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중 다수가 열린 책들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표지그림이 아주 맘에 든다. 오후 네 시가 그랬듯이, 배고픔의 자서전도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해주는 표지그림이다. 밑이 뚫린 식탁에서 주인공 여자가 계속해서 식사를 한다.

 

식욕은 인간의 피해갈 수 없는 욕구중의 하나이지만, 욕구가 과하면 욕심이 되고 그렇게 되면 죄악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에 꽂아놓고 수시로 읽고 있는 숫타니파타에는 식탐을 버리라는 말이 매우 자주 나온다. 또한 영화 SEVEN에서 욕심으로 인해 징벌받은자는 먹다 지쳐 죽음을 맞이한다. 먹는 것은 인간생활에 큰 즐거움이다. 어쩌면 가장 큰 즐거움일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가져가 그 맛을 느끼는 과정과 흔히 말하는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라는 말처럼.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배고픔이 그 근간이 된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뭔가를 먹고 싶다는 말이며, 굶주려 있다는 말도 된다. 고로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프다는 것. 아멜리 노통브는 이 자서전에서 스스로 고파했던 모든 것들의 근원을 찾아보려 한다.

 

이 책을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과 연이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어쩌다 출판사도 다른 한 작가의 책을 동시에 구입했는데 내용이 이어진다니 분리된 소설을 내가 연작 시리즈로 만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배고픔의 자서전은 알려진대로 소설이라기 보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라고 밝혔다는 말처럼 아멜리 노통브의 맨 처음 기억언저리부터 그녀가 기억해내는 모든 굶주림에 대하여 말한다.

 

혜택받은 가정환경, 일본과 중국, 미국과 방글라데시를 오가던 유년시절, 달콤한 것들에 대한 집착과 소아 알콜중독, 그리고 끊임없이 추구했던 스스로에 대한 안위와 쾌락.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그 어린 소녀가 느꼈던 모든 쾌락에 대한 욕구는 우리 모두에게 본능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 많은 과정을 거쳐 그녀는 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픔"으로 살아가고 있다. 산다는 것은 뭔가가 고프기 때문에 끊임없이 추구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삶에 대한 욕구가 높을 수록 식욕이 좋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뭔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 욕구를 채워나갈 것이다. 때론 보통사람들과 매우 다른 욕구를 혼자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구멍뚫린 식탁위에서 계속해서 먹어제끼거나 도시를 바꿔가며 글을 쓰거나 도박을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모든 행위들이, 다 그 행위의 주체에게는 매우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옳거나, 그르거나 간에.

 

2006. 6. 22.

 

Ps.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던 한 친구의 말이 아멜리 노통브는 "아멜리 노똥"으로 읽는 것이 옳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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