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 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아서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김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하늘은 무너졌는데 세상은 아무 상관없이 돌아가더라 싶었던 때가 있었다.

성인이 된 사람이 인간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아, 내가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얼마전에 TV인지, 영화인지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초등학교 때 자기가 없는데도 친구들이 모여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상실감과 슬픔을 처음으로 느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인간세상속에서 한 인간의 존재가 그럴 뿐만 아니라, 대자연, 이 지구상에서도 인류라는 종족은 사실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는 것이다. 

 얼마전 "대담"이라는 책을 펴냈던 최재천 교수는 그 책에서도 미국 유학시절 스승이었던 "에드워드 윌슨"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의 이 책은 최재천 교수가 번역을 공동으로 맡았다. 에드워드 윌슨은 개미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이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 와 『개미』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이 바로 이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 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아서"이다. 야생은 무엇이며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인간은 정말로 진화하였는가, 그래서 모든 인간 행동의 원인을 유전자로부터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을 질문한다. 

 뱀.

인간뿐만 아니라, 유인원들도 뱀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상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어에 대한 공포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인간의 이타적인 행위는 이기적인 유전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타적인 행위는 다른 유인원에서도 보이는데, 이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들이다. 

 계획적이며 사회적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개미들은 왜 인간만큼 진화하지 못하는가, 세상을 구성하는 50% 이상을 차지하는 무척추 동물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자연은 인간이 없어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은 과연 무엇인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다큐멘터리에 끌리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되도록이면 동물의 왕국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 미묘한 자연의 세계와 동물들의 습성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건 아마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이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인간은 그저 잡식성의 동물일 뿐이며, 인간존재가 사라진다고 지구가 폭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자괴감 (포장하여 말하면 겸허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리라. 인간을 알고 싶다보니 동물과의 차이점을 알고 싶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회생물학과 동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중에 있는 것이다. 

 한 존재에 대해서 알아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일텐데, 인간이라는 존재들은 스스로으 존재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해 다른 존재들과 비교하는 연구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스스로를 동물로 규정짓고 그 테두리 안에서 다른 동물들과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인간이 없다면 자연의 생태계는 오히려 혀 파괴되지 않고 멀쩡히 잘 돌아갈 것이다.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빙하기가 다시 온다거나 하는 일 외에, 인간이 없는 편이 오히려 지구의 생육번창을 더 도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존재한다.

그것도 자연과 야생을 지배하지 못해 안달을 내면서 끊임없이 파괴와 약탈을 일삼으며 멀쩡히 그 대를 이어가고 있다. 인구를 늘리고 쓰레기를 생산하면서. 

 이 책 한 권으로 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생각은 할 수 있다. 인간은 자멸할 수밖에 없는가, 자별하는 것이 善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자멸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개미와 닮은 이 노학자는 지극히 겸손한 마음으로 상처받기 쉬운 모든 생물들을 존중한다.

매우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2006. 5. 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