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개론 눈빛시각예술선서 6
한정식 지음 / 눈빛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전문 출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사진관련 서적을 펴내고 있는 눈빛 출판사의 사진예술개론은 한정식씨가 출판사를 바꿔 다시 펴낸 책이라 한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펴낸지 20년이 된 이 책을 다시 펴내게 된 것은 기쁜 일이긴 하지만 한국 사진계에 있어서는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인다.

1937년 생인 저자 한정식은 중앙대 예술대학 사진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고 한다.

 이 책이 20년이 지나도록 다시 찍어낸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야말로 교재로 손색없는 사진예술개론이기 때문이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무방한 사진교양서적이라고 봐도 괜찮겠지만, 대학교재로 쓴다해도 별 손색이 없을 만큼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사례로는 충분히 한국작가들의 사진을 많이 이용하였고, 사진을 보는 노교수의 열린 마음이 더욱 매력적이다. 글에서 풍겨나오는 작가의 사상을 엿보면 1937년생이 아니라 1973년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예술계의 원로들이 가지고 있는 못된 관습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컴퓨터가 보급화 되고 조작이 가능한 사진들이 판을 치며 아마추어 작가들이 허영을 부리는 이 세태에 대해서 지나친 비판도 지나친 긍정도 하지 않으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희망적인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대안없는 비판은 뒷담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의 비판은 충분한 대안이 뒷받침 되어 있으며, 사진을 어지럽히는 어줍잖은 초보자들의 욕심을 가만가만 달래어 꾸짖고 있다. 한마디로 올바른 선생님의 면모가 책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화 되면서 나도 그 디카족의 반열에 오른 것이 2002년 이었다. 그리고 그 때 당시 처음 비슷하게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던 친구들 중에 이미 몇 몇은 돈을 받고 출장 촬영을 나가기도 하는 준프로급의 수준을 갖추게 된 친구들도 있고, 4년동안 같은 기종으로 십만여장의 사진을 찍어대었던 나는 이제서야 사진의 구도가 뭔지 대략 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수준에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 계속해서 자기 색깔을 가지고 아마보다는 뛰어나고 프로이기엔 약간 부족한 신디카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장비를 구비하는데에 100만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한 외출을 하며 온라인 상에서 개인적으로 사진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를 가지고 있으며 가끔가다가 프로 작가가 찍은 사진보다 월등한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 중, 대부분의 남자들은 셔터속도나 조리개등, 장비와 기술적 면모에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여자들은 대부분 다양한 사진들을 접하며 감각을 살리고 키운다. 카메라로 하는 사진예술은 기계를 가지고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예술적 감각과 기술+과학적 재능도 어느정도 필요한 법이다. 구도는 기가 막히게 잡아서 멋진 그림을 연출해내지만 막상 조도나 명암을 조절해야 하는 수동카메라를 쥐어주면 그 무게도 지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출계까지 장만해 정확한 계산을 해내지만 어딘가 모르게 촌발날리는 사진만 찍어대는 사람도 있는거다. 이런 사람들이 어딘가 모자란다고 생각했을 때 읽어야 할 책이 이런 책일 것이다. 

 물론 DSLR 계로 진입하기 직전에 읽는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 그 때는 사진에 대한 공부를 하기 보다 기종변경에 대한 욕구가 더 크기 때문에 아마 대다수의 취미가들이 책으로 사진 공부할 생각을 하지는 못하고 포토샵을 이용하는 기술이나, 더 좋은 카메라로 바꾸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눈 벌겋도록 뒤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사진을 취미로 하고 어느정도 소질이 보이는 친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 책을 권해주길 바란다.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십만장이 넘는 그 습작들 중에 적어도 100장정도는 어디에다가도 내 놓을 수 있는 자신있는 사진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기초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취미가 되었든 직업이 되었든,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매력은 또 다른 것이다.

 

2006. 3.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