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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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좋아하게 된 노통브의 또 다른 소설.

그녀의 기발한 상상력과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들이 사랑스러운데,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은 인터넷상에 돌던 한 문구때문에 책을 선택했다.

 

  나는, 비의 이미지대로,

  소중하지만 위험천만하고,

  무해한데도 치명적일 수 있고,

  조용하면서도 요동치고,

  혐오스러우면서도 기쁨을 주고,

  부드러우면서도 부식을 일으키고,

  하찮으면서도 귀하고,

  깨끗하지만 강렬하고,

  기만적이면서도 끈기있고,

  음악적이면서도 불협화음 같은 존재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것저거다 뛰어넘어,

  다른 무엇보다도 강인한 존재라고 느꼈다.

 

  이토록 아름다운세살 //  아멜리노똥브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은 신생아에서 세살에 이르기까지의 기억이다. 그 나이에 무슨 기억이 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있는 사람들도 있다. 세살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천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24개월정도부터 기억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말은 터무니 없는 거짓말인 듯 하다. 

작가의 기억인지 상상력인지 모르겠지만, 이 글은 마치 양철북의 주인공이 기괴한 요소를 빼고 깜찍한 탈을 뒤집어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기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지칭한다.

심리학에서 아기들은 누워서 울기만 해도 모든 일이 해결되며, 때로는 울지 않아도 삶에 필요한 모든일이 해결되기 때문에 스스로를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믿게 된다고 한다. 이는 후에 나르시시즘으로 발달하기도 하며 아이는 성장을 하면서 어머니와 인격이 분리된다는 것을 인지한 후로 그 모든 것이 어머니로부터 해결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머니가 바로 그 전지전능한 존재의 실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어미의 권위가 형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애초에 어미와는 인격이 분리되어 있는채 태어나고 (영아들은 어머니와 자기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을 인지하는 시점에 낯가림이 시작되고 그 때쯤 인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스스로 전지전능하다는 것을 만 2세때즈음까지 믿고 있다. 나르시시즘에 제대로 빠져있는 아기인 것이다. 

 아기는 세살이 되기 전에 죽음을 맛보고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끼고 상징을 몸으로 체득하며 (정원은 일본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삶이 죽음으로 향해가며 점점 잃게 될 것이 많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네가 사랑하는 것은 잃어버리게 된다' 라는 것과 "네 인생 전체가 죽음의 박자에 맞춰 움직일 것"을 깨닫고 감정 하나 하나를 다 네 왕조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세 살 ─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는 나이일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말을 제대로 하게 되기 까지, 아기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독립된 種 - 아기 일 뿐이다. 내가 키우고 있는 내 자식도 솔직히 사람이라기 보다는 동물과 사람의 중간단계에 있는 특별한 種 - 아기 - 로 여겨지니 말이다. 

 그런 아기들이 얼마나 발칙한 상상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 생각보다 대단하다.

유머러스한 노통브의 깜찍한 소설 -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이 정말 아름다운가 느껴보는 것은 독자의 몫일게다. 

 200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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