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7
서머싯 몸 지음, 안흥규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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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서머셋 몸의 소설 달과 6펜스.

문예출판사의 고전소설들은 제목은 수천번씩 들어봤을 소설들이지만, 사실 읽은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문예출판사 뿐인가, 범우사, 흥신문화사, 동서출판사의 양장전집등, 중학교때부터 선생님들이 뻔질나게 칠판에 적어주던 추천서적은 사실 더럽게 읽기 싫은 책들이며, (괜히 그런 반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사실 읽어봐도 잘 모르겠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책들이 중학생 추천도서라는 건 사실 아직도 잘 납득하지 못하겠다.

물론 초등학교 5학년 때 레 미제라블이 아닌 장발장을 읽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긴 한데, 이후 데미안이나 지와 사랑등의 앙드레 지드류의 필독소설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뒤마의 춘희를 읽었으나 그게 톨스토이의 사랑과 평화와 같은 전집책에 묶여있어서 그게 그건지 엄청 헷갈렸었고, 양철북을 샀다가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서점에 다시 돌려줬던 기억도 있다. 

 생각해보면 그 때 당시 읽을 수 있었던 소설들은 한국작가들의 소설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역시도 이해한다고 하기엔 - 사랑도 인생도 뭐가 뭔지 모르는 중학생에게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다 크고 난 다음에 다시 슬슬 읽어나가는 명작들의 느낌은 짭짤하다.

정말 간이 잘 밴 고등어 구이를 야금야금 젓가락질 하여 뜯어먹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서머셋 몸은 역시 동서출판사에서 만든 전집류에서 보았던 이름 : 인간의 굴레 : 의 작가인데, 다들 알다 시피 달과 6펜스는 타히티 섬에서 원색 찬란한 그림을 주로 그렸던 고갱을 모티브로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남자가 뜬금없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나서는 데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그리고 그 남자를 이유없이 추적하게 되는 (운명이라고나 할까)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의 도리는 무엇인가 하는 류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라서 달은 광기와 예술혼을 뜻하고 6펜스는 실질적인 경제력 등 현실을 말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사람들은 그 굴레에서 갈등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게다. 

 현실이라는 거는 서머셋 몸의 시대나 지금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준천재적인 사람들은 현실속에서 묻혀가고 천재적인 사람들도 어느 순간 빛이 바래버리거나 수재급도 되지 않는 자들이 6펜스의 힘을 얻어 달을 쥔 자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명확히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모든 삶은 조금씩 안타깝다. 달이건 6펜스이건, 스스로 선택하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일 것을. 끝까지 그림을 그리려 했던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2006. 4. 1.  

 

+ 이 책은 애를 낳으러 간 날 진통이 심해지기 전에 읽었던 책이라, 아마 평생 잊지는 못할 것 같다. 애 낳고 난 뒤 시력이 회복될때까지 기다리느라 유난히 독서기간이 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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