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수의사의 동물병원 24시
박대곤 지음 / 부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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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했었는데.. 선물을 받았다.

(이대희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현재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하고 계시는 박대곤 수의사가 1999년부터 써놓은 블로그를 차곡차곡 모아 발행한 책이다.

박대곤 수의사는 수의사이기도 하지만 동물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기도 하고 동물병원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여 나름대로 알려질대로 알려진 수의사이다.

그의 개인홈페이지는 멋진 동물사진으로 가득하고 동물병원홈페이지도 인기 있는 홈페이지로 유명하다. 그리고 바로 싸이월드 페이퍼도 발행하고 있다.

 

http://paper.cyworld.com/soopc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느라 나는 좀 힘들었다.

책으로 만들기엔 정말 부족한 글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게 악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었다. 수의사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이만큼이나 써두었다는 것이 상당히 훌륭한 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저자의 문장력이 매끄럽지 못하고 그러니까 그야말로 딱 블로그나 홈페이지 게시물 정도에 이르는 글들이었기 때문에 300페이지가 다 되는 글들을 연이어 읽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나치게 어려운 글도 읽기 힘든 것처럼, 비전문가의 기나긴 글을 읽는 것도 어려운 일이더라.

 

물론 이 책은 제목그대로 더하고 덜할 것도 없이 "동물병원 24시"이고, 작은 동물병원의 수의사의 이런저런 신변잡기 같은 이야기들이다. 대단한 전문지식을 표방하지도 않고 거창한 문구를 내세우지도 않았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기도 하나 한국의 반려동물문화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나같은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반려동물 소유자들의 어이없는 행태들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 하여튼 한국에서 개키우는 사람치고 공부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가막힌 사례들은 처음듣는 희귀한 이야기들이 되기도 한다.

 

나날이 경쟁이 심해지고 대형화되어가는 한국의 동물병원&애견샵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주먹구구식 방법이 통하는 유통구조. 한국의 반려동물문화는 아직 애완동물수준에 머물러 있고 지금 이 애완동물산업은 춘추전국시대 내지는 혼돈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꿋꿋히 양심적으로 버텨가고 있는 영세업자들과 영세병원을 이끄는 수의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멋진 신세계가 도래하길 바라지만..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이런 책 한 권이라도 사 본다면 그러겠지만.. 문화가 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쨌거나, 문장력이 떨어지는 글이긴 하나 이정도도 안 읽는 개/고양이 주인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한 꼭지마다 실려있는 예쁜 사진들도 볼만하고, 정 책 구입이 어렵다면 박대곤 선생의 글은 인터넷 여기저기서 구해읽을 수 있으니 추천한다.

부디 이 책이라도 많이 팔려 그나마 의식있는 수의사와 동물병원이 넉넉한 자본으로 더 좋은 의술을 펼칠 수 있길

 

2006.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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