빠지다 보면 뇌속에서 무슨 물질이 팍팍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찌릿찌릿한 마력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운 문장이며, 구체적인 수사법들, 감각과 차원을 초월한 비유들의 향연이 마치 댈러웨이 부인이 준비하는 파티처럼 요란하게 펼쳐진다. 소설의 내용 역시 어느 한 순간 스쳐갔던 두 사람을 기둥 두개 기본 골조로 세워놓고 그 두 인물의 이야기가 날줄과 씨줄로 엮여서 결국 한 정점에서 우연찮게 그리고 매우 사소하게 교차된다. 그리고 그 교차는 마치 수평선 둘이 죽 이어지다가 한 점에서 만나고 그리고 다시 제 갈길을 가는 것처럼 그렇게 흩어져 버린다.

 

매우 일상적인 이야기, 우리는 매일 매일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고위층, 흡사 버지니아 울프 자신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었을 법한 배경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폭풍같은 심리변화를 집요하게 풀어낸 이야기, 글을 읽다보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기도 하지만, 가만히 스스로를 들여다보라. 우리 하루 사이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얼마나 많은 상상을 하는지. 우리도 가만히 길을 걸어가다가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지 않는가.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이 왜 그리도 유명했던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기가 막히게 매력적인 소설. 이제 드디어 10년 묵은 그녀의 소설 『세월』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006. 11. 17.

 

<첨부>The Hours Review

 



 

2002년 미국 / 감독: Stephen Daldry / 
출연: Nicole Kidman .... Virginia Woolf 
Julianne Moore .... Laura Brown 
Meryl Streep .... Clarissa Vaughan 
Stephen Dillane .... Leonard Woolf 
Miranda Richardson .... Vanessa Bell 
John C. Reilly .... Dan Brown 
Jack Rovello .... Richard Brown 
Ed Harris .... Richard 
Allison Janney .... Sally Lester
Claire Danes .... Julia Vaughan 

도데체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이 말하던 the HOURS,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은 이 영화의 주축이 버지니아 울프라는 점에 기인한다. 
서울에서 상해까지 끌고 온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the Years)"이라는 책은 이제 몇 년만 있으면 내 손에 들어온 지 10년이 되어갈텐데, 아직도 나는 첫 장도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닌 Michael Cunningham 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이 영화의 주축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인 MRS. Dalloway 라는 작품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923년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소설을 쓰고 있고, 줄리안 무어인 로라 브라운은 1951년의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주체할 수 없는 소외감과 우울증속에 이 소설을 읽고 있다. 하원의원 댈러웨이의 부인 클라리사가 꽃을 사러 가는 1923년 6월 런던의 어느 목요일 아침부터 그 날 밤 연회에서 총리를 전송하고 옛날의 애인과 친구들이 남아 있는 연회좌석으로 돌아올 때까지 12시간 동안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의내부의식을 집중적으로 묘사하였다는 소설 Mrs. Dalloway처럼 2001년 미국의 뉴욕에서는 메릴스트립분의 클라리사(소설속의 주인공과 동명이다.)는 스스로 Mrs. Dalloway가 되었다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는 언니가 집에 오기로 되어있고, 로라 브라운은 남편의 생일 케잌을 만들어야 하고 클라리사는 에이즈에 걸린 옛 애인의 파티를 준비해야 한다. 
세 명의 여자는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공통적으로 아침을 맞이하며 세수를 하고 꽃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들에겐 파티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이 세명의 여자에게 이어지는 공통점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Mrs. Dalloway 라는 소설인데,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는 파티의 주인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정도로 소설창작에 집중해 있고, 1951년의 로라는 감당할 수 없는 소외감과 우울증으로 그 행복해 보이는 여성의 모든 조건을 가지고서도 자살을 시도한다. 2001년의 클라리사는 동성애인과 함께 살고 있고, 파티의 주인공이 될 옛 애인은 에이즈에 걸려 모든 창문을 막고 천장이 떨어져 나간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건물에 살고 있다. 

배경이 봄이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이 세 여자의 모습은 음침한 공기와 눈이 부시기만 한 햇빛속에 공존하며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영화는 매우 적절하게 세 주인공에게 이야기를 분배하여 지루하지 않은 연출력으로 영화를 강하게 이끌어나간다. 아무 상관이 없어보이는 세명의 여자는 하나의 이야기로 통일되어 뭉뚱그려지고 삶에 직면하는 일과 여성이 느끼는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불러 일으킨다. 

 세 주인공과 리차드 역의 에드 해리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며 이 배우들이 한 명이라도 빠졌다면 영화의 힘은 반의 반으로 삭감되었을 것이 뻔할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소름끼치게 대단하다. 

특히 인공성형코를 붙이고 전혀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출연한 니콜 키드만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행복은 무엇인지, 삶은 무엇인지, 그리고 41년 주머니에 돌을 넣고 아름다운 유서를 써놓고 사랑을 말하며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이유는 무엇인지..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파티를 열어야 하는 여자들은 늘 행복한 안주인인 것인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자들의 또 다른 이야기인 the hours는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한 번쯤 삶에 대해 고민해 보고 내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 무엇인가로 일기장을 채워봤던 사람이라면 눈물을 흘리면서 빠져들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2003. 5. 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