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
하비 카프 지음, 윤경애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계속되는 육아시리즈. ㅎ

한언출판사에서 나온 두 권의 육아서는 이 책과 동일저자의 "엄마 나는 아직 침팬지예요"가 있는데, 이 책이 100일까지의 아기를 위한 책이라면 엄마 나는 아직 침팬지예요는 1살 이후부터 5살까지의 아기를 위한 책이다.

말하자면 세종서적에서 나온 베이비 위스퍼도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1권은 태어난 직후부터 약 1살까지의 아기를 말한다면 2권은 토들러 편이라고 해서 유아기에 들어간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이 네 권의 책을 같이 읽는다면

처음엔 "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 가 출생직후부터 100일까지

그 다음이 "베이비 위스퍼" 1편

그 다음엔 "베이비 위스퍼" 2편

그 다음이 "엄마 나는 아직 침팬지예요" 의 순서가 되겠다.

 

아쉬운 것은 네 권의 책이 모두 미국과 영국의 저자들이 적은 서양서적이라는 것인데, 한국에서 출간된 서적들은 대부분 잡지나 인터넷 블로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으로 펴내기는 아까운 이야기들을 짜집기 해놓았거나 천편일률적인 이야기이거나, 자신의 육아수기를 감성적인 필치로 펼쳐놓은 하소연조의 책들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뭔가를 키우는 것에 대한 책은 이런 식으로 한국서적과 번역서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애완동물에 대한 책들의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어쩄거나, 이 책은 베이비 위스퍼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데 그 이유는 베이비 위스퍼의 주장과는 약간 상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 위스퍼는 엄마와 가족이 아기 때문에 희생되지 않도록 규칙과 시간을 정해 약간은 냉정한 육아법을 권장한 반면, 이 책에서는 동양이나 원시사회에 가까운 조금 더 따뜻한 육아법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저자 하비 카프는 UCLA의 산부인과 의사인데, 이 사람이 주장하는바는 바로 아기들은 3개월 일찍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 있지만 머리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산도를 빠져나올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3개월 먼저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출생후 3개월은 뱃속에 있는 태아와 다를바 없고 영아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런 이유로 100일전 아기를 잘 돌보기 위해선 최대한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는 것인데, 관건은 우는 아기 어떻게 달래느냐. 하는 것에 책 한권을 모두 할애하고 있다.

 

사실 생후 100일 이전의 영아들은 먹고 자고 울고 싸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시기에 뭔가를 가르친다거나 습관을 들인다거나 하는 시도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베이비 위스퍼는 애가 한밤중에 보챈다고 해도 시간이 아니면 젖을 주지 말고 습관을 들여야 가족 모두가 평화로워진다고 하는 반면 이 책은 24시간 안고 업고 다니면서 하루에 10번도 넘게 젖을 물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장하고 있다.

 

얼마전 스코틀랜드 남자와 결혼을 해서 홍콩에 오래도록 살고 있는 20년지기 친구와 팅으로 아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녀의 이야기는 동양은 너무 뜨겁고 서양은 너무 차가운 방법으로 아기들을 대하는 것 같다며 두가지의 방법을 절충하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나에게 조언했다. 그녀는 홍콩에서 딸하나, 아들 하나를 낳아 기르고 있는데, 한국에서 권하는 방법들은 너무 조심스러운 것 같고 서양의 방법은 너무 냉정한 것 같다고 했다. 그녀의 사고방식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은 내가 우리집에 개가 다섯마리 있고 고양이도 한 마리 있다고 했더니

 

"네 아기는 정말 운이 좋구나, 애가 기어다닐 때쯤 되면 정말 행복해할꺼야"라고 대꾸했다.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서 찬성한 최초의 한국인이 바로 내 친구였다.

여담을 조금 더 보태보자면 한국에서는 임산부들이 커피도 절대 마셔서는 안되고 파스도 붙이면 안된다는 둥, 얼토당토 하지 않는 억지 논리들을 많이 부리는 편.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보라고 일일이 따져서 조사를 해보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임산부와 초보엄마들을 옭아매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예전에 밭매다 애낳고 그리고 돌아와서 다시 호미를 쥐었다고 하지만 그건 생리도 한 번 해보지 않은 늙은 영감들의 이야기 아니던가.

 

각설하고.

베이비 위스퍼와 이 책을 같이 읽기를 꼭 권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두 가지의 의견을 잘 절충해 자기만의 육아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명한 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아기가 평화롭게 먹고 자기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 아기는 신경계통에 문제가 있어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이기도 하다고 한다. 그러나 육아로 인해 부모와 가족이 아기를 벽에 집어 던지고 싶을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역시 바람직한 육아법은 아닐 듯.

 

자,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는 아직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 다름없는 존재이다.

서로 낯선 존재들끼리 매일 살을 맞대고 같이 공존할 방법에 대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도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2006.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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