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개정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남녀관계의 바이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 책은 이제 꾸준한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혔고, 그 이론에 대해서 반박하는 사람도 없다.
그야 말로 남녀관계의 바이블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흠흠;;

 젊고 아리땁던 스물 셋 아가씨였던 시절에 남자친구가 생일선물로 이 책을 선물한 것이다.
그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그놈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에게 선물한 것일까?
나보고 "너나 잘하세요"라고 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우리 같이 잘해보자 였을까. 
그리고 나서 일주일이 되지 않아 나는 그노마와 헤어졌다.
그리고 이 책의 겉커버를 박박 찢어서 쓰레기통에 쳐박았었다.
"너나 잘하세요"지 뭐야. 하면서 -_-

 세월이 한참 지나, 이제 내가 가진 것을 빼앗아가지 않을 남자를 찾고 있던 아줌마 다 된 서른 한살의 노처녀? 이제 막 골드미스로 진입하고자 열심히 밥벌이를 하던 그 여자, 웬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기 전 그 남자에게 서른이 넘은 여성의 심리를 연구해보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그 남자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냅따 서점으로 뛰어가 이 책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했다.
남편이 이 책을 다 읽고 나의 심리를 너무나 잘 이해해주어서?
헹~ 전혀 아니다.
남편이 읽다가 접어놓은 책장은 (Doggy Ear)은 책을 여는 글에 멈춰있다. -_-;;

 별 기억도 좋지 않은 책, 게다가 남편은 읽다가 만 책,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 동굴이론에 대해서 이제 모든 사람이 듣고 웃을 수 있는 세상,
이 시점에 내가 이 책을 다시 꺼내어 읽은 이유는 단 하나.
부부싸움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이 책은, 결혼전 연애중인 커플을 위한 책이 아니고 (그런 커플에게는 차라리 작업의 정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혼 후 갈등에 휩싸일 수 있는 커플들을 위한 책에 가깝다.
함께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여자들이 생각하는 섭섭함, 그리고 남자들의 피로.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 온 여자가 함께 살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을 읽으며, 아. 이건 내 얘기야"라고 생각되도 놀라지 말라, 는 것처럼 이 책은 미국사람이 미국사회에서 히트를 친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메 이건 내가 어제 했던 말 아녀"라고 화들짝 놀랄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필요로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는 남편과 고마워라고 말하지 않는 아내로 구성된 우리커플의 문제점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베스트셀러와 이 책의 부흥회 스러운 분위기에 부합하자면 존그레이에게 "당신덕에 우리는 부부싸움을 잘 마무리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라고 편지라도 써야할 판이었다. 
이 책이 부부관계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은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가는 사실 어느정도의 비지니스 감각도 가지고 있어서 이 책의 독자는 여자가 훨씬 많을 것이며, 끝까지 읽을 사람도 여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여자독자가 아주 행복해할만한 101가지 남자에게 하는 충고가 책 뒤쪽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1. 집에 들어오면 우선 아내부터 찾아 가볍게 포옹하라.

6. 꼭 무슨 날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불쑥 꽃다발을 건네 아내를 놀라게 해주어라.

7. 금요일 밤이 되어서야 그녀에게 주말에 뭘 하고 싶냐고 묻지 말고 며칠 전부터 미리 데이트 계획을 세워 두라.

24. 하루에 네 번은 아내를 안아 주어라.

26. 적어도 하루에 두 번은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하라.

 

등등..

 내가 남자독자라면 여기까지 읽고 책을 살며시 덮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역시 여자랑 같이 사는 건 힘든일이야.. 내 적성에 맞지 않아.."라고 생각하게 될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리하여, 이 책이 약간 부족하다고 뭔가 더 명확한 답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 그레이의 다른 책들
"화성 남자 금성 여자의 침실가꾸기 /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 사랑의 365일 / 결혼지키기 / 관계 지키기 / 사랑의 잠언록"..등등.. 계속해서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이 책 날개에 펼쳐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은 개체만으로도 충분히 다르고
남자와 여자는 정말 어떻게 공존하는가 싶을 정도로 다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나름대로의 명확한 이유 때문에 상대방이 이해못할 행동들을 반복한다.

그럴 때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생각날 것이다.

이 책만으로도 물론 분명히 답답해서 존 그레이의 다른 책이나 다른 관계개선 책들을 읽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어쩌겠는가..이미 우리는 외계인과 함께 살기로 작정했는 걸.

 

2006.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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