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둘러보았으나, 버스 안엔 비슷하게 생긴 남자들이 몇 몇 있었고, 그 목소리는 30대를 넘긴 남자의 나즈막한 것이었다.

남자가 따라부르고 있는 노래는 이은미의 서른 즈음에였다.

나도 또 - 하루 멀어져간다. 부터 조용히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노래를 멈춘 다음에도 그 남자는 누구인지, 계속해서 노래를 조용히 따라부르고 있었다.

버스는 언덕을 올라 아직 남은 난곡의 판자촌을 내려다보고 바로 이어지는 국제산장아파트 단지 앞에서 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직 버스안에 있는 듯 했다. 삼성산 뜨란채 아파트 단지를 지나, 관악산 휴먼시아 1단지에서 나를 비롯한 예닐곱명의 남자들이 함께 내렸다.

남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고, 같은 색깔의 코트를 입고 있었다.

같은 옷을 입은 비슷한 나이의 그 남자들 중 누군가가 서른 즈음에를 따라부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가 누군지 알 지 못했다. 같은 색의 코트를 입고 밥벌이에서 돌아오는 남자들은 모두 다 다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2008. 12. 15.

Photo @여의도 환승센터 by 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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