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김기찬의 사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0년쯤 전에 교보문고 예술서적 코너에서 김기찬 사진집이라는 묵직한 책을 집어들었을때였다. 그 때 미술고등학교를 다니던 동생이 작품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적당한 소재를 골라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고른 것이 김기찬의 사진이었고 참고하라고 건네주었는데, 의외로 그 학교에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학생들의 김기찬의 사진을 모사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김기찬의 사진은 최민식의 사진보다는 따듯하고 덜 치열하지만, 그래도 우리 삶과 정말 가까운 골목길 풍경들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렌즈를 쓴 것도 아니고 아주 평범한 카메라로 찍은 듯한, 자, 당신도 이렇게 찍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한 튀지 않는 구도속에 완벽한 구도가 숨어있는, 그런 사진들을 찍은 작가다. 

 이 책은 서울에 돌아온 올 7월에 친한 후배와 책을 고르다가 사게 되었고 황인숙씨의 글도 곁들여져 있는 시대에 맞는 사진집이었다. 그리고 그 후배에게 언니가 샀던 그 사진집의 작가가 별세를 하셨다네.. 유고전시회를 한다는 데 같이 가지 않겠어? 하는 문자를 받았다.

작가는 작년 8월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사진전에 가지 못했다. 

 나는 골목사진을 좋아한다.

내가 4년 반의 세월을 보낸 상하이는 유달리 골목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니, 어디든 오래된 골목들은 아름답다. 도시계획으로 정리된 곳이 아니고 자연발생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살던 곳이라면 모두 골목은 존재한다. 서울로 말하자면 보광동같은 곳들, 장위동같은 곳들. 그렇게 오래 오래 사람들이 아웅다웅 붙어서 살던 그런 동네들.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장소에는 사람들의 발자국과 땀방울과 웃는 소리들이 그 골목어귀마다 숨어있곤 하는 것이다. 

어느 작가의 사진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김기찬의 사진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김기찬 작가의 사진들은 정말 그야말로 완벽한 구도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칙칙한 흑백사진은 빼고 모두 따듯한 칼라로 편집된 이 사진집에 있는 사진들은 모두가 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들고 그 치열하고 악다구니 쓰던 골목들에게 사랑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건 이상향, 그리스의 산토리니, 그런 곳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이 사진첩의 매력이다.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구도가 무엇인가를 연구하게 하는 책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따듯한 추억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집.

그리고 사진집의 편견을 빼고 그다지 비싸지도 않은 가격. 

 추천하고 싶은 소중한 책 한권이다.  

 

2006.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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