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이 한 때 잘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 그 때 그의 책을 모두 읽었었고, 향수의 강렬한 기억이 아직도 코끝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 외 비둘기, 콘트라 베이스, 좀머 씨 이야기, 이 책 깊이에의 강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_-

어쩌면 이 책에 끝에 적혀있는 저자의 에세이 "문학적 건망증"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읽었으나 알 수 없고 기억하지 못한다.

이 페이퍼를 쓰기 이전에 어린 아기가 얼마나 유연한가..에 대한 문구가 생각났는데, 어제 읽은 칼 포퍼의 책과 지금 읽고 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아이가 노는 사이에 잠깐 꺼내서 읽어버린 깊이에의 강요 어디서 읽은 문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약 6-7년전에 읽었는데 어찌된 경로로 우리집에 꽂혀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유학전에 읽은 책들 중 내가 꼭 가지고 있어야 하겠는 책 몇 권만 빼고는 거의 다 친정집에 놓아두었고 거기서도 정리당해 대부분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을텐데, 아마 동생의 남자친구가 깊이에의 강요 때문에 동생에게 선물한 책이 아닌가 하는 추측뿐.

아무튼 아이 방 동화책 사이에 꽂혀있길래 아이 혼자 집중하여 노는 사이에 잠시 꺼낸다는 것이 약 100페이지 정도되는 짧은 책이라 금새 읽어버렸던 것.  

이 책은 쥐스킨트의 세 권의 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를 담았다.

한 젊은 여류화가가 깊이에의 강요로 인해 나락에 떨어지는 과정을 그린 아주 짧은 단편 깊이에의 강요 / 체스 게임으로 인한 승부와 집중과 사람의 이야기 승부 / 모든 것은 석화(조개화)되고 있다는 장인(匠人)뮈사르의 유언 / 그리고 너무나 공감이 가서 읽으면서 낄낄 댔던 문학적 건망증. 

 "아 그렇다. 세 권으로 된 알렉산더 대왕의 전기. 언젠가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었었다. 지금 나는 알렉산더 대왕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아무것도 모른다. .... 모조리 익었다.. 그러나 ..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알고 있는가? 모른다. 전혀 모른다."

- 문학적 건망증 中

쥐스킨트의 책이 이런 느낌이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언제고 한 번 시간을 내서 도서관에 가서 때마침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이 든다면 그 자리에 서서 비둘기와 콘스라 베이스를 읽어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칠맛 나는 글과 짧지만 여운이 긴 것은, 아마 번역자의 공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번역에 대한 이러저러한 일들이 터지고 난 뒤 (그 전에 읽은 박상익씨의 번역은 반역인가? 이후로 받은 충격이라 시너지 효과가 난 듯 ㅎㅎ) 좋은 글과 좋은 책을 만드는 숨은 번역의 공로를 자꾸 새겨보게 된다. 

 2006.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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